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균이는 현재 육군 포병으로 군복무를 이행하고 있습니다. 부대는 안양이라고 들었는데 이쪽 강화도로 파견나온 건지 아무튼 부대가 강화도 부근에 있었고요. 11시까지 곽도원, 저, 현우형이 회관에 모여 큰선생님과 점심 식사를 하고 출발하였습니다. 언제였던가 태균이가 먹고 싶어했다던 족발을 사들고 말이죠. 자 그럼 사진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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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맛있게 먹네요 ㅎㅎ 군대가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부식을 마음에 들어하는 병사들은 거의 없겠죠. 사회의 맛이 그리워지는 곳에 21개월을 있어야 하니 아무래도 바깥세상에서 가져온 족발을 맛있게 먹는 것 같습니다. (사실 태균이는 대단한 식성을 자랑하는 사람입니다) 지금 있는 곳은 면회소인데 부대 정문을 들어가서 왼편에 있는 위병소 뒤에 자리하고 있더라고요. 수용 가능 인원은 스무 명 가량 되는 것 같았습니다. (면회소의 시설은 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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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태균이 혼자서 한 팩을 다 먹더군요... 식성도 식성이지만 사실 군대라는 게 돌아서면 배고프다는 옛말이 아직도 전해내려오는 곳 아니겠어요. 고기가 많이 나온다고는 해도 사회 음식이 제일 좋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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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발을 드시는 큰선생님. 군대에서 고생하는 제자를 위해 서울에서 김포까지 다른 문우들을 데리고 와주시는 모습에 태균이가 감동.... 태균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오랜만에 태균이를 보았는데 군대 들어가기 전의 앳된 모습들이 거의 없어지고 인상이 무척 강건해졌습니다. 고등학생 때는 마냥 애 같았는데.. 군인이 되어 열심히 나라를 수호하러 포병에 입대한 걸 보니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태균이는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저는 도서관에서 일하다보니 나중에 휴가 나와서 오래도록 얘기하면 통하는 게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태균이를 다시 들여보내고 부대를 나온 후, 버스를 타고 조금만 이동하면 강화도가 나오고 그곳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5~10분을 가면 석모도라는 곳이 나온다기에,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지만 석모도로 가서 1박을 청하기로 하였습니다. 강화도에는 큰선생님께 오래 전에 배웠던 제자 한 분이 계신다고 합니다. 스텔라(별)라는 이름(아무래도 필명이거나 세례명이겠죠?)의 제자는 이미 오십을 넘으셨고 성당에서 일을 하신답니다. 하지만 전 다음날 있을 출근 때문에 그분을 찾아뵙지는 못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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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모도로 가는 배 위에서 찍었습니다. 사진을 올릴 때 물론 보정을 거쳤습니다.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거라서 화질이 좋지 않으니까요... 배가 출항하자 새들이 수십 마리 떼를 지어 편대비행을 하듯 마스트 위로 날아갔다가 다시 날아왔다가를 반복하더군요. 서해바다의 새들입니다. 태극기가 펄럭이는 모습과 갈매기가 날개를 편 모습이 순간적으로 찍혔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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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대 문예창작학과에 재학 중인 도원 군. 아 참 잘생겼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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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계속 걸었습니다.
사실 1박을 하기에 적당한 숙소를 찾을 목적도 있었지만
여름문학캠프를 만약 이곳으로 오게 되었을 때의 상황도 가정해보면서
길을 걸을 때마다 옆에 자리하고 있는 숙박시설들을 정리하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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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재작년에 춘천으롣 도보여행을 했었던 때를 기억하듯이
계속 앞으로 걷는 와중에 한쪽 옆에서는
푸른 벼가 계절에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태양은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좌측이 산이요 우측이 서해바다라서 그런지
걷는 동안 바람이 우리들 발걸음 사이로 휘돌아 나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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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는 내내 오른쪽으로 펼쳐지던 서해바다는 그야말로 장관이었습니다.
탁 트인 수평선을 보면서 드는 느낌과
앞에 섬들이 오랜 시간을 웅크린 채 떠 있는 것을 보는 느낌은
사뭇 달랐습니다. 어느 쪽이든 장관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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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 왼쪽으로 보이던 찻집.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저와 현우형은 온 길을 거슬러 되돌아가
아까 지나오면서 가장 저렴했던 펜션으로 먼저 가서
오늘 하루의 1박을 계약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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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을 했던 숙소 풍경입니다.
에어컨은 크게 시원하지 않았고
네 명이 숙박하기에는 다소 협소했습니다.
큰선생님과 같은 어른을 모시고 하루를 보내기엔
좀 부족하지 않나 싶었지만 이 방으로 계약을 하였습니다.
경치가 제일 좋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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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현관을 열고 바라본 풍경입니다.
다른 숙박시설들보다 바다가 제일 가까이서 보이는 곳이었습니다.
아침 공기도 무척 맑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시야를 가득 메우는 서해바다의 조망이 좋았습니다.
예정에 없던 1박 여행이었지만
갑작스럽고도 멋지며 황홀한 여행을 시도해주신 큰선생님께 감사했습니다
계속 머물러 있고 싶었지만
저는 다음 날 있을 근무때문에
도원이는 아르바이트 면접 시험 때문에
다음 날 새벽 6시에 석모도를 떠나야만 했습니다...
잠들기 전까지
감명깊게 읽었던 책 1권과 영화 1편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영화는 몰라도
책은 도원이, 저, 현우형 모두
새로 나온 책이 아니라 아주 한참 전의 것을 예로 들었습니다
근래에 나온 책들도 여러 편 읽어본 거 같은데
아무래도 원숙함이 많이 떨어져서 제 기억에 오래 남지는
않았나 봅니다....
(제가 고른 영화는 페이스 블라인드.
후반부가 무척 엉성하고 허탈한 스릴러 영화입니다)
그리고 포카...
전 포카를 거의 처음 배워서 우왕좌왕했지만
한 공간에 둘러 앉아 서로의 수를 읽는 모습들이
가히 예술의 경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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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여섯시, 석모도를 떠나기 전에 찍은 사진입니다
(물론 로모 보정이 있다는 건 아시겠죠? ㅎㅎ)
갑작스러운 여행이었지만
미리 일정을 정해놓고 출발하는 여행과는 또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
두고 온 태균이에게는 다소 미안했지만
태균이가 제대하면 이곳에 다시 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네요
(하지만 제대한 군인이 복무 지방으로
행여나 놀러라도 가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만...ㅋ)
아이들을 가르치시느라, 또 저희를 신경써주시느라
무척 피곤하실 텐데도
게다가 여행에는 적합하지 않은 정장 차림과 구두를 신으셨음에도
저희들을 위해 석모도에서 추억을 만들게 해주신
큰선생님께 무척 감사드립니다...
같이 동행한
현우형과 도원이에게도 늘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문예창작연구회 활동 내내
보다 발전된 글을 다함께 창조해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쓰는 오늘 밤에도 열심히 근무서고 있을 태균이를
위
하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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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
군생활 무척 힘들겠지만
문학도로서의 치열함과 웃음을 잃지 않기를...~!
첫댓글 도원이는 멘붕상태? ㅋㅋㅋㅋㅋㅋㅋㅋ
....우와.. 사진 멋있다 ㅇㅁ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