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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단장 된 재일교포 “차별·실패에 굴하지 않은 건 럭비로 배운 투쟁심 덕분”
배준용 기자
입력 2023.08.26. 03:00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을 이끌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이 태극기를 어깨에 두른 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재일교포 출신 첫 선수단장인 그는 “메달도 중요하지만 아시안게임을 준비해온 선수들의 치열한 도전정신과 스토리에 더 주목해 달라”고 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우리나라는 학연·지연을 비롯해 이른바 ‘끼리끼리 문화’가 있잖아요. 그런데 재외동포를 선수단장으로 뽑다니, 새로운 시대가 왔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히 체육계는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한 분야예요. 저를 선임한 배경에는 ‘이제 새롭게 시작하자’는 뜻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 달 23일부터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제19회 아시안게임은 개막하기도 전에 특별한 기록을 남겼다. 역대 최초로 재외동포가 대한민국 선수단장을...
이나영 “난 재래시장 같은 여자… 남편과 액션 코미디 하고파”
이혜운 기자
입력 2023.08.19. 03:00
지난달 13일 서울 성동구 지춘희 디자이너의 사무실 흰 벽 앞에서 사진을 촬영하던 배우 이나영은 갑자기 선인장 앞으로 달려갔다. 책장에 털썩 앉아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여긴 어때요?”라고 물었다. 대답은 필요없었다. 사진 기자는 셔터를 쉬지 않고 눌렀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1979년생, 172.5㎝, 압도적으로 작은 얼굴, ‘아는 여자’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모범 납세자, 강원도 정선 밀밭에서 작은 결혼식, 남편은 배우 원빈. 이나영의 프로필이다. 구설 한 번 없었고 소셜미디어(SNS)도 안 하며 여전히 신비로운 이 여배우가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로 돌아왔다. ‘로맨스는 별책부록’ 이후 4년 만이다. 웨이브 시리즈 ‘박하경 여행기’는 고교 국어 교사 박하경(이나영)이 사라져 버리고 싶을 때...
“엄마는 양공주였지만 부끄럽지 않아… 나한테는 영웅이니까”
박돈규 주말뉴스부장
입력 2023.08.12. 03:00
사회학자 그레이스 조는 6·25전쟁, 가족 상실, 미군 기지촌, 혼혈아 출산, 미국 이민 등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겪은 어머니 군자(1941~2008)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만난 그녀는 “엄마는 숱한 고통을 겪었지만 삶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갔다”며 “내게는 영웅이었다”고 했다. /장은주 영상미디어 기자
엄마는 양공주였다. 부산 어느 기지촌에서 청춘을 보냈다. 이름은 군자(1941~2008). 사회학자인 딸 그레이스 조(Grace M Cho)는 엄마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6·25전쟁, 가족 상실, 굶주림, 미군 기지촌, 혼혈아 출산, 미국 이민, 사회적 죽음 등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몸과 정신에 진열해 놓은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레이스 조는 미국 브라운대를 졸업한 뒤 하버드대에서 교육학 석사를 받았고 현재는 뉴욕시립대 사...
가난으로 이사만 60번... 웃음 고팠던 꼬마는 ‘일요일 막내딸’ 됐다
김은경 기자
입력 2023.07.22. 03:00
실로폰 앞에서 발랄하게 포즈를 취한 전국노래자랑 MC 김신영. 질문에는 차분하고 나긋나긋한 말씨로 답했다. “이미지와 달리 실제로는 낯도 많이 가리고 무뚝뚝한 편이에요. 그래도 무대에 진심인 전국노래자랑 참가자들을 만나면 저도 모르게 ‘일요일의 막내딸’이 돼요.”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일요일의 남자’ 송해는 “키가 작아 누구를 만나든 내려다본 적이 없다”고 했다. 전국노래자랑 무대에 세 살 꼬마가 올라오면 무릎을 굽히고 눈을 맞췄다. 그는 그렇게 전국노래자랑을 34년 동안 지킨 ‘작은 거인’이었다. 송해 1주기를 맞은 지난 6월의 어느 날, 서울 광화문에서 김신영(40)을 만났다. 송해의 실로폰을 물려받은 후임자는 더 왜소했다. 그녀의 키는 153㎝. 송해(162㎝)보다 9㎝ 더 작다. 송해의 빈자리에 ...
