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치원 아가들과 월요 법회를 하고 와서
오후에는 수구성취 다라니를 범어로 사경하였습니다
원 판은 고양에 사시는 관음사랑님 작품인데
원판에 순지를 대고 위에 써 보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거니와 여간 주의력이 필요한게 아닙니다
나는 그렇다 쳐도
관음 사랑님은 저와 같은 원상으로
어떻게 저 많은 글자로 이루어진 다라니를 써 보려
마음을 내셨는지 정말로 존경스럽기도 하고
시작부터 마치는 글자까지 한점 흐트러짐 없는 글씨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다라니경입니다
저 원상 다라니 뿐만 아니라
두장의 전지에 금강경을 원상으로 사경하여
사경 작품전에 출품하여 초대작가로서
많은 이들의 안목을 열어 주기도 하시는 등
무수한 작품을 나름의 안목으로 조합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구상해 내는 것을 보면
금생의 인연만이 아니고 전생부터 익혀 온듯한
사경의 공덕이 무궁무진하기만 합니다
오늘은 날이 저물고 형광등 불빛 아래서는
글씨가 분명치 않아서 잘못하면 오자가 날것 같아
내일 나머지 사경을 마무리 하려고 붓을 놓았지만
사경을 하는 내내 환희로운 마음으로 가득하였습니다
원래 아침 계획으로는 아가들 법회 마치고
서울에 가서 정우 서적을 방문하여
새로이 만들려는 대예참문의 오자 수정본을 전하고
몇가지 상의를 하고 오려 하였지만
날씨도 차고 비와 바람이 있기에
택배로 필요한 것을 보내고는 사경을 하였으니
오늘 사경은 날씨가 만들어 준 다라니입니다
나는 지금도 가끔 가다가
우리 아버지 스님께서 삼십여년 전에
금강경 탑다라니를 새로이 써 보시려
칸을 나누고 그림을 그리며 자자구구마다
그림과 어우러진 완전한 탑다라니를 만들고자
모눈 종이를 자르고 오리고 붙여서 만들어 보신
기본 판형을 들여다 보면서
누군가 사람들이 알아 주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신명을 바쳐가며 노력하신 공덕으로
오늘 날 우리가 이렇게 완전한 부처님 법과
만날수 있는 기회를 얻는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 한켠이 아련해 짐을 느끼기도 합니다
입적하시기 얼마 전에 내게
진언집과 중국에서 출간된 범서집을 주시기에
제가 언제 이것을 보겠습니까 하고
마지 못해 받아 모셔 두었었는데
이제 우리 스님이 금강경 탑다라니를 사경하시려
준비하고 노력하셨던 그 나이를 훌쩍 지나서
내가 화선지를 펼쳐 사경 아닌 사경을 하고 있으니
스님 생전에 스님 지니신 온갖 공부와 지식
그리고 지혜로운 생각들을 다 드러 내 놓고 가시도록
조금 더 잘 시봉하지 못한 것만 후회가 됩니다
그런 탑다라니 인연으로 관음 사랑님과
대구 지역에서 사경 수행자들과 같이 모여
부처님의 법음을 전하려 노력하는 선해인 보살님과
불향지 여러 회원들과의 만남도 이어졌으니
인연의 그물망은 마치 제석천의 인드라망 그물과도 같아서
온갖 세상에 두루하지 않음이 없음을 고마워 합니다
오늘 아가들과 법회를 시작하면서
다같이 큰 소리로 하하하 웃어 가면서
법회를 시작해 보자고 하니
녀석들 신이나서 좋아 죽을 지경입니다
ㅎㅎ
아가들 사진 몇커트 기본앨범란에 올려 놓았으니
보시고 자신들 어린 시절의 개구장이 모습 생각하며
한번 웃으십시요
원효사 심우실에서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