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이란 시인이 있습니다. 군사정권 시절에 그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 에 갇혔습니다. 푸르른 꿈도 펼쳐보지 못한 채 그의 삶은 시들어갑니다.
그러 던 어느 날 죽음이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왔음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는 그는 <귀천>이라는 시를 남겼습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 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좌절과 분노와 원망과 불평 을 퍼부어대며 살 수 밖에 없는 자리에 있으면서도 그는 생각를 달리하여 하 루하루를 '소풍가는 날'처럼 즐겁게 살았노라고 이 시에서 노래했습니다.
유명 한 미술가 루오의 판화에 재미있는 제목의 판화가 한 점 있습니다. 그 판화의 제목은 '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날에도 향을 묻힌다'입니다. 괴롭히고, 아 픔을 주고, 상처를 주는 도끼날에도 독을 묻혀주지 않고 오히려 향을 묻혀주 는 향나무. 올 한 해에도 우리가 넘어야 할 산과 건너야 할 강이 많습니다. 그 것들이 우리에게 좌절을 주고 아픔을 주고 때론 분노와 절망을 일으킬 것입니 다. 그러나 그때 그때마다 '소풍가는 날처럼' 생각을 바꾸어 살고 싶습니다. 또 '자기를 찍는 도끼날에도 향을 묻혀주는 향나무처럼' 일년을 달려가고 싶 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삶이 그런 삶이었습니다. 비방하고 멸시하고 죽이려 는 자들 앞에서 오히려 그들을 용서하고 기도하셨던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나 를 찍으려 달려오는 사람들 앞에서도 예수의 향을 묻혀주는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