이만기 “씨름맹키로 인생도 삼세판 아입니까, 함 부딪쳐 보입시다!”
이옥진 기자
입력 2023.07.15. 03:00
<아무튼주말> 천하장사 이만기 (아무튼주말 게재 전 사용금지)-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약관의 이만기(경남대)가 ‘장사의 천하’를 통일, 스포츠 단일 대회 개인 경기 상금 사상 최고인 1700만원을 거머쥐었다. ‘떠오르는 해’ 이만기가 마침내 홍현욱·이준희의 양대 산맥을 허물고 국내 씨름의 새 질서를 낳았다. 그것은 분명 씨름계의 쿠데타였다.” 1983년 4월 1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는 대이변이 일어났다. 스무 살 대학생 이만기가 혜성처럼 나타나 한라장사 최욱진을 누르고 초대 천하장사 타이틀을 차지한 것이다....
김해영 “이해찬이 민주당 망가뜨렸다, 이재명은 대선 포기해야”
김아진 기자
입력 2023.07.08. 03:00
김해영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2019년 조국 사태 때 민주당에서 처음으로 조국 전 법무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2020년 총선에서 낙선해 변호사로 돌아간 그는 “내일 정치를 그만두더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때 더 세게 비판하지 않은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민주당 내 몇 안 되는 소신파 김해영(47) 전 최고위원은 인터뷰 내내 “정치를 10년 하는 동안 이렇게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낸 건 처음”이라고 했다. ‘미스터 쓴소리’란 별명을 가진 그였지만, “국회의원 4년 동안은 절제된 발언을 하려고 애썼다”고 했다. 페이스북에 민주당을 향해 뼈아픈 말을 가끔 써왔으나 인터뷰는 마다해왔다. 그런 그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돈 봉투 ...
‘달팽이’ ‘거위의 꿈’ ‘다행이다’? 아직 인생 곡은 못 만들었어요
이혜운 기자
입력 2023.07.01. 03:00
서울 반포동 스페이스 21에서 만난 이적은 실물이 훨씬 멋졌다. “어릴 때부터 질투하는 사람이 많았겠다”고 하니 “고등학교 때 날 봤으면 실망했을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에서도 유머와 학식을 뽐낸 그는 이 시대를 노래하는 시인이었다./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난 지미 페이지 같은 기타리스트가 되겠어!” 열세 살 이적이 일기장에 적었다. 대학가요제에 기타리스트로 출전한 사촌형이 부러웠다. 수련회에서 기타를 들고 무대에 오르자 여학생들이 처음으로 관심을 건넸다. ‘음악만이 살길이구나.’ 고2 올라갈 무렵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저는 음악을 해야 해요. 그런데 전 세계 제 또래 뮤지션들은 지금 국·영·수를 붙잡고 있지는 않을 거예요.” “알겠다. 그런데 대학은 갔으면 좋겠구나!” 19...
“후쿠시마 괴담은 우리 자신을 때릴 부메랑, 믿는다면 정말 미친 짓”
박돈규 주말뉴스부장
입력 2023.06.24. 03:00
충북대 약학대 박일영 교수/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해양 방류 초읽기에 들어갔다. 도쿄전력은 방류 설비를 시운전하면서 작동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고 있다. 방사선은 눈에 보이지 않고 느낄 수도 없다. 광우병이나 사드 전자파처럼, 무지(無知)가 공포를 키운다. ‘오염수 괴담’이 횡행하는 가운데, 한 과학자가 이달 초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공개 게시판에 올린 글이 큰 파문을 일으켰다. “나는 처리된 후쿠시마 오염수를 가져오면 방류 농도로 희석해서...
20년 장기 집권 ‘뽀통령’… 꼬마 펭귄은 지금도 하늘을 나는 꿈을 꾼다
정상혁 기자
입력 2023.06.17. 03:00
아이코닉스 최종일 대표./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대통령 이름을 소개하는 건 시간 낭비일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까. 뽀로로. 어린이들의 대통령, 그래서 ‘뽀통령’으로 불리는 이 꼬마 펭귄 캐릭터가 올해로 탄생 20년을 맞았다. 2003년 6월 19일, EBS에서 처음 방송 전파를 탔다. 젖병을 갓 뗀, 전국 모든 유아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난 순간이었다. 여진은 지금도 이어진다. “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 드러누워 생떼 쓰던 아이마저 벌떡 일어서게 하는, ...
