한 때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막강한 실세로 군림했던 이학수 삼성그룹 전비서실장. 최근 삼성SDS가 상장을 하면서 이 전비서실장이 주목 받고 있다. 그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가격이 1조원을 육박한다는 내용 때문이다. 평생 샐러리맨을 했던 그가 어떻게 조단위 거부가 될 수 있을까. 사업으로 일궈도 모으기 힘든 거금을 쥐게 되자 새삼 그룹의 2인자들에게 시선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학수 실장은 잘 알려진대로 한때 삼성그룹의 2인자 중 2인자였다. 이건희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면서 오늘의 이재용 부회장을 만드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했던 인물이다. 부산상고를 나온 학력 때문에 부산상고 출신의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또 다른 주목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삼성가와 거리를 두고 있다.
이학수 실장은 잘 알려진대로 한때 삼성그룹의 2인자 중 2인자였다. 이건희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면서 오늘의 이재용 부회장을 만드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했던 인물이다. 부산상고를 나온 학력 때문에 부산상고 출신의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또 다른 주목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삼성가와 거리를 두고 있다.
- 이학수 전 삼성부회장.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곁에는 소병해 실장이 항상 그림자처럼 붙어 있었다. 이건희 회장을 등극시키는데 일조한 그는 삼성그룹에서 저승사자로 불릴 정도로 냉철했고, 철두철미했던 인물로 정평나 있다. 그도 2세인 이건희 회장이 등극하자 힘을 잃고 조용히 야인생활을 하고 있다. 그 뒤에 이수빈·현명관 실장이 있었지만 그들의 재임기간은 얼마 안됐고, 이학수 실장이 재임하면서 소병해 실장과 맞먹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던 것이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곁에는 현대건설 이명박 사장이 있었다. 정주영 회장 자체가 비서실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 성격이라 이명박 사장은 현대건설에서 승승장구하며 오늘의 현대그룹을 키우는데 일조했다. 그러나 이명박씨도 나중에 정주영 창업주와 소원해져 많은 뒷 얘기가 나왔다. 결국 정주영 회장이 국민당을 창당해 정치에 뛰어들면서 완전히 결별, 다른 길을 걸었다. 이때 이명박씨는 현대엔지니어링 회장으로 있다가 집권여당인 신한국당 전국구 국회의원으로 들어가 정치인으로 변신, 나중에 대통령까지 오르게 된다. 김영삼 당시 당대표가 정주영 회장을 견제하기 위해 이명박 회장을 전국구 초선의원으로 만들어 준 결과다.
-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준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
SK그룹엔 손길승 실장이 있었다. 손 실장은 원래 창업주 최종건 회장의 눈에 띄어SK그룹에 몸을 담아 성장했다. 최종건 창업주가 일찍 타계하면서 그의 동생인 최종현 회장을 보필,오늘의 SK그룹을 만드는데 일조했다. 손 회장은 선이 굵은 경영인으로 정평이 나있다. 한 때 전국경제인연합회장 직을 맡아 경제수장 역할도 했다. 최종현 회장이 돌아가시고 일시 그룹 회장직을 수행한적도 있다. 그러나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구속돼 형을 살기도 했다. 현재도 SK에 적을 두고 대외활동을 하고 있다.
롯데 그룹엔 김병일 기조실 사장이 있다. 신격호 회장의 그림자로 알려진 그는 공식 석상에도 거의 얼굴을 내밀지 않는 은둔의 경영인이나 마찬가지다. 경리 부서 출신인 그는 신 회장의 신임이 절대적이었다. 신 회장이 한달씩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셔틀 경영’을 할 때 국내 살림은 전적으로 그의 몫이 었다. 2세인 신동빈 회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한걸음 물러났지만 그의 영향력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창업 회장을 도와 그룹을 번창시킨 2인자 들도 있지만 최근엔 오히려 그룹을 어려운 처지로 만드는 이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특히 2, 3세 회장 곁에는 측근임을 행사하면서 그룹의 정상 조직이 아닌 비선 조직으로 경영에 관여 말썽을 일으키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SK그룹 최태원 회장 측근으로 행세하면서 회장을 곤경에 빠지게 한 김원홍씨다. 김씨는 최 회장에게 선물투자를 권유, 금전적인 손실은 물론, 총수 형제가 구속되는 사태까지 이르게 했다. 대만에 도피했다가 국내에 송환돼 그 역시 구속을 면치 못했다.
동양그룹의 김철 사장 역시 그룹내 비선 실세 조직을 이끌다가 현재현 회장도 구속되고 그룹 역시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김철 사장에 대해서는 몇 년전부터 그룹 내에 말들이 많았으나 현 회장 부부가 싸고돌아 아무도 말을 하지 못했다고 그룹내 고위 인사는 전했다.
- 김철 전 동양네트웍스 사장(왼쪽)과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
CJ 그룹의 노희영 고문도 뒷말이 많았다. 이재현 회장이 구속되면서 그의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설 때 노 고문의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직책도 없이 활동하다가 브랜드전략 고문직을 맡아 그룹내 인사와 투자방향에까지 관여하고 있다는 얘기들이 그룹 주변에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최근 이미경 부회장이 그룹 경영에 손을 떼고 그 역시 검찰수사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CJ에서 물러났다.
그룹 총수 곁에서 2인자 행사를 하며 그룹 질서를 무너뜨리고 잘못된 방향으로 컨설팅이나 자문을 해 그룹을 망가뜨리는 일들이 이처럼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엔 외국계 컨설팅 회사들이 총수에게 잘못 조언해 회사를 곤경에 빠지게 하는 일들도 많아지고 있다. 특히 외국계 컨설팅 회사들은 엄청난 자문료를 받고도 한국의 현실을 인식하지 못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웅진그룹이나 STX그룹에 자문했던 일들이 대표적인 예다. 결국 2인자를 어떻게 두느냐, 외국계 컨설팅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총수의 몫이다. 그룹을 경영할 혜안이 있는 총수는 옥석을 가려 사람을 쓰거나 자문을 이해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결국 본인 자신이나 회사에 해악이 되고 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