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악회가 계획한 장령산(掌令山 뜸벌산)과 귀룡산(歸龍山)은 얼마전에 아내와 다녀온 곳이다. ☞ blog.daum.net/bok-hyun/973
그래서 날머리 부근의 지리봉으로 올라 낙남정맥으로 올라선 뒤 봉대산을 찍고 U턴, 양전산을 거친 뒤 부련이재로 내려오기로 한 건 궁여지책이었다.
지리봉으로 오르는 산길은 묵어있어 걸음은 지체되고, 군데군데 파헤쳐진 멧돼지들의 흔적들로 오싹함이 느껴졌다.
잡목의 저항을 피해 천천히 오른 토봉(土峰)의 지리봉(258.5)은 흙만두같이 가운데가 움푹 파여진 모습이다.
높이 1m가량의 원형으로 된 토단(土壇)이 둥글게 토축되어 있어 아무래도 봉수대인 듯하였으나 확인할 길은 없다.
지리봉(智異峰)의 이름은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智異山)에서 가져온 뒤 표지기를 걸었다.
봉대산(鳳臺山 403.3m)은 사천시 정동면 소곡리 객방(客坊)마을과 고성군 영현면, 진주시 금곡면 죽곡리에 걸쳐 있는 산이다.
옛날에는 이 산을 경계로 남쪽은 사천객방,·동쪽은 고성객방,·북쪽은 진주객방이라 불렀다고 한다.
봉대(鳳臺)는 봉황이 앉는 자리를 의미하지만 주변보다 높아 우뚝한 곳을 말한다.
봉대산에서 서쪽 귀룡산 방향으로 살짝 내려선 안부는 객숙치(客宿峙)다.
객숙재는 고성이나 삼천포에서 금곡면·개천면·진성면 등으로 넘어다니는 고갯길로서 객방동(客坊洞)에서 이름이 유래했던 것으로 보인다.
객방은 옛날 철을 캐던 야철지로 외지에서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어 취락을 이루어 살았다고 하여 손님 '객(客)' 자를 넣어 객방이라 부른 것.
양전산(陽田山)은 ‘양지바른 밭이 있는 산’이라는 뜻이니 산자락에 궁핍함을 면하게 해주는 밭이 있었던 듯.
귀룡산에서 남동쪽으로 뻗어내리는 낙남정맥은 부련이재를 지나 계속 남동진하지만 우리는 부련이재가 종점이다.
낙남정맥은 지리산 영신봉에서 낙동강 남단을 달려 낙동강 하구에서 끝을 맺는 약 200km의 산줄기.
경남 고성(固城)은 ‘무쇠로 만든 단단한 성’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돌보다 강한 것이 무쇠이므로,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성곽도 철옹성에 비유한다.
고성의 본래 이름이 철성(鐵城)이라 했으니 철옹성에 준하는 무쇠의 성인 셈이다.
단 고성을 말할 땐 꼭 경남 고성이라 불러야 하는데, 이는 걍원도 고성(高城)과 구분하기 위함이다.
산행궤적
파일.
거리는 7km가 채 되지 않지만 시간은 천천히 4시간이 넘게 걸렸다.
고도표.
(산길샘> 앱.
산길샘 통계.
지리봉에서 표지기에 글을 썼지만 서두에 사진을 올렸다.
버스는 장령산(뜸벌산) 들머리인 사천자영고등학교 앞에서 일행들을 내려준 뒤 날머리인 부련이재를 가기 위해 고봉리를 지난다.
나는 고봉마을복지회관 앞에서 차에서 내려...
범상치 않은 노거수 가까이로 다가 가...
400살이 넘은 느티나무를 살핀다.
마을 앞 너른 공터에 마을회관과 함께 있어 주민들 쉬기가 딱 좋겠다.
마을회관 앞 운동기구가 있는 방향으로 접근하며...
지리봉 낮은 산자락을 올려다 본다.
접근하는 길은 분뇨냄새 풍기는 축사 옆으로 와도 될 것.
길을 꺾어 산자락을 접근...
비스듬한 사면을 통해서 능선 끝자락으로 붙는다.
사면 우측으론 과수원으로 조성되는 중.
지형도를 확인하며 능선 끄트머리로 가까이 접근하여...
조성 중인 과수원과 잡목 우거진 산 경계를 통하여...
네이버지도의 트렉대로 능선쪽 길을 찾아 보지만 여의치 않아...
더 위로 올라가며 좌측 능선쪽으로 촉각을 곤두 세운다.
그러다가 다소 헐거운 산자락으로...
올라 보았더니...
묵묘다. 이곳에서 길을 찾아 보았으나 또한 여의치 않아...
