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김성근 전 지바 롯데 코치를 새 감독으로 영입함에 따라 내년 SK에선 '한 지붕 세 가족'이란 흔치 않은 광경이 벌어지게 됐다. 이미 알려졌듯 김 감독은 SK에서 전력 분석팀 과장으로 뛰고 있는 김정준씨의 아버지다. SK에선 내년에 아들이 정보 제공을 맡고, 아버지가 이를 요리해서 쓰는 보기 드문 장면을 볼 수 있게 됐다. '한 배를 탔다'는 말이 이보다 더 어울릴 수는 없다.
올해 SK의 신인선수로 입단한 외야수 박 윤(인천고 졸업예정)도 아버지와 유니폼이 같다. 지난해 수석코치에서 올해 새롭게 외야 수비 코치 역할을 맡은 박종훈 코치는 올 겨울 훈련에서 팀의 재목으로 성장할 아들 박 윤을 손수 지도하게 됐다. 가정에서도, 사회생활에서도 아버지와 거의 온 종일 붙어있어야 하는 역시 흔치 않은 광경이다. 지난해 SK에 입단한 외야수 김남영도 아버지의 현미경 관찰을 피할 수가 없다. 아버지 김찬무 운영팀 과장은 선수단 운영의 전반을 꿰고 있어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부처님 손바닥 안'이다. 훈련을 게을리 한다는 소식을 가장 빨리 접할 수 있는 것이 김 과장이다.
김 감독과 아들 김 과장은 2001~2002년 LG시절에 이어 두 번째 맞추는 호흡이다. 이 부자는 2002년 LG의 준우승을 이끈 바 있어 이번엔 함께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 2년간 일본 지바 롯데에서 타격 인스트럭터 및 코치로 활약해 승부사 기질이 한층 무르익었다. 김 과장 또한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굵직한 대회마다 전력분석요원으로 차출을 받아 정보 분석 능력이 경지에 올랐다는 평가. 올해 겨울 훈련에서 조우할 박 윤과 김남영은 눈을 부릅뜨고 있는 아버지들로 인해 '동변상련'(?)의 정을 나누어야 할 상황이다. 한창 다른 쪽으로 눈이 쏠릴 나이라 서로의 처지를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의 척박한 환경에서 야구로 대물림을 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현실에서 아들들의 고생을 마음 편히 지켜볼 수 있는 아버지는 없다. 아들들도 아버지의 성공을 위해서 남보다 두 배, 세 배 땀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한 지붕 세 가족 '가족의 힘'이 내년 시즌 SK에 어떤 바람을 몰고 올지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 김태엽 기자 tapp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