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사랑 / 미국최초의 여성연방대법관을 지낸 샌드라 데이오코너의 말
“나를 기억하지 못하고 다른 여성을 사랑해도 당신만 행복하다면 나는 기쁩니다."
미국최초의 여성연방대법관을 지낸 샌드라 데이오코너의 말입니다. 그녀는 1981년부터 24년간 보수와 진보로 팽팽히 맞선 대법원에서 ‘중도의 여왕’이라는 칭송을 받을 정도의 균형추 역할을 잘한 법관이었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유방암으로 투병생활을 하던 시절에도 법관의 자리를 지켰으나 유명한 변호사인 남편이 알츠하이머에 시달리자 2005년 그 명예로운 종신직인 대법관 자리를 내놓았습니다.
그녀의 남편이 기억력을 잃고 부인마저 몰라보는 중증에 빠지자 곁에서 남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자 은퇴한 것입니다. 그런데 남편이 요양원에서 다른 환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습니다.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산책을 하며 키스를 하며 즐거워하는 장면을 자주 바라보며 남편을 미워하거나 그 애인을 질투하지 않고 오히려 오코너는 행복해하는 남편을 기쁘게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그의 아들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마치 사랑에 빠진 사춘기 소년 같아요. 어머니는 아버지가 정서적 안정을 되찾게 됐다며 좋아하세요.” 하며 항상 자살 이야기만 하던 아버지가 사랑에 빠진 뒤 행복해하는 모습을 소개했습니다.
남편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오코너의 사랑에 대하여 심리학자 메리 파이퍼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젊어서의 사랑은 자신의 행복을 원하는 것이고, 황혼의 사랑은 상대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사랑은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진정으로
행복해지려는 사람은 남을 섬기는 방법을 발견한 사람이다.-슈바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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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최초 여성 연방대법관 오코너,
2023년12월1일
향년 93세를 일기로 별세
영국 BBC는 고인의 삶을 길게 소개한 기사 말미를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이 ‘A WOMAN FOR ALL SEASONS’(늘 변치 않는 여성)이라며 대법관 후보로 지명된 뒤 청문회 도중 받은 질문과 답으로 장식했다. 질문은 대법원을 떠날 때 어떤 유산을 남기고 싶은가였다. 그의 답이다. “아, 묘비명을 질문한 거라면, ‘여기 좋은 판사가 누워 있다’ 였으면 좋겠네요.”
-서울신문 임병선 선임기자의 [메멘토 모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