“내 야구 인생은 언제나 9회 1점차 승부...어떻게든 지키고 싶었다”
최인준 기자
입력 2023.06.10. 03:00
삼성 마무리투수 오승환./영상미디어 이신영 기자
불펜에서는 최고의 클로저(closer)가 몸을 풀고 있었다. 현충일이던 지난 6일 삼성이 NC와 벌인 대구 홈경기. 삼성이 3점을 앞선 채 9회초가 되자 마운드에 오승환(41)이 올라왔다. 한미일 리그 통산 500번째 세이브라는 대기록까지 아웃카운트 3개가 남았다. 세이브(save)는 팀의 승리를 지키는 마무리투수에게 주어지는 기록이다. 오승환은 첫 타자를 안타로 출루시키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이어진 상대 타선을 직선타 아웃,...
“55만 대군은 있는데 군인이 없고, 스타는 널렸는데 장군이 없다”
김아진 기자
입력 2023.06.03. 03:00
민병돈 장군 -영상미디어 이신영 기자
노병(老兵)은 자나깨나 나라 걱정뿐이다. 구순을 바라보지만 마음에는 주름이 없다. 6·25에 참전하고 군인의 꿈을 꾸던 유년 시절의 신념을 간직하고 있다. 민병돈(88) 전 장군은 1989년 3월 육군사관학교장 시절 “북한은 우리의 적”이라며 노태우 대통령 앞에서 북방정책을 비판하고 옷을 벗은 ‘진짜 군인’으로 기억된다. 정전협정 70주년이자 호국 보훈의 달을 앞둔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 자택. 몇 주 전 만날 약속을 정하면...
진중권 “이쪽도 씹고 저쪽도 씹고 고독했다, 그래도 생계형 찬양은 안해”
김아진 기자
입력 2023.05.27. 03:00
서울 마포구 자택 테라스에 앉아 있는 진중권. 4년 전 이 넓은 테라스가 마음에 들어 17평짜리 빌라를 매입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이 남자는 독설가다. 좌든 우든 인정사정없다. 한때 친구였던 조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가까웠기 때문에 더 신랄했다. 진중권(60)은 “내 생각을 부정하면서까지 누구 편을 든다면 살 이유가 없는 것”이라며 “원칙을 지킨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진중권은 1998년 우연한 계기로 논객의 길을 걷게 됐다. 사회주의자였던 그는 극우세력뿐 아니라 주사파도 벌레 보듯 했다. 거침이 없었고, 모두가 그를 미워했다. 그렇게 논객이란 이름으로...
“잠수교 패션쇼 보셨나요? 서울은 세계가 주목하는 무대, 난 세일즈맨”
박돈규 주말뉴스부장
입력 2023.05.20. 03:00
서울 잠수교가 런웨이로 변신했다. 지난달 29일 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이 연 국내 첫 패션쇼. 산울림의 ‘아니 벌써’가 울려 퍼지자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배우 정호연이 모델 출신다운 워킹으로 등장했다. 루이비통 측은 “한강은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상징적인 장소”라고 했다. 16일엔 다른 명품 브랜드 구찌가 경복궁 근정전을 패션쇼 무대로 삼았다. 두 이벤트는 유튜브 등 온라인으로 세계에 중계됐다. 지난 14일 세...
미군 기지 앞 아홉 살 전쟁고아, 주한미군의 30년 스승 되다
정상혁 기자
입력 2023.05.13. 03:00
지난달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교육동 강의실에서 한국어 수업 도중 이청자씨가 환히 웃고 있다. 양옆으로 앞줄에 앉아 열심히 공부하는 주한 미군 학생들의 팔이 보인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영어로 give and take, 한국어로는 주고받기. 서로 번갈아 가진 것을 내어주는 오랜 미풍양속. 이청자(82)씨는 30년 넘게 주한미군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부모 없이 거리에 나앉은 아홉 살 꼬마에게 내밀어 준 손길”을 잊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군 장병에게 구조돼 영어를 익힌 이씨는 “페이백(pay back)하는 심정으로” 1992년부터 ‘캠프 롱’ ‘캠프 페이지’ ‘캠프 이글’ 등 전국의 미군 기지를 돌...
