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량 교수의 클래식 기타와 노래 콘서트
물오른 봄날의 하루, 바람결에 꽃비가 허공을 가르고 흘러가는 마음은 선율을 따라 간다.
그 선율을 따라가는 토요일 오후,
살아가는 날들의 일정이 빡빡한 주말이기도 하지만
시와 음악, 노래와 연주가 있다 는 “안성 시립 도서관 다목적 홀”로 바쁜 발걸음을 놓았다.
그 총총한 발길을 따라 이르고 보니
목원대학교 독일 언어문화학과 정경량 교수님의 “기타와 함께 한 세월 40주년” 기념 콘서트 장에는
이미 많은 지인들과 교수가 아닌 기타리스트로서의 그의 진면목을 만나 고 싶은 청중들로 가득했다.
아마도 살아오는 내내 기타와 뗄 레야 뗄 수 없었던 한 사람의 긴 여정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조명이 꺼지고 약간의 긴장감을 지닌 교수님의 인사 속에 그 옛날 14세 소년의 모습이 보인다.
솜털 보송보송하고 앳된 그러나 뭔가를 해낼 것 같은 강한 의지...언뜻 비친 그 소년이
어느덧 40년을 훌쩍 뛰어넘어 시공간 속에 함께 존재하는가 싶었더니
어느새 긴 손톱을 세우며 애인을 안듯이 소중하게 기타를 가슴에 품는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귀를 세우려는 찰나 들리는 목소리는
“노래”라는 말의 어원이 “놀이” 라면서 기타와 더불어 공연 내내 즐거움을 선사할 것임을 예고하고
기타의 장점은 연주하면서 노래까지 할 수 있다는 것임을 강조하는가 싶었더니
순식간에 선율이 흐르고 동요 “옹달샘”이 무대를 휘젓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시작이 좋았다....여기저기서 음률을 따라 허밍으로 분위기를 돋운다.
역시 누구든지 지나간 과거는 아름답다.
이어지는 동요 선곡에 죄다 추억 속으로 잠겨들고 새삼스럽게 어린 시절의 보따리가 풀린다.
게다가 두 딸을 키우면서 숱하게 들려주었다 는 “슈베르트의 자장가”를 듣는 동안에는
시간이 멈춘 듯,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고요와 정적만이 주인공 일 수밖에 없었다.
이어지는 윌리엄 워즈워즈의 “무지개” 시낭송 운 률 에는
한 번쯤 되어 보고 싶었던 시인이 되어 상상의 나래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특히나 14세에 이미 헤세의 첫 시 “방랑길에”의 진수를 알고
20세에 “데미안”에 빠져 그 후 헤세 전문가가 되어 한국 헤세 학회장까지 겸한다는
그의 수줍고도 떨리는 목소리로 낭송되는 시 귀 앞에서는
감동이 물밀듯이 밀려오고 그 감동의 도가니에 빠져드는가 싶더니
어느 틈엔가 낯익은 선율이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기타의 선율로 듣는 트로트라니...기가 막힌 조합이 아닐 수 없다 싶은데
그것도 사제 간에 호흡을 맞추는 2중주 다.
말하자면 그에게는 오늘의 연주를 빛나게 하는 4분의 스승님이 계시고
국내의 송경수 선생님과 한일수 선생님, 캐나다의 게리 안토니오 교수님, 독일의 레자 치사즈 교수님이 바로 그들로서
오늘 그중의 한분이신 송경수 선생님과의 국내 최고의 트로트라는 “애수의 소야곡”과 “ 밀양아리랑”을
스승과 제자로서가 아닌 기타리스트로서 압권의 연주를 들려준 셈이나
한 무대에서 주연과 조연의 역할을 충분히 감당해 주신 스승님 덕분에
더더욱 인간적인 공연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뒤이어 이어진 22세에 운명적으로 만나져 평생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도록 결심하게 했다는
모차니의 “호수의 축제“와 스승 레자 치사즈의 ”바닷가의 성“과
스페인의 민요 ”말라게냐“에 이르러서는 절정의 분위기와 상승기류 덕분에
이곳저곳에서 흥겨운 손장단이 함께 어울리고
호세 펠리시아노의 ”케 사라“가 들려지자마자 그냥 지나 갈 수 없다는 듯이
한 목소리로 케 사라 케사라아...합창이다.
결국 그와 우리가 그 짧은 시간에 한 마음이 되어 나눈 것은 연주자와 청중으로서가 아니라
그가 부른 “생각은 자유롭다”는 노랫말처럼 마음먹기에 달린 삶 조각이 아니었을까 싶다.
또한 살면서 고단함과 어려움이 몰려올지라도
긍정적인 마음 자락 하나 든든하게 유지하면서 더 나은 세상으로 다가서자는 메시지가 아닐까 한다.
공연의 마무리로 선택되어진 곡 “You raise up”은
피아노의 큰딸 정혜리와 첼로의 작은 딸 정혜솔의 협연으로 이어지면서 연주의 피날레를 장식하고
사람들에게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어주며 다함께 손을 잡고픈 충동을 남기지만
다시 한 번의 앵콜송으로 들려진 존 덴버의 “애니 송”을 흥얼거리느라 손잡을 기회를 놓치고 말았으나
시간의 여백없이 연주되어진 사이사이에 그의 가장 인간적인 면모는
보여지는 그대로 물 한 모금으로 기운을 받고
때로는 엉키는 손가락의 불협화음으로 기억된다.
절대적으로 음의 부조화를 용납하지 않을 것 같았던 그의 연주 역시
무대 위에서 긴장의 끈이 너무 강하지 않았나 싶어 조금은 아쉬웠지만
그런대로 아마추어 치고는 부족한 음향 시설과 완벽하지 않은 조명에 비해서
최고의 선율을 선사한 셈이다.
그 하루...봄날의 따사로움과 걸 맞는 완벽한 날이 되었다.
첫댓글 아~! 함께 하지 못해서 아쉬워라~! 좋았겠는데...
맞다...연락할 생각을 못했는뎁쇼. 워낙 바쁘다 하시니...
바쁘다기 보다 매여있지요~! ㅋㅋ
다녀 오지 않았지만 공연장에 앉아 있는 기분입니다. 정말로 좋았겠습니다. 누리고 사는 님이 부러워요...
ㅎㅎㅎ 그러게요. 안성으로 내려온 보람이 있습니다요.
햇살님 만나서 넘 반가웠습니다. 울쩍한 마음에 가지 않으려 했으나 친구들과의 약속이 있어서 어쩔수 없이 갔는데... 넘 잘 다녀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의 마음을 달랠수 있어서 고맙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좋은 님들께 언제나 평화를 빕니다.~~~
에고...마음이 힘들었구나. 그래도 만나서 너무 반가웠는데 다음 행선지 때문에 오랫동안 함께 하지 못해 미안 했어요. 비 오는 날, 날 궂이 하러 미리네 친구랑 함께 오세요.
그러게요... 보이차가 좋긴 좋은가 봅니다. 다음날이면 몸이 훨씬 가벼움을 느끼게 되서요. 자주 놀러 가야겠어요~
ㅎㅎㅎ 맞아요. 자주 오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