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편지 50신]‘600살 선암매’ 만세!
‘탐매探梅여행’ 호사豪奢를 누리게 해준 사돈에게.
“13일 선암매 사진 찍으러 갑니다”
사돈의 카톡이 어찌 그리 반갑던지요. 불감청고소원.
얼씨구나, 따라나선 길. 임실 7시 30분 출발.
산동 산수유마을과 하동 매화마을도 들르자 하셨지요.
불행히도 가시거리 5m도 안되게 안개가 잔뜩 낀 바람에
마을과 산자락 전체의 ‘노란꽃’ 장관壯觀은 제대로 보지 못했으나,
분위기라도 맛본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그런 가운데에도 사돈은 사진 몇 장을 건졌더군요.
홍쌍리 매화마을은 오전 9시 반밖에 안됐는데도,
밀려드는 차량 홍수에 주차를 할 수 없을 정도여서
스치듯 지나갈 수밖에 없었지만,
안개가 걷힌 산자락 ‘흰꽃의 향연’을 주마간산격으로 감상했지요.
이제, 그날의 키포인트keypoint ‘선암매仙巖梅’탐매에 마음이 급해졌지요.
매화 한 그루 보겠다고 전국 각지에서 새벽부터 달려온 사람들이 이리 많을까요?
우리부터가 코로나시국 여행 자제를 당부하는 정부의 방역지침도
아랑곳하지 않았지만,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많은게 보기 좋았습니다.
방콕, 집콕, 코로나블루, 얼마나 답답하고 스트레스가 쌓였을까요?
이렇게라도 콧바람, 봄바람을 한번은 쐬어야 하지 않을까요?
사돈은 포인트 잡아 사진 찍기에 바쁘면서도
저를 의식해서인지 모델료를 주겠다고 하셨지요? 흐흐.
선암사에 매화가 50여주 있다지요?
그 고샅을 걷는 기분은 매화를 몰라도 기분은 날아갈 듯했습니다.
600년 된 매화나무에 섰을 때,
그 고목古木에서 사진처럼 화사한 꽃이 무수히 피어나는 것을 보고
어느 누군들 감탄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제서야 선암매, 선암매 노래부르던 친구의 마음을 이해할 듯했습니다.
https://blog.naver.com/lio1254/220347602062
진즉에 왔어야 했는데, 너무나 늦게 온 것을 많이 후회했습니다.
무위사 홍매, 화엄사 흑매, 백매, 선암매, 율곡매, 남명매,
정당매 등의 이름도 그때서야 제 머리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축령산에 산신령처럼 사는 제 인생 도반道伴은
‘세심매洗心梅’감상하러 오라는 전화를 벌써 몇 번째 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백양사 고불매 ‘2세’를 분양해주었는데,
이제 곧 자태를 뽐내려는 듯 망울이 맺혔습니다.
매화를 알게 해준 지인들께 감사드립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해마다 고향집 산자락의 매실을 따느라
진저리를 치면서도, 매화와 매실梅實이 다른 것인 줄 알았거든요.
이런 맹추가 어디 있을까요? 흐흐.
와불臥佛(석모도 보문사)은 들어보았어도
선암사 와송臥松은 처음 보았습니다.
도대체 이 소나무는 어떻게 저렇게 자랐을까요?
그리고 몇 살이나 되었을까요?
그림으로만 보았던 사직단의 ‘사직송社稷松’보다도
모양이 더 희한하게 생긴 게 ‘자연의 신비’ 그 자체였지요.
금강산도 식후경. 승주에서 담양으로 ‘맛집’을 향해 달렸습니다.
‘보자기농가맛집’내비에 바로 떴지요.
바로 일주일전 거의 같은 시각인 오후 1시 도착 .
번호표를 뽑으니 20여팀이 대기하고 있었지요.
식당 앞 정자에서는 대기자들을 위한 무료콘서트를 하고 있고.
1시간여를 기다릴 가치가 충분히 있을 정도의 ‘맛집’이었지요.
“처제들과 같이 한번 와야겠다”며 만족을 표해 좋았습니다.
쌉소롬한 맛의 곰보배추는 처음 들어보셨겠지요?
‘곰보배추 우렁쌈밥정식’ 13000원. 결코 비싸지 않았지요?
그날의 점심은 ‘호號턱’이라며 사돈께서 내셨지요. 흐흐.
사부인과 처제분들을 모시고 꼭 들르시길 강추합니다.
탐매여행과 맛집여행으로만 그치면 뭔가 좀 서운하겠지요.
하여, 들른 곳이 인근에 있는 ‘가사문학관’이었지요.
가사문학歌辭文學이라면 맨먼저 누가 먼저 생각나시나요?
면앙俛仰 송순宋純보다는 송강松江 정철鄭澈일 것입니다만,
담양潭陽을 누정樓亭의 고장으로 만든 것은 면앙이었답니다.
면앙정, 식영정, 송강정, 소쇄원….
정말 대단한 고장이지요.
가사문학관은 시간 여유가 있어 모든 안내문과 전시물을
찬찬히 읽고 훑어보는데, 몰랐던 것도 많이 알았습니다.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배우고 외웠던 송강의 <사미인곡>
<속미인곡> <관동별곡> 등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몇 년만에 찾은 소쇄원 입구의 서걱이는 대숲바람소리도 좋았습니다.
우암 송시열의 큰글씨大字 글씨도 잘 감상했지요.
꽃구경, 미식, 문학 공부, 이런 여행을 ‘일타삼피’라고 해도 되겠지요.
게다가 오며가며 차에서 나눈 얘기들은 금상첨화였지요.
다음달 안동 서원여행이 기다려지는 까닭입니다.
운전에 조금도 도움을 못드린데다가,
조수로서 꾸벅꾸벅 졸기까지 했으니, 생각하면 민망하지만 말입니다. 흐흐.
프로다운 솜씨의 사진 30장을
그날밤 곧바로 보내주시기까지 했으니 무슨 말을 더 하리오.
내내 건안하시기 바랍니다.
줄입니다.
3월 14일
임실 우거에서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