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명인 비하인드 스토리] 손무 편-제3회: 명검 그리고 오나라의 완승
(사진설명: 손무의 석상)
제3회 명검 그리고 오나라의 완승
달이 빛을 뿌리는 황혼, 처량한 피리 소리가 들려왔다. 손무가 그 피리소리를 따라 점장대(点將臺)에 오르니 슬픈 표정을 지은 오자서가 높은 단에 앉아 피리를 불고 있었다. 손무는 오자서의 옆에 앉았다.
“자서 형, 세 갈래의 군사로 초나라 군대를 교란하여 초나라 군대의 실력이 크게 저하되어 곧 영도(郢都)를 격파할 것인데 어이하여 기뻐하지 않고 슬픔에 잠겨 있는 거요?”
“오(伍)씨 가문의 3백 명이 멸문지화를 당했소. 나는 피맺힌 원한을 품고 19년을 참으며 영도를 함략해 초나라를 멸하여 우리 가문의 원수를 갚기 위한 목표 하나로 오나라를 군사력이 강한 나라로 만들었소. 그런데 오 왕이 지금 초나라를 공격하지 않고 월나라 정벌을 계획하고 있으니 나는 이 십여 년 동안 헛고생을 한 셈이 아니오?”
“오 왕은 초나라보다 월나라를 정벌하는 것이 더 용이하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했을거요. 오나라와 월나라 간의 원한이 점점 더 깊어져 장담하건대 이제 40년이 지나면 초나라가 오나라를 멸하는 것이 아니라 월나라가 오나라를 멸할 것이오. 오 왕이 눈앞의 것만 보고 권고를 듣지 않는 것은 아마도 하늘의 뜻이지 싶소.”
“그렇다면 십여 년간 나의 심혈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겠소?”
오자서의 비분에 찬 목소리에 손무가 답했다.
“곧 영도를 격파하여 형의 원수를 갚게 될 것이오. 내가 방법을 대서 대왕이 초나라 징벌을 명령하도록 하겠소.”
그리고 손무가 오자서의 귓가에 대고 소곤거리자 오자서의 얼굴에 기쁨이 가득 번졌다.
“검 한 자루로 오와 초나라 간에 전쟁의 불씨를 붙이다니 참으로 묘한 계책이오. 장경 형은 그야말로 귀신도 종잡을 수 없는 오묘한 모략을 가지고 있소 그려!”
손무가 미소를 지었다.
“과찬이오.”
얼마 지나지 않아 오 왕은 담로명검(湛盧名劍) 한 자루를 분실했고 초 왕이 그 검을 얻었다. 그리고 초나라 사람들은 “보검이 도(道)가 없는 나라를 떠나 도가 있는 나라로 오니 초나라가 곧 크게 흥할 것이다”라는 말을 서로 전했다. 그 말을 들은 오 왕이 대로해서 손무와 오자서에게 영도공격을 명령했다.
오나라 함대가 채(蔡)나라에 이르자 채나라와 당(唐)나라는 양쪽에서 오나라의 함대를 도와 함께 영도를 공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손무가 명령을 내렸다.
“배에서 내려 언덕에 올라 곧바로 한양(漢陽)으로 간다.”
오나라 군대는 육지 이동으로 신속하게 한수(漢水) 강의 북쪽 기슭에 도착해서 강물을 사이 두고 강남의 초나라 군대와 대치했다. 초나라 장군 무흑성(武黑城)이 영윤(令尹) 낭와(囊瓦)에게 말했다.
“오나라 군대는 자신의 장점을 버리고 단점을 취한데다 지형에도 익숙하지 않습니다. 병법에 병귀신속(兵貴神速)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오나라 군대가 준비하기 전에 당장 빨리 강을 건너 적군을 일격에 섬멸해야 합니다.”
낭와가 웃었다.
“손무가 용병술에 능하다고 말하던데 내가 보기에 그냥 소문에 지나지 않군 그려. 경의 말 대로 당장 강을 건너시오.”
초나라 군대는 강을 건너 한양에 도착하자 오나라 군대의 선봉장 부개(夫槪)와 만났다. 오나라 군사들이 굵은 몽둥이를 들고 마구 휘두르는 바람에 초나라 군대는 황망하게 도주했다.
패전한 한 장군이 나섰다.
“오늘 저녁에 적군이 예상치 못한 사이에 적의 군영을 급습해서 오 왕을 사로잡아 속죄하겠습니다.”
그 말에 낭와는 정예군사 만 명을 추려 어두움을 타서 오나라 군영을 급습하라고 명령했다.
손무는 부개가 승리한 소식을 듣고 오자서에게 말했다.
“낭와는 공에 눈이 어두워 오늘 저녁 필히 우리 군영을 급습하러 올 것이오.”
오나라 군대는 군영에 군기를 꽂아 군영에 군대가 주둔한 듯 보이게 하고 군사들은 근처에 매복했다. 한편 오자서는 군사 5천 명을 거느리고 초나라 군영으로 향했다.