조금 내려와 좌측 사면으로 잡목을 피하여 지능선에 붙으니...
멧돼지들이 한바탕 놀고 간 진흙목욕탕.
온 동네가 그들의 놀이터.
누가 돼지더러 돼지꼴통이라 했는가?
비가 올 줄 알고 포크레인(주둥이)으로 구덩이를 파놓으면 어김없이 비가 내려 목욕탕에 물을 채워 놓는다.
우리나라 기상청보다 더 적중하는 기상관측이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산길에...
목만 내 놓은 묘지 비석.
묘를 지나고...
둥그스럼하게 토단이 쌓여진 모습이 이상하여 지형도를 확인하니 지리봉이다.
거의 토성에 가까운 모습이라...
토봉수(土烽燧)도 있는가 하여 자료를 찾아 보았으나 흔치 않았다.
마치 흙만두를 빚어 놓은 모습으로...
가운데가 옴팍한 모습이다.
배낭을 벗어놓고 표지기에 글자를 썼다. 이름은 지리산에서 가져와 '지혜가 남다른 봉'이라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가는 산길은 희미한 옛길 수준.
아무래도 여유가 있는 걸음.
묵묘를 지나며...
비석을 확인하니 '경산 전'씨.
이넘들 고운 흙으로 봉분을 만들어 놓았더니 그 위에 이렇게 진흙목욕탕을 만들어 놓았네.
이건 또 뭐꼬? 아예 공중탕이로군.
이렇게 진흙목욕탕을 만들어 놓으면 어김없이 비가 내려 물을 채워 넣는 것.
금방 꿀꿀거리며 놀다 간 듯 발자국이 선명하다.
돌 축대로 봉분을 감쌌지만 이제 망각의 세월속으로 잊혀져 가기도...
노란색 송전탑 리본을 따르면...
키 큰 미국 자리공 군락 위로 철탑이 섰다.
묵묘를 지나고 한참 올랐더니...
무덤.
무덤에는 어김없이 멧돼지들의 횡포가 있다.
능선(낙남정맥)에 올라서자...
낙남정맥 등산 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안내도 옆 묘지 옆으로 올라왔으니 안내도에다 '지리봉→중땀' 갈림길이라 살짝 적어 넣었다.
봉대산 방향으로 오르다 잡풀 우거진 평지 옆의 표식기들.
잡풀을 헤치며 봉대산으로 접근하다 바닥에 떨어진 살구를 카메라에 담는다. 봉대산엔 몇 그루의 살구나무가 있다.
봉대산 정상석 옆에...
'鳳臺山'이라 쓰고 서명을 한 표식기를 걸었다.
그리고 셀프 촬영을 하는데, 깃대봉이 올라왔다.
카메라를 맡겨 반듯한 사진을 찍었다.
누군가 방향을 잡아준 이정표.
묘지 터.
그런 뒤 닿은 양전산에서 역시 '陽田山' 표식기를 걸었다.
그런 뒤 기념사진.
더 가까이.
얼추 내려오자 만난 무덤의 주인은...
경산 전씨.
부련이재 고개에 대기 중인 우리 버스가 보인다.
절개지 안전 휀스 옆으로 돌아...
버스를 바라보니 우리 내려온 곳은 우측이고, 좌측은 역시 낙남정맥의 대곡산 방향이다.
부련이재는 버스가 대기할 충분한 공간이 있다.
우연히 '종오소호(從吾所好)'라는 글귀를 접한다.
이 말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따르겠다.'라는 말.
子曰(자왈) "富而可求也(부이가구야)인댄 雖執鞭之士(수집편지사)라도 吾亦爲之(오역위지)어니와 如不可求(여불가구)인댄
從吾所好(종오소호)하리라."
공자께서 말씀하기를 “부를 구해서 될 수 있다면 비록 나는 말채찍을 잡는 사람 노릇이라도 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구해서 될 수 없는 것이라면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따르겠다”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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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사진)
봉대산(403.3m사천,진주),지리봉,양전산,부련이재
산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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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5 10:4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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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옛말에 용기있는 남자는 미인을 얻는다는 말이있죠? 김복현씨는 자기가 좋아하는 산을 자기 몸에 맞춰 즐길 줄 아는 전정한 산꾼입니다. 한마음산악회를 위해 본인의 능력과 재주를 많은 사람들이 함께 누렸으면 합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궁여지책이었죠. 우연하게도 산행지가 모두 답사한 곳이라 어쩔 수 없이 외도를 하게 되네요.
잡목을 헤치는 건 필연이고요. 혼산은 인기가 없는 코스의 방증이죠.
내일도, 그 다음도 어쩔 수 없이 외도일 수밖에 없네요. 그럼 낼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