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유 가격이 연일 하락세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배럴당 100달러였지만 현재는 45달러(약 5만3천원) 수준이다. 1ℓ당 300원대
초반이다. 국내 휘발유 가격도 하락세다. 2015년 9월21일 기준 전국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1ℓ당 1508원이다. 관심은 추가 하락
가능성이다. 골드만삭스는 원유 공급 과잉이 계속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론 반대 의견도 많다. 하지만
신흥국 경기가 워낙 얼어붙고 있어 유가 회복을 낙관할 수는 없다.
원유 가격과 함께 추락하는 것이 있다. 바로 우유 가격이다. 우유
역시 신흥국 경기 하락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특히 2015년 3월 생산 쿼터제를 폐지했던 유럽은 직격탄을 맞았다. 쿼터제 폐지로 인한 공급
증가와 중국의 수요 감소가 겹치면서 우유를 팔 곳이 없어진 까닭이다. 러시아가 유럽산 유제품 수입을 금지한 것 또한 낙농가에는 큰 타격이다.
유럽의 대형마트에서 우유는 대체로 1ℓ당 1달러 안팎에 팔린다. 그러나 더 싸게 파는 곳도 있다. 독일 인터넷 쇼핑 사이트에서는 1ℓ당
55센트(약 650원)에도 팔린다. 생산원가가 나올지 의문이다.
이들과 달리 잘나가는 분야가 있다. 물 비즈니스다. 경기가 나쁘지만
국내외를 막론하고 생수 가격은 그다지 하락하지 않았다. 현재 국내 생수 500mℓ 가격은 400~700원이다. 수입 생수는 대부분 1천원을
넘는다. 최근 편의점 씨유(CU)가 내놓은 1ℓ 생수 가격은 800원이다. 정말 우유와 원유 가격이 물보다 싸다는 말이 나올
판이다.
아주 특이한 현상은 아니다. 원유와 우유 가격은 시장 상황에 따라 등락을 거듭해왔다. 그리고 물보다 싼 경우가 이전에도
많았다. 중요한 것은 향후 물 가격의 추이다. 전세계적으로 물 부족 현상이 심해지고 있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말할 것도 없다. 지중해 연안도 마찬가지다. 스페인 일부 지역은 몇년 뒤 사막으로 변할 가능성도 있다. 2015년 초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경제 전문가들이 10년 뒤 지구촌 최대의 위협 가운데 하나로 물 부족을 꼽았다. 물 공급이 줄어들지 않는다 해도
2030년까지 물 수요는 40%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도 예외가 아니다. 2015년 들어 전국 강수량은 평년의 절반
수준이다. 올해뿐 아니다. 몇년 전부터 기온이 오르면서 강수량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여름 장마도 사실상 사라졌다.
그렇게 보면
앞으로 가장 유망한 사업은 ‘물 장사’라고 할 수 있다. 물은 경기를 타지 않아 가격 등락이 심하지 않다. 또한 물 부족 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다. 전문가들이 물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물 산업에서도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지하수를
퍼올려 병에 담아 파는 방식으로는 오래가지 못한다. 캘리포니아와 스페인이 지하수 고갈 위험에 시달리는 것은 좋은 본보기다. 그보다는 에너지
소모가 적은 역삼투 기술을 이용해 담수화 방식으로 물 부족을 해결한 이스라엘의 사례는 본받을 만하다. 그런 것이 바로 미래를 열어가는 산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