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도동 재개발지역 아파트 단지 새 혁신학교
학부모 청원에 의한 첫 서울혁신학교 상현초, 등교 첫 날
전교 15학급 학생 135명, "아름다운 삶을 함께 가꾸는 건강한 배움터" 지향

"옛날 우리 조상들은 행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박을 깨는 풍습이 있었어요. 우리 학생도 상현초등학교에서 행복하게 생활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롱박을 깨 볼까요?"
지난 17일 오전 8시 30분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현초등학교 앞마당. 엄마, 아빠, 할머니의 손을 잡고 첫 등교를 하는 아이들의 표정은 조금 어리둥절했습니다. 아침부터 폭우까지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선생님의 도움으로 조롱박을 힘차게 깨뜨리고 난 아이들의 얼굴엔 이내 웃음이 터졌습니다.
서울 상도동의 상현초등학교가 학부모들의 청원에 따라 혁신학교로 지정돼 지난 1일 개교한 이후, 17일 첫 학생들 맞이를 했습니다. 첫 수업이 시작된 것입니다.
보통 혁신학교는 교사들이 공모하거나 교육감이 임의 지정해 선정되는데요. 학부모들의 자발적 청원에 의해 서울 혁신학교가 지정된 것은 상현초가 처음입니다.
상도동 재개발지역 '상도134지역 주택조합'과 '상도현대엠코지역 주택조합'의 초등학생 학부모들은 '개교 예정인 상현초등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해주기 바란다'는 청원서를 지난 5월 시교육청에 냈고, 학부모들의 바람대로 상현초는 6월 혁신학교로 지정됐습니다. 당시 서명 대상이었던 입주 예정 세대 1826세대중 75%에 달하는 1365세대가 청원에 참여했습니다. 그만큼 학부모들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가득해 보였습니다.

▲ 처음 등교하는 아이들을 맞고 있는 박인배 교장과 선생님들
"이름이 뭐지? 그래. 우리 00이 몇 반인가 보자."
박인배 교장선생님은 정문 곁에 서서 처음 새로운 학교에 발을 딛는 아이들을 하나 하나 안아주고 맞아주었습니다. 아이들은 교장선생님의 안내로 자신의 이름과 반을 확인했습니다.

▲ 새로운 학교에서 행복하게 생활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롱박을 깨는 상현초 학생들
오전 9시, 첫 수업이 시작되는 교실 분위기는 정겨웠습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환영합니다' 등 환영의 글귀들이 학생들을 맞아주었고 교사는 첫 수업을 분주히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상현초는 새로 생기는 학교이니만큼 아직은 학생수가 적습니다. 15학급에 135명, 그 중에서도 1학년에 72명이 몰려있고, 4·5학년은 각각 9명, 7명 뿐입니다. 6학년은 아직 학생이 없습니다.
각 학급은 대개 5~10명의 학생들이 둥그렇게 모여앉아 단출한 모둠형 수업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자 이제 학부모님들은 교실을 떠나주세요."
첫 수업에 임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학부모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느라 여념이 없던 학부모들도 하나 둘 교실을 떠나고,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첫 맞이로 떠들썩 했던 학교는 다시 고요를 찾았습니다.


▲ 첫 수업이 시작된 상현초등학교의 교실 모습. 소규모 모둠 수업의 분위기다.
상현초의 학부모들은 대개 근처 아파트의 주민들입니다. 주로 강남, 봉현, 은로 초등학교에서 유입이 되었습니다. 청원에 참여한 학부모들이 많은 만큼 새로운 교육에 대한 의지가 높았고, 기대감도 감추지 않았습니다.
강남초등학교에서 전학왔다는 3학년 학생의 한 학부모는 "공교육이 가진 문제점을 보완하고 사립학교와 대안학교의 장점을 어느 정도 흡수한 모델이라고 생각해 일부러 전학을 왔다"며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수평적 관계에서 열린 사고를 가르치고, 아이들의 입장에서 창의적인 교육을 해주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근처 래미안3차에 산다는 1학년 학생의 학부모는 "통학이 먼 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처음에는 가까워서 지원했다"며 "지금은 선생님들 열정이 대단하시고, 반 수도 적어 가족같고, 공립학교로서 남다르단 느낌이 있어 기대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도 상현초의 이름은 '교육 프리미엄', '혁신학교 인근 아파트 단지, 취득세 감면 혜택' 등으로 자주 거론되고 있습니다.
청원에 참여했다는 3학년 김성민군의 학부모는 "부동산 시장에서 교육프리미엄이니 뭐니 말들이 많지만 그런 건 잘 모르겠고, 학교의 주인을 아이로 두고 창의적인 교육을 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컸다"며 "지원금도 나오니까 아무래도 교육이 질적으로 다르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 라고 전했습니다.
상현초의 문희숙 교감은 "상도현대엠코 등에 2500세대가 곧 입주하는데 그 중 약 160여명 정도가 더 유입될 것"이라며 "이후엔 25학급, 350여명 정도로 학교 규모도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 상현초등학교 주변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
"성실하고 슬기로우며 튼튼한 어린이"
상현초의 수업은 '마음을 나누는 아침 열기'로 시작됩니다. 수업 시작 전 몸과 마음을 깨우기 위한 명상, 음악 감상, 시낭송, 글쓰기 등의 감각을 건드리는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수업은 블록제로 진행되는데요. 80분 단위로 교과 통합 수업, 묶음 수업을 학년별 맞춤형으로 진행합니다. 10시반~11시에는 '중간놀이시간'이 있습니다. 1블록과 2블록 수업 사이 쉬는 시간 10분과 놀이 시간 20분을 합쳐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학교에는 학급회장이나 부회장, 전교어린이 회장과 부회장도 없습니다. 대신 '학생다모임'이라는 자치 모임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모든 아이들이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직접 민주주의 방식으로 함께 모여 회의하고 결정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지켜야할 생활 규약을 아이들 스스로 모두 함께 만드는 '상현 어린이 헌장'도 제정할 계획입니다.
또 눈에 띄는 것은 '수업 종소리'가 울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획일적이고 규직적인 종소리가 각 반 수업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끊을 우려가 있고, 아이들에게도 주체적으로 자신의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정했습니다.
이외에도 자연 숲을 체험하는 '국사봉 생태 탐사', 흙놀이·악기체험·수공예 등 감성놀이 등 자연과 더불어 감수성을 키우는 체험 교육도 일상적으로 진행할 거라고 합니다.

▲ 등교 첫날 강당에서 학부모, 학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새날 상견례 행사
가을 학기에는 우선 학교 구성원들에게 학교의 교가, 교표, 상징 등을 공모해 전체 투표로 정하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합니다. 지금은 '가, 나, 다, 라'로 되어 있는 학급이름도 학생다모임 시간에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결정할 거라고 하네요. 이제 시작되는 학교이니만큼, 시행착오도 많을 텐데요.
새로 부임한 교사들의 포부는 큽니다. 문 교감은 "대부분 열정을 갖고 자원해 오신 선생님들"이라며 "직장이라는 생각보다 내 학교, 내 학생이라는 생각으로 아이들이 자기 삶을 아름답게 하기 위한 소양을 기르는 데 교육의 주안점을 둘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 http://blog.naver.com/seouledu2012/11014819118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