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글과 인연. 244
[살아내야 한다는 것]
내가 왜 이 글의 주제를 ‘감천문화마을 여행기’라 하지 않고 ‘살아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이번 여행이 나를 그 문제로 묶어 버렸기 때문이다. 우선 나는 내 인생 70
에 학창시절 30리 산길로 통학을 한 것 외에는 이번처럼 많이, 그것도 심하게 오르고 내리는
길을 걸어본 적이 없다. 그 결과는 내 발목이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시큰거리고 있다는 것으로
증명할 수 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여러 지역 중 내가 가보지 않은 곳을 살펴보던 중 내 눈을 이끈 것이 ‘문화
마을’이라는 이름이었고, 인터넷을 통해 본 사진과 마을 소개 글이 내 마음을 잡아버렸으며 특
히 마을에 게스트하우스가 있다는 것에 동하여 덜컥 전화로 방을 예약해 버렸다. 일박에 4만 원,
그러니 호텔이나 모텔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조용하겠기에 시집 원고를 정리하는 일에도 좋으
리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결과론적으로 원고 정리를 위해서는 탁월한 선택이었지만 그 외의 문제로 본다면 치명적(?)인
실수일 수도 있는 선택이 되었다, 하지만 늘 새로운 지역, 새로운 환경, 새로운 음식을 주저 없이
찾고 즐기는 내 성향으로는 나름 인생에서 겪을 수 없는 겪음을 당해 본 즐거운 여행이 되어준
것도 사실이다.
수요일 아침, 계란 후라이 두 개로 아침을 대신하고 열차를 이용해 부산역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1시. 그곳에서 전철로 자갈치 역을 가서 시장을 잠시 돌아본 후(아내가 대하를 그리 좋아하기에
올라가는 길에 살까 싶었는데, 철이 아닌지, 보이지 않았다.) 길을 건너 남포동 시장 골목에서 국
수로 점심을 대신하고 천천히 걷기를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확인한 바로는 자갈치 역에서 마을까지는 도보로 40분 거리, 숙소 입실은 오후 3시
이후이므로 점심을 먹고 천천히 걸어가리라 생각을 한 것이다. 그렇게 걸어서 토성역에 이르렀고,
거기서 지나는 사람들에게 마을로 가는 길을 물었는데, 거기서 20분이면 갈 수 있다고 대답은 하
면서 내가 걸을 것이라 하니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하지만 내 고집도 한 가닥 하는지라, 여러 사람의 말을 무시하고 걷는다. 그리고 그 결론은 내가
참 바보스러운 결정을 할 때도 있다는 깨달음이었던 것이다. 20분 거리, 아무리 천천히 걸어도 1
시간 내에는 가능할 것이라는 내 판단은 대로를 벗어나 버스 한 대가 다닐 만한 길로 접어들면서
착오라는 느낌을 받았다.
굳이 길이 어떤가?를 소개 한다면, S를 세워놓고 무거운 것으로 내리 눌러 납작하게 된 S 형태의
길, 그 굽이가 내가 차로 다녀본 어떤 고개나 혹은 령이라고 부르는 길에서도 보지 못한 형태의 길
이었고 그 경사가 적어도 45도가 넘는 길이었으니, 굽어진 길에서는 차가 서로 지나칠 수 없는 길,
나는 운전을 하면 고속도로 보다는 국도, 국도 보다는 지방도를 즐기는 편인데, 그 길만은 차를 운
전해서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가파르고 굽이진 길이다.
버스 정류장이 백여미터 정도의 거리마다 있는 길, 만일 그렇지 않다면 버스를 이용해도 그 남은
거리를 걷는 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길, 특히 그 지방은 노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길이니
더욱 그럴 밖에 없는 길이었다.
어쨌든, 헐떡거리며 걸었고, 후회하면서 걸었고, 나의 무지함을 꾸짖으며 걸었다. 그렇게 도착한 숙소,
그 이야기는 다음 호에 소개해 드리겠다.
첫댓글 그래도 다행하게
관절은 아직 튼튼하신가 봅니다...ㅎ
그냥 천천히 느림으로 다닌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