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부터 몸 상태가 최악이었습니다. 목요일 훈련 스케줄도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몸 상태가 나빴고, 급기야 금요일에는 감기 몸살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토요일 아침에 늦잠을 자고, 흩트러진 몸을 잡기 위하여 운동화 끈을 다시 고쳐 매고, 집근처 우레탄도로에서 조깅을 합니다. 겨우겨우, 초 슬로우 조깅을 20분 실시하고, 다리의 힘을 잡아보기 위하여, 기록주를 체크합니다. 보통 중요한 대회전에는, 하루전날 운동장에서 1000m 최고기록 체크를 하고, 다음날 대회의 컨디션을 점검하는 편인데, 오늘은 몸상태가 너무나 나빠서, 운동장이 아닌 공원에서 훈련을 하였습니다. 조깅이 끝나고, 완전회복후에,340m 전력주를 실시하였습니다. 직선주로의 거리가 340m라서 더 길게 하고 싶어도 상황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42초 중반의 기록이 나옵니다. 최악의 몸상태에서도 스피드는 아직 죽지 않았던것이 위안 거리였습니다. 다시 완전회복후 1회를 더 실시하였지만, 이번에도 42초 초반입니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 간만에 다리미질 까지 마치고, 서둘러 서울로 향합니다. 홍보부에 근무하는 강영민주임의 결혼식이 있는 날입니다. 한송이 아름다운 꽃으로 거듭난 신부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부페에서 내일 경기때 부담이 가지 않는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마치고, 안산으로 돌아와서 일요일 대회 준비를 합니다. 회사동료의 결혼이 아니었다면, 하루전에 대회장소로 이동하려고 했는데, 사정의 여의치 못했습니다. 이번 대회는 가을 대회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중요한 대회입니다. 국내에 좀 뛴다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철원DMZ평화마라톤은 참석합니다. 아침이 밝아오기전인,새벽 3시30분에 일어나서 시청으로 향합니다. 시청에는 안산에서 단체로 맞추어둔 버스가 철원으로 이동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번대회는 가장 규모가 큰 대회인 만큼 주최즉에서 무표셔틀버스까지 준비해 주었지만, 무료셔틀버스는 우리의 입맛대로 움직여주지 않기에, 차라리 회비를 거두어서 버스를 한대 신청하였습니다. 대회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부족한 잠을 보충하였습니다. 출발전에 수분섭취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특수조제한 음료를 모두 비우고, 다음으로 대회를 뛰면서 소진되기 쉬운 성분들이 첨가되어있는 특수음료를 한통 조제하여 시간에 맞추어 마셔줍니다. 음료공급은 대회때 음료를 공급받는 시간과 유사하게 실시하여야 몸이 잘 반응 할 수있습니다. 즉,15분~20분 간격으로 음료를 마셔주어야 합니다. 대회장에 도착하여, 뉴턴런닝코리아가 있는 부스에서 반가운 지인들도 만나고, 신발에 대해 문의해 오시는 분들과도 눈인사를 나누어 봅니다. 출발시간이 임박해오고, 전투식량 4개를 지참하여, 스트레칭과 아주 가벼운 조깅을 마치고, 출발선상으로 이동하면서, 첫번째 전투식량을 먹어줍니다. 대회장에 항상 넉넉하게 전투식량을 챙겨가지만, 주변에서 준비해오시지 못한분들께 나누어 주다보면, 늘 부족한 편입니다. 출발선상에는 대회규모만큼 이름있는 정치인들이 많이 오셨습니다. 당연히 오늘 대회의 사회는 마라톤 대회 최고의 아이콘이신 인기개그맨 배동성님이 맡으셨습니다. 드디어 출발입니다. 오늘 대회는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인 도나티엔[김창원]아우님이 불참하였습니다. 부상의 이유도 나름 있었지만, 중국텐진대회에 참가하기 위함입니다. 사실 제게 먼저 육상연맹에서 제의가 왔었지만, 휴가를 뺄 수 있는 여유가 없어서 포기했었습니다. 가장 확실한 김창원님이 빠지자, 초반은 탐색전이 될것 이라는 예상은 어김없이 빚나갔습니다. 출발과 동시에 심재덕님이 승부를 걸어옵니다. 덕분에 초반부터 레이스가 뜨거워 졌습니다. 저는 오늘 대회를 위해 많은 준비를 했었습니다. 비록 컨디션은 최악이었지만, 오늘 철원의 날씨와 습도,그리고, 참가자의 몸상태등을 이미 모두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유비무환이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고사성어를 평상시 마음속에 품고 있기에, 오늘처럼 큰 대회는 더욱 그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늘 날씨는 출발전에 16~17도이며, 골인싯점때는 20도입니다. 물론 오후 늦게는 많이 무더워 지겠지만, 오늘 초가을 날씨치고는 달리기에 상당히 좋은날씨에 속합니다. 저는 영상5도~8도일때 가장 기록이 잘 나옵니다. 마라토너들이 가장 즐기는 기온은 영상 8도~11도입니다. 여러 경우의 수와, 오늘 예상기록까지 생각하고 대회에 임하였습니다. 습도는 조금 높은 출발전 85%에서 골인싯점은 75%였습니다. 