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12월20일
동지 팥죽 사러 본죽에 가요
김치 통에 무엇을 넣어서 줄까? 많은 생각을 했다. 케이크를 사 줄까? 선물 가게에서 산 탁상용 달력을 넣었다. 예쁜 성탄 카드에 내 마음을 꼭꼭 적어서 넣었다. 그녀가 김치를 건네주면서 ‘언니 반찬 통 그냥 주세요, 비닐에 넣어서 드리기가 그래서요.’ 그녀의 마음이 충분히 전해온다. 주는 마음을 그대로 감사히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예전에 친정엄마가 옆집에서 접시에 부침개나 떡이나 반찬을 받으면 빈 접시로 돌려 드리지 않았다. 부침개를 고소하게 부쳐서 드리든지 소시지를 드리는 것도 많이 보았다. 군인이셨던 아버지 덕분에 구하기 어려운 것을 우리는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
내일 동짓날이라서 팥죽을 사러 갔다. 그녀에게도 사주려고 했는데 어제 재래시장에서 사 왔다고 한사코 사양한다. 운동 삼아 <본죽>까지 걸었다. 내일이 동짓날이라 주문이 많았다. 동짓날에는 엄마가 쑨 동지팥죽이 먹고 싶다. 새알을 넣어서 큰 솥에 하나 가득 쑤었다. 커다란 나무 주걱으로 계속 저었다. 김이 얼굴을 덮으면 목에 두른 수건으로 닦아가면서 팥죽을 쑤던 엄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엄마를 닮아서 그런지 이름 지어진 날을 꼭 챙기면서 지낸다.
‘젊은 애가 뭐 그렇게 챙기면서 사느냐’라고 친구들이 놀리기도 한다. 사는 게 어떤 큰 것에 의미를 두고 사는 것보다는 작은 일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고 즐기면서 살고 싶어서다. 정월 대보름이면 나물과 오곡밥을 짓고 부럼을 깨고 귀밝이술을 마시면서 하루를 보낸다. 생일도 꼭 챙겨준다. 엄마는 자식 생일에는 떡을 꼭 만들어주셨다. 잊지 않고 챙겨주셨다. 케이크를 사 들고 오시던 아버지의 멋진 모습도 그립다. 군복이 너무 멋지게 어울리던 젊은 날의 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나오려 한다.
금요일에는 두부 아저씨가 오시는 날이다. 트럭에 두부와 어묵과 김, 달걀, 칼국수를 싣고 와서 아파트 어귀에서 귀에 쏙 들어오는 억양으로 방송한다. 동네 어르신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아저씨다. 손두부가 맛있다. 금요일 두부 아저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들어오는 길에 아저씨를 만나서 두부와 어묵을 샀다. 그녀에게 두부 한 모를 사서 주었다. ‘언니 만나면 손이 언제나 두둑해’하면서 예쁘게 웃는다. 그래, 당신에게 두부를 사 줄 수 있어서 내가 더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