“禁女의 벽 깬 30년… 다시 태어나도 여자, 공무원이 되겠다”
김아진 기자
입력 2023.05.06. 03:00
김경희 기획재정부 개발금융국장이 지난 1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가 열리는 인천 송도 컨벤시아 행사장에서 카메라 앞에 섰다. 이날도 밤 늦게까지 일한 그는 “고시를 보겠다고 마음먹었던 때처럼 지금도 국민 편익 향상과 국가 발전을 위해 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기획재정부에는 여성 차관보, 여성 차관, 여성 장관이 없었다. 얼마 전까지는 여성 국장도 없었다. 김경희(54) 개발금융국장은 이곳에서 금녀(禁女)의 벽을 연파하고 있다. 사무관, 서기관, 과장, 부이사관, 심의관, 국장까지 ‘여성 최초’ 타이틀만 여섯 번째다. 2017년 복권위원회 사무처장이 됐을 때는 기재부 신설 68년 만에 첫 여성 국장 탄생이었다. 지난 1일 밤 10시,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가 열리고 있는 인...
안성기 “이 시련도 배우에겐 금은보화… 내년 봄엔 촬영장에 있을 것”
박돈규 주말뉴스부장
입력 2023.04.29. 03:00
배우 안성기는 “매일 한 시간씩 근력 운동을 하고 빨리 걷는다”며 “연말까지는 아프기 전의 상태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통창으로 봄볕이 쏟아져 들어왔다. 마주 앉은 남자는 친숙하면서도 낯설어 보였다. 폭설처럼 머리에 내린 백발 때문이었다. 웃을 때 얼굴에 밭고랑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주름들은 영락없는 배우 안성기(71)였다. 혈액암 투병 중인 그는 반년 전만 해도 머리카락이 한 올도 없는 민머리였다. 하지만 며칠 전 제4회 ‘4·19 민주평화상’ 시상식엔 백발로 참석했다. 서울대 문리대 총동창회가 수여하는 이 상을 영화 배우가 받기는 처음. 안...
머스크가 만든 ‘지구 구하기’ 경쟁에 뛰어든 70대 물리학자
최인준 기자
입력 2023.04.22. 03:00
임지순 포스텍 석학교수가 연구실에서 화학 분자 모형을 들고 있다. 요즘 그의 최대 과제는 대기 중 온실가스를 포집할 신물질을 개발하는 것. 그는 “시간이 아까워 연구실에서 가까운 이발소에만 가다 보니 수십 년째 70년대 장발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조명이 꺼진 어둑한 복도에서도 물리학자 임지순(72)의 연구실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입구에 헝클어진 머리의 아인슈타인 사진이 담긴 높이 1m의 대형 액자가 서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또 다른 아인슈타인이 보였다. 화학식과 수학 계산이 휘갈겨진 칠판, 논문 서류·전공 서적 더미가 쌓인 책상 사이로 1970년대 장발 스타일의 임지순이 낮잠을 자고 있었다. “점심 먹고 잠깐 잡니다. 꿈에서 뱀이 자기 꼬리를 물고 도는 모습...
박정희의 매운맛, 임춘애의 헝그리 정신… 라면 60년이 대한민국 현대사
정상혁 기자
입력 2023.04.15. 03:00
‘오무라이스 잼잼’ 등의 음식 만화로 일가를 이룬 인기 만화가 조경규(49)씨가 한국 라면 60년의 굵직한 순간을 그림으로 맛깔나게 구현했다. 라면의 역사는 곧 대한민국 현대사였다. /일러스트=조경규
“라면 먹고 갈래?” 이 말에 담긴 구애(求愛)의 속뜻을 모르면, 한국인을 이해한다고 할 수 없다. “넷플릭스 보고 갈래?”(미국)보다 정겹고 “가려운데 좀 긁어줄래?”(홍콩)보다 간접적이며 “새벽에 같이 커피 마실래?”(일본)보다 푸근한 사랑의 대사. 양은 냄비에서 목구멍을 지나 비로소 한국인의 몸과 마음의 일부가 된 라면. 라면만큼 우리를 살 찌운 소울 푸드가 있으랴. 라면을 부숴서 과자로도 먹는 유일한 민족 아니던가. 라...