그날 저녁 낭와는 오나라 군중에서 매복에 들어 급습은 고사하고 오히려 군사를 많이 잃었고 이와 동시에 초나라 군영이 오자서에게 털려 초나라 군대는 다급히 도주할 수밖에 없었다. 초나라 군대가 새벽에 백거(柏擧)에 이르러 막 급식을 준비하는데 오나라 대군이 도착해 초나라 군대는 아침도 먹지 못하고 또 다시 도주길에 올랐다. 오나라 군대는 여유롭게 초나라 군대가 준비한 급식을 먹고 세 갈래로 나뉘어 계속 초나라 군대를 추격했다. 초나라 군대는 도주길에 오나라 군대에 의해 죽고 또 내부에서 서로 싸우고 하면서 수많은 군사를 잃었다.
낭와는 대세가 기운 것을 보고 갑옷을 벗어 버리고 정(鄭)나라로 도주했다.
오 왕이 승리의 기세에 힘입어 초나라 군대를 추격해 영도를 공격하려고 하는데 오자서가 막았다.
“영도는 맥성(麥城)과 기남성(紀南城)과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맥성과 기남성을 공격하면 영도는 스스로 무너지게 될 것입니다.”
손무가 오자서의 말을 받았다.
“자서 형의 말이 맞습니다.”
손무는 오자서에게 만 명의 오나라 군대를 거느리고 채나라 동맹군과 함께 맥성을 공격하고 자신은 부개와 함께 만 명을 거느리고 당나라 동맹군의 협조로 기남성을 공격했으며 오 왕과 백비(伯嚭)는 대군을 거느리고 영도로 향하게 했다.
맥성 근처에 도착한 후 채후(蔡侯)는 동맹군을 거느리고 맥성의 동쪽에, 공자 건(乾)은 오나라 군대를 거느리고 맥성의 서쪽에 각자 작은 성을 축조했다. 맥성에 주둔한 초나라 군대의 장령 투소(鬪巢)는 오나라 군대가 성의 동쪽과 서쪽에 성을 축조한다는 소식을 듣고 축성(築城)을 막기 위해 급히 맥성을 나왔다. 하지만 그 때는 벌써 초나라 군대가 성을 다 쌓은 뒤였다. 성을 공격하지 못한 투소가 맥성으로 돌아가니 오자서가 맥성을 공격하고 있었다. 화가 난 투소는 긴말 하지 않고 기진맥진할 때까지 오자서와 싸웠으나 승부가 가려지지 않았다. 그 때 오자서가 입을 열었다.
“각자 성에 돌아가서 쉬고 내일 다시 싸우자.”
“내일 판가름하자!”
투소는 싸움을 그만 두고 맥성으로 돌아갔다. 그날 밤 자정이 되자 투소의 군대를 따라 몰래 맥성에 입성한 오나라 군사가 수비군을 제거하고 성문을 열었다. 오나라 군대는 열린 성문으로 맥성에 입성했고 성안과 성밖에서 동시에 높이 외쳤다.
“오나라 군사가 입성했다!”
그 바람에 초나라 군대는 혼란에 빠져 투소의 지휘가 먹히지 않았다. 독불장군이 된 투소는 도주할 수밖에 없었다. 맥성을 점령한 오자서는 신속하게 오 왕에게 첩보를 올렸다.
<손자병법>에는 “군사에는 정해진 형세가 없고(兵無常勢) 물에는 정해진 모양이 없다(水無常形)”라는 명언이 있다. 전쟁에서 병법을 운용할 때 중점은 유연성과 임기응변에 있다는 것이다. 기남성 밖의 호아산(虎牙山)에 올라 도도하게 흐르는 장강(漳江)이 적호(赤湖)를 흘러 지나 기남성을 안고 흐르며 기남성과 영도의 지세가 낮은 것을 본 손무는 기남성과 영도를 쉽게 공략할 수 있는 계책을 떠올리고 성을 공격하려던 계획을 임시로 바꿨다.
손무는 군사들을 지휘해 적호에 흘러 드는 장강의 좁은 물길을 막는 동시에 장강에서 기남성까지 통하도록 물길을 곧게 팠다. 둑 공사가 끝나자 호수로 흘러 들지 못한 장강은 새 물길을 통해 곧장 기남성에 흘러 들어 기남성은 물론이고 그와 나란히 위치한 영도도 한 순간 물바다가 되었다. 초 왕은 황급히 배를 타고 영도를 나가 도주했고 성안의 군사도 성을 버리고 초 왕을 호위하며 성을 탈출할 수밖에 없었다. 영도는 오나라 군대가 공격도 하기 전에 스스로 파한 것이었다. 오나라 군사가 영도에 입성하자 손무는 물길을 막았던 둑을 허물게 하고 영도의 네 성문을 지키게 했다. 오나라는 초나라와의 전투에서 완승을 거둔 것이다.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