초반부터 레이스에 박차를 가하는 심재덕님과 함께 레이스를 리더해 갑니다. 5km를 17분48초에 통과합니다. 혼자서 앞쪽에서 속도를 올려나갔고, 바로 뒤에, 심재덕님, 서건철님,신정식님,송기산님등 쟁쟁한 주자들이 숨소리 하나 흩트러 지지 않고 뒤 따르고 있었습니다. 하나같이 훈련을 많이 했는지, 거친 숨소리를 내밷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앞에서 끌고 나가지만, 단순하게 편하게 끌로나가면, 무조건 제가 불리한 싸움입니다. 속도의 변화를 줘 가면서 상대방의 힘을 분산시켜나갔습니다. 8km 지점에서 신정식님과 송기산님, 그리고 저까지 세사람이 달려가고, 조금 떨어져서 다른 분들이 뒤따르고 계십니다. 선두에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 동안 신정식,송기산님은 그 페이스 그대로 앞으로 나가버립니다. 초반부터 너무 과열된 양상이고, 앞에 두분보다는 뒤따르는 심재덕님, 서건철님, 이순관님이 더 무게감에서 크게 느껴져 그들을 경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10km를 17분53초에 통과합니다. 약간의 오르막길을 상당히 빠르게 달려나가고 있는것입니다. 뒷주자를 경계하는 동안 앞주자 두분은 거리를 벌려나갔고, 기다리던 뒷주자분들이 합류하였습니다. 평소보다 조금 빠르게 두번째 전투식량을 복용합니다. 여기서 부터 작전에 들어갑니다. 이때까지만 해도,내가 생각했던 오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심재덕님 이었습니다. 심리전과 인터벌로 공방전이 이어집니다. 서건철님은 묵묵히 뒤에서 나서지 않은채 뒤따르고 있었습니다. 15km를 18분06초에 통과합니다. 앞주자와 더욱 거리가 멀어져 가고 있지만, 지금 함께 달리고 있는 분들의 역량이 워낙 대단하신 분들이라서 두분과의 레이스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어 두었습니다. 20km를 18분17초에 통과합니다. 지나친 견제 때문에 속도가 다소 떨어지는 감은 있었지만, 지금 기온과 몸상태를 감안하면, 최고의 속도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세번째 전투식량을 평소보다 일찍 개봉하여 먹자말자 바로 승부를 던져봅니다. 이 승부점이 23km지점입니다. 1km짜리 인터벌을 앞에서 사용하였던 인터벌보다 많이 강하게 사용하였습니다. 이 인터벌은 상대가 따라오지 못하게 할때 사용하는 인터벌입니다. 시합때 사용하는 인터벌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인터벌거리의 차이도 있을 수 있고, 상대에게 데미지만 가볍게 주는 인터벌과, 상대를 한방에 보내버리는 인터벌도 있습니다. 이지점에서는 승부수를 던졌기때문에 완전제압용 인터벌이라 할 수 있다. 만약 따라오게 된다면, 2차작전이 전개될 것입니다. 역시나, 생각대로, 맞아 떨어졌고, 더 이상의 추격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안심단계가 아닙니다. 서건철님이 사정권에서 완전히 멀어졌지만, 약 100m 뒤에 합류한 이순관님과 심재덕님은 여전히 저를 사정권에 두고 뒤따르고 계십니다. 뒤를 견제하자니, 앞주자와의 거리는 이젠 보이지 않을 만큼 거리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25km를 18분24초에 통과합니다. 30km를 17분07초에 통과합니다. 앞서간 송기산님을 따라 잡았지만, 현재 단독선두로 달리고 있는 신정식님과의 거리는 어림잡아도 500m는 되어보였습니다. 마지막 전투식량을 먹어주고, 힘을 내어보지만, 좀처럼 거리가 좁혀지지 않습니다. 아마도 제가 계산을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뒷주자를 경계했지만, 오늘 중심은 심재덕님이 아니라,현재 폭풍질주를 하고 있는 신정식아우님 이었습니다. 35lkm를 18분57초에 통과합니다. 아마도 앞구간이 조금짧았고, 현재의 구간이 조금 거리가 길었던것 같았습니다. 이제 남은 거리는 7.195km 입니다. 작년에 도나티엔 아우님에게 밀려 2위에 머물렀는데, 오늘 다시 작년의 전처를 경험하기 싫었기 때문에,여기서 전부를 거는 작전이 시작됩니다. 팔스윙 각도부터 변화시키고, 기아변속을 최대로 올려봅니다. 이제는 중거리 선수가 되는 것입니다. 열심히 선두추격에 나서 보지만, 이미 탄력을 제대로 받은 선두와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이렇게 39km지점까지 달려왔습니다. 이젠 남은거리는 3.195km 뿐입니다. 선두와의 거리는 조금 좁혀져서 약300~350m 정도의 거리차가 납니다. 40km지점에서 물먹는것도 포기하고, 구간기록 체크도 포기한채, 오로지 집중하여 한발이라도 앞주자와의 거리를 좁혀가야만 했습니다. 이제 사정권입니다.50m 입니다. 이때, 신정식 아우님이 속도를 올려 버립니다. 더 이상 거리가 좁혀지지 않고, 힘겨워지는 싯점에 주변의 응원소리가 들려옵니다. 그 응원의 힘으로 벌어진 50m를 따라 잡습니다. 여기서 최대의 접전이 벌어집니다. 선두추월과 동시에 인터벌을 사용하였는데, 신정식 아우님이 맞불을 놓습니다. 신정식 아우님은 축구선수출신으로 스피드가 가장 좋은 편입니다. 400m를 50초에 뛴다고 하니, 막판싸움은 어떻게 될지 감히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저 역시 400m를 51초에 달립니다. 