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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호 시인의 시 곡비에 대한 해설이다
작성자:배성근
작성시간:05:46 조회수:9
댓글2
김상호 시인의 「곡비(哭婢)」는 제목 그대로 "우는 하녀", 다시 말해 타인의 감정을 대신 짊어지고 울어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이 시는 직업적 돌봄 노동자, 특히 요양보호사, 간병인, 혹은 호텔식 요양시설에서 일하는 여성 돌봄노동자의 삶과 감정을 깊이 있게 다룬 작품이다. 다음은 각 행과 흐름을 중심으로 시 해설을 드린다.
이시의 제목아 곡비(哭婢)는 '울 곡(哭)', '여종 비(婢)'로, 남의 슬픔을 대신 울어주는 하녀라는 의미다.
전통적으로 곡비는 상가에서 곡을 해주는 여성을 의미하지만, 여기서는 현대적 돌봄노동자로 해석된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이 아니라 남의 슬픔, 남의 죽음을 대신 울어주는 존재다.
본문에서 <젖먹이 오누이를 홀로 키운 / 그 여자가 아파서 입원했다ㆍ> ‘그 여자’는 스스로도 모진 인생을 살며 아이들을 키워온 강인한 존재다. 하지만 이제 몸이 상해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이는 단순한 병이 아니라 감정노동과 삶의 무게에 의한 붕괴다.
< 호텔에 도착해서 / 마지막 여행 떠나는 길 보살피는 것이 / 여자의 직업이다>
‘호텔’은 실제 호텔이 아니라 웰다잉 요양병원, 호스피스 병동 등을 은유한 것일 수 있다. ‘마지막 여행 떠나는 길’은 임종(죽음)을 뜻합니다. 즉, 죽음을 앞둔 이들의 마지막 길을 돌보는 것이 그녀의 직업인 것이다.
<자식들이 돈을 내어 여비를 마련하고 / 기약 없는 황혼 여행 / 어서 가지 않는다고 지겨워들 하는데>임종자의 자식들은 마지못해 돈을 내고 지겨워하며 부모의 죽음을 기다린다. ‘기약 없는 황혼 여행’은 늙은 부모의 죽음을 비유한 것으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 가족에게는 ‘지겨움’*이 된다는 비정한 현실을 말한다.
<알 수 없는 배신감에 / 한 조각 사랑과 연민 / 얼마간의 분노를 되새김질하며>여자는 가족이 보여야 할 애틋함을 자식들이 보이지 않는 데서 느끼는 배신감을 갖고, 죽어가는 이들에게서 느낀 사랑, 연민, 분노를 마음속으로 곱씹는다. 이는 그녀가 단순한 '직업인'이 아닌, 감정을 이입하며 살아온 사람임을 보여준다.
< 한 맺힌 길 떠나는 여행객들이 / 여자를 가족보다 더 소중히 생각하고 / 애틋한 정 주고 가는 바람에>병약한 노인들은 자식보다 간병인(여자)을 더 소중히 여긴다. 그녀는 ‘가족보다 더 다정한 타인’으로서 삶의 마지막 순간에 유일한 위로자가 된다.
< 날마다 이별을 거듭하며 / 온몸으로 남 몰래 / 가족 대신 울어주다 보니>그녀는 매일 죽음을 맞는 환자들과 이별하고, 환자 가족 대신 울어준다. 감정을 억누르면서도 온몸으로 슬픔을 흡수해낸 삶의 결과는 결국 병든 몸으로 이어진다.
<멀쩡하던 그녀가 / 저리 아프게 된 것이다>육체적 병이 아니라 감정노동의 축적과 마음의 병이다. 누구보다 따뜻하게 죽음을 돌보았던 그녀가, 정작 자신은 돌봄을 받지 못해 무너진 아이러니가 이 마지막 문장에 응축돼 있다.
이 시는 전체적으로 여성 노동자, 특히 돌봄노동자들이 감정의 소비자로서 얼마나 고독하고 희생적인가를 조명한다. 가족이 감당하지 못한 돌봄을, 하대받는 직업인이 대신하며 정작 본인은 병들어간다는 사회적 모순과 비극을 말한다. '곡비'는 단지 울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 슬픔, 인간에 대한 예의를 대신 지키는 존재다.
해서 돌봄노동자의 희생, 인간 존엄의 부재, 타인의 죽음을 대신 슬퍼해준 삶의 슬픔. 형식적 특징: 산문시 형태로 담담하면서도 서사적인 구성했다ㆍ
이시의 정서를 보면 연민, 슬픔, 분노, 애잔함이 있고 가족의 책임 회피, 돌봄노동의 저평가, 인간 감정의 소비 구조에 대한 성찰과 이에 대한 비판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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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순
07:11New댓글 메뉴 더보기
첫댓글좋은 시에 감동합니다.
회장님 덕분에 곡비에 대한 해설 공부 잘했습니다.
감사드립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