‘이건희 주치의’가 의사인생 마무리한 곳은 고향 보건소였다
이옥진 기자
입력 2023.04.08. 03:00
의사 이종철은 대형 병원장, 재벌 주치의라는 화려한 이력을 뒤로하고,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며 보건소로 내려가 4년을 일했다. 인터뷰 내내 의료계 현실에 대한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지만, 의사라는 업(業)을 향한 애정은 숨기지 못했다. “의사는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어 좋은 직업입니다. 저는 다시 태어나도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노(老)의사는 빙그레 웃었다.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2017년 10월, 새 보건소장을 찾던 경남 창원시에 뜻밖의 인물이 이력서를 보내왔다. 이력이 화려했다. ‘삼성서울병원장, 삼성의료원장, 대한소화기학회장, 성균관대 의무부총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심사평가위원장….’ 지역 보건소에 지원하는 의사가 거의 없다시피 하는 마당에 그의 ‘스펙’은 황송한 수준이었다. 시 공무원들을 깜짝 놀라게 한 주인공은 의사 이종철이었다. 이듬해 초 창원보건소장으로 임명됐다. 그의 나이 일흔이었다....
“이대 男총장과 서울대 女총장, 누가 먼저 나올지 두고 보자고요”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입력 2023.04.01. 03:00
<아무튼주말> 이화여대 교수들-영상미디어 이신영 기자 (아무튼주말 게재 전 사용금지)
“다음은 여러분의 입학을 축하하는 무대입니다. 우리 대학 남성교수중창단의 축가가 있겠습니다.” 지난 2월 24일 서울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2023학번 입학식. 사회를 맡은 이명휘 교무처장이 소개를 마치자 정장에 빨간 넥타이를 맨 40~60대 9인조 ‘보이 그룹’이 신입생 3000여 명 앞에 등장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에 이어 이문세가 2010년 발표하고 2021년 임영웅이 리메이크한 ‘사랑은 늘 도망가...
“60년 아나운서 인생 너무 짧더라, 60년 해온 일이 열 마디로 설명되더라”
김윤덕 선임기자
입력 2023.03.25. 03:00
김동건 아나운서가 ‘링컨의 일생’ 초판본을 들고 활짝 웃었다. 김동길 박사가 1977년에 펴낸 이 책을 머리맡에 두고 지금도 읽는다고 했다. 지난해 작고한 김 박사는 아나운서 김동건을 두고 “세상에서 가장 예의 바른 사람”이라고 했지만, 가수 조영남은 “그래서 가장 재미없는 형님”이라고 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60년 아나운서 외길을 어떻게 걸었느냐 묻는 이에게 김동건(85)은 소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로 답한다. 러시아 출신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솔제니친의 출세작으로, 강제노동수용소에 끌려온 지 8년이 된 이반이 새벽 5시에 기상해 취침할 때까지의 하루를 시시콜콜 묘사한 소설이다. “이반은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온도계가 영하 40도 아래로 내려갔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요. 40도 아래로 떨어지면 그날 작업이 취소되...
“나라에 버림 받고도 후세를 먼저 걱정한 서애 류성룡은 세계 공직자의 표상”
허윤희 기자
입력 2023.03.18. 03:00
최병현 소장이 서울 충정로 풍산빌딩에 있는 연구실에서 자료를 들고 서 있다. 그는 최근 버클리대 동아시아연구소에서 서애 류성룡의 영문 전기 '조선의 재상 류성룡'을 출간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IMF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어느 날, 영문학자 최병현은 퇴근길 꽉 막힌 도로에 갇혀 있었다. 라디오를 켜니 난데없는 설전이 흘러나왔다. 강경식 당시 경제부총리와 모 야당 인사가 외환위기의 원인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고 있었다. 서로 네 탓 내 탓 하는 걸 들으니, 그의 머릿속에 서애 류성룡(1542~1607)이 쓴 ‘징비록’이 떠올랐다. “400년 전 임진왜란 때도 적과 싸우기도 전에 동인과 서인이 다투면서 책임 공방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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