저의 200m 최고기록은 23초70입니다. 맞불이 붙은 이 지점에서 200m를 거의 최고기록에 근사치로 사용하였고, 막판정신력에서 조금 앞선 제가 기선을 제압합니다. 아! 졌다. 그 외마디의 소리를 뒤로하고, 저는 그대로 앞으로 나아갑니다. 순간적으로 거리는 50m정도 벌러지고, 약간의 여유를 가져봅니다. 골인지점이 얼마남지 않았지만, 한번더 접전이 있을 수 있기에, 힘을 충전하고, 준비를 하였지만, 더 이상의 추격은 없었습니다. 41.3km지점에서 41.5km지점에서 벌어진 200m의 사투는 토요일에 전력주 훈련의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고 할 수있습니다. 절대 스피드 싸움에서 제가 백지 한장차이로 이길 수 있었던것은 훈련과정에서 나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결승점을 향하여 두팔을 번쩍들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답례합니다. 이제 조금 여유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골인입니다. 마지막 7.195km를 24분56초에 통과하였습니다. 총소요시간은 2시간31분39초입니다. 작년보다 무려 8분이나 경신하였습니다. 특히 마지막 3.195km를 9분대에 주파한것은 운도 따랐지만, 마지막 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저의 의지가 기적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마지막까지 멋진 레이스를 해준 신정식 아우님께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나더 가미된다면, 저의 애마인 뉴턴 런닝화의 저력도 큰 힘을 보탰습니다. 언제나 저의 애마 뉴턴화는 후반에 더욱 힘을내는 묘한 마력을 가진 신발입니다. 인터뷰와 시상을 마쳤습니다. 오늘 10위까지가 모두 239를 달성하였습니다.역시 대단한 대회입니다. 239란? 2시간39분59초 이내의 기록 그중에서 저와 함께 훈련하는 안산팀에서 1,3,7등이 동시에 나왔습니다. 훈련을 묵묵히 잘 따라주고, 좋은결과까지 만들어주신 이순관님,강홍운님께도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안산에서 함께하는동안은 그들에게 최고기록을 쉼없이 경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같은 러너로서 제가 배풀수 있는 저의 마지막 배려이고, 나아가서 우리나라 마스터즈의 기량향상과 저변확대를 위해 당연히 지속되어야 할 일들입니다. 안산으로 이동하여 간단히 한잔하고, 영양보충을 하였습니다. 역시나 대회후에는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아직도 풀리지 않는 문제점입니다. 오늘 철원대회는 대회주관사가 한국일보이지만,메인 스폰스는 (주)그래미 회장님이신 남종현회장님이십니다. 이 대회에 10억이나 되는 거금을 매년 쏟아 붇고 계십니다. 마라토너들에겐 가장 고마우신 분입니다. 여명 808,여명909, 해외에 수출하는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브랜드입니다. 공장을 견학하면서 그 생산량과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마라톤 저변확대에 변함없는 관심을 가져주시는 그래미 남종현 회장님께 고개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돌아왔습니다. 마라톤을 하면서 알아야 할 기본적인 상식은 대한민국 마라톤계의 아버지이신 서울마라톤의 박영석회장님과 그래미 남종현회장님같은 분들이 더 많이 마라톤에 관심을 가져줘야 대한민국의 마라톤이 일본을 따라 잡는날이 앞당겨 질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인없는 강원FC 까지 후원하면서 사회환원도 많이 하시는 남종현 회장님, 제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존경하는 박영석회장님은 제가 마라톤을 하는 동안 영원히 제 가슴속 깊은곳에 자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늘 꽃을 피우는 마음으로 하루를... 저는 위대한 하루를 사는 정석근 이였습니다. |
첫댓글 아마추어 마라토너들도 이렇게 열심히 한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 참가기 입니다. 타고 난 소질이 있어야 하고,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과학적 트레닝을 해야 잘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남의 얘기지만 우리 회원님들에게 참고가 될 것 같아 오립니다.
마라톤은 몰라도 글쓰기는 억망이네요.내 컴퓨터 때문인지 몰라도 글을 읽을 수가 없습니다.
정상적으로 줄바꾸기가 된 글인데 복사해서 올렸더니 이렇게 답답하게 변했습니다. 이유는 모르고요...
좋은 참가기입니다. 하지만 우리들 처럼 건강관리를위해서 또는 단순한 취미생활삼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어려운 준비들 아닌가싶네요 아무튼 많은 도움은 될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