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투자기관에서
민영회사로 전환된지 1년만인 2003년 9월
명예퇴직이라는 미명아래 5,497명의 대규모 퇴직이 있었을때
아직 준비되지 않은 자들의 퇴직은 곧 황량한 사막에 홀로 내팽겨 지는것과 같았고,
남은 자들은 항상 험한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해야만 했었다.
그 선배는 4년전 고인이 되었다. 아직 그곳으로 가기엔 이른 나이에.....
52년생인 그는 퇴직 준비가 되지 아니한 자신의 심정을 담아 회사 홈피에 남기고 간 글이다.
그 선배들이 떠난 자리에 그들이
흘린 눈물을 거름삼아
우리는 차장, 팀장, 부장으로 그들의 빈자리를 채워 나갔고
2003년 9월 그날로 부터 정확히 5년 3개월이 흐른뒤
57년생인 우리 역시도 2009년 12월에 그 선배들과 마찬가지로 운명처럼 다가온
5,992명 대규모 명퇴라는 숙명적인 길을 걸었다
그리고 4년 뒤인 2014년 4월에 8,320명의 대규모 명퇴가 한번 더 있었다.
지금도 이글을 볼때마다 그시절 그의 심정이 어땠을런지 가슴이 뭉클해진다.
후배들은 "고졸" 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1990년대,
힘들게 늦은 나이에 "야간대학"을 다니면서도 승진의 희망을 놓지 않았던..
결국 만년 과장, 팀장으로 만족해야 했지만...
잘나가던 KBS에서 젊은 나이에 명퇴하고
재도전하여 힘들게 입사한 평생직장 일줄 알았던 이 곳에서도.....
우리나이 54세(만53세) 나이를 보았을때 지금처럼 명퇴가 당연하던 시절이 아니었던
그시절에 그의 심정을 충분히 가늠하고도 남음이 있다.
2003년 9월에 우리의 상사이며 직장 선배였던 그가 정든 회사를 떠나며 남긴글
"바람처럼 살다가.."
일제세대, 6.25세대, 4.19세대, 5.18세대, 모래시계 세대,
자기 주장이 강한 신세대 등 모두들 이름을 가졌던 시대에도
가끔 씩 미국에서 건너온 베이비붐 세대 혹은 6.29 넥타이 부대라 잠시 불렸던 시대에도
우리는 자신의 정확한 이름을 가지지 못하던 불임의 세대였다.
그러나 지금,
선배 세대들이 꼭 말아 쥔 보따리에서 구걸하듯 모아서 겨우 일을 배웠으나 혹시
꾸지람 한마디에
다른 길을 택해야만 되나를 걱정하며 기 한번 펴보지 못하고 지내고,
후배들에게는 잘 보이려고 억지로 요즘 노래 부르다 보니
홀연(忽然) 나이 들어버린 세대!
그래도 아직은 젊다는 이유로,
후배 세대들을 대변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급료인상 처우 개선을 맡아서 주장하는 세대.
단지, 과장. 팀장, 부장. 조직의 간부란 이유로 조직을 위해 조직을 떠나야 하는 세대.
노조원 신분이 아니어서
젊은 노조원들이 생존권 사수를 외치며 드러누운 정문을 피해
쪽문으로 회사를 떠나는 세대.
IMF에 제일 먼저 수몰되는 세대.
오래 전부터 품어온 불길한 예감처럼 맥없이 무너지는 세대.
이 미혹(迷惑)의 나이!
이제 우리는 우리를 우리만의 이름으로 부른다.
선배들처럼 힘있고 멋지게 살려고 발버둥치다가
어느 날 자리가 불안해져 돌아보니,
늙은 부모님은 모셔야 하고 아이들은 어리고,
다른 길은 잘 보이지 않고 벌어 놓은 것은 한겨울 지내기도 빠듯한
은퇴하기에는 너무 젊고 도전하기에는 늙은 사람들.
회사에서 이야기 하면 알아서 말 잘 듣고, 암시만 주면 짐을 꾸리는 세대.
주산(珠板)의 마지막세대.
컴맹의 제1세대.
부모님에게 무조건 순종했던 마지막 세대이자,
아이들을 독재자로 모시는 첫 세대.
부모를 제대로 모시지 못해 처와 부모 사이에서 방황하는 세대.
아이들과 놀아주지 못 하는걸 미안해하는 세대. 이런 삶을 사는 우리를
우리는 퇴출 세대라 부른다.
50대는 이미 건넜고
30대는 새로운 다리가 놓이길 기다리는 이 시대의 위태로운 다리 위에서
바둑돌의 사석이 되지 않기 위해 기를 쓰다가
늦은 밤,
팔지 못해 애태우는 어느 부부가게의 붕어빵을 사 들고 와서
아이들 앞에 내놓았다가,
남은 빵을 밤늦은 책상머리에서 혼자 우물거리다가
눈물과 함께 삼키는 우리,
모두들 이름을 가지고 우리를 이야기할 때
이름 없던 세대였다가
이제야 당당히 그들만의 이름을 가진 기막힌 세대.
쾌속 성장의 막차에 올라탔다가 이름도 모르는 간이역에 버려진 세대.
이제 우리는 우리를 퇴출 세대라 부른다!
2003년 9월 어느날 명예퇴직을 앞둔 중견간부가......
첫댓글 직장에서정년퇴직하기가힘들지 나도한전35년근무하고정년했지만 많이참고인내하며살아온것같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