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강생 420년대 후반에 일어난 일이니,
지금으로부터는 거의 1,600년 전에 일어난 일입니다.
지금의 터키는 그 당시에는 가톨릭을 믿는 로마 제국의 일부였으며
지금의 이스탄불은 그 당시에는 로마 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폴리스가 있었습니다.
한국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가 있는 것처럼,
콘스탄티노폴리스에도 교구장 주교가 있었습니다.
급이 꽤 높았는지라 대교구장도 아니고 총대교구장이었습니다.
당시 콘스탄티노폴리스 총대주교라고 하면, 요즘으로 치면 추기경보다도 높고 거의 교황에게 맞먹을 정도의 지위였습니다.
당시 콘스탄티노폴리스총대교구장은 네스토리우스 총대주교였습니다.
그런데 이 네스토리우스는 당시에 논란이 많았던 인물입니다.
한 분이신 그리스도는 하느님이심과 동시에 사람이시라는 게 우리 가톨릭 신앙이지요.
성모께서 낳으신 분은 사람이시면서 동시에 하느님이시기 때문에
성모께서는 곧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것이 우리 가톨릭 신앙이지요.
헌데 네스토리우스는 하느님이신 그리스도와 사람이신 그리스도는 별개라고 봤습니다.
그리스도가 한 분이 아니라, 하느님이신 분과 사람이신 분, 두 분이 공존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성모께서 낳으신 건 하느님이신 그리스도가 아니라 사람이신 그리스도이기 때문에
성모께서는 "그리스도의 어머니"라고 불릴 수는 있어도 "하느님의 어머니"라고 불릴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주 용감한 평신도가 있었습니다. 그 이름은 에우세비우스이며, 출신은 도릴레움이라고 하는 곳이었습니다. (Eusebius of Dorylaeum)
네스토리우스는 자신에게 동조하는 아나스타시우스라는 신부와 함께 미사 중에 강론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에도 똑같이, 성모께서는 그리스도의 어머니이지 하느님의 어머니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 때 강론을 듣고 있던 평신도 에우세비우스는 놀랍게도, 강론 도중에 벌떡 일어나서
"영원하신 말씀께서는 두 번 태어나기로 결정하셨다!"라고 외쳤습니다.
하느님이신 그리스도는 영원 전에 천주성부로부터 한 번 태어나셨을 뿐만 아니라,
복되신 동정 마리아로부터 두 번 태어나셨다는 뜻입니다.
이에 에우세비우스의 외침을 들은 다른 평신도들도 강론 도중에 박수 갈채를 보내기 시작했고,
네스토리우스와 아나스타시우스의 강론은 박수 소리에 묻혔습니다.
이후에도 에우세비우스는 네스토리우스의 주장을 이단으로 단죄하는 '콘테스타시오'(Contestatio)라고 불리는 고발장을 공개적으로 써 붙이기까지 했습니다.
오늘날 한국 교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예컨대 지난 안중근 추모 미사 때 안충석 신부가 대놓고 명동대성당 제단에서, 이재명을 두둔하고, 선거에서 더불당을 찍으라고 얘기할 때
만약 어느 평신도가 벌떡 일어나 에우세비우스처럼 "지금 그게 미사 중에 할 소립니까!" 하고 외쳤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보나마나 어딜 평신도가 거룩한 미사 중에 소란을 피우냐고 비난이란 비난은 다 샀을 겁니다.
'너도 대수천 소속이지?' 하며 교도권에 불순명하는 불온분자로 낙인이 찍혔을 겁니다.
에우세비우스도 그랬을까요?
아뇨, 에우세비우스는 나중에 멀쩡히 사제가 되고 주교까지 되어서
이후에 개최된 에페소 공의회에서 네스토리우스가 이단자로 파문당하는 데 큰 공헌을 했습니다.
물론 이것은 '이단'의 문제이기에, 정의구현사제단의 문제와 완전히 같다고는 하기 어렵습니다.
정의구현사제단이 사제로서 아주 최악의 추문을 벌이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것만으로 그게 '이단'이 되고 '파문'을 당할 짓이 되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평신도의 용기입니다.
'시국 미사' 같은 것을 열어서 윤석열 대통령이 '토착왜구네' '마귀가 들렸네' 하는데,
토착왜구라는 표현은 엄연히 민족주의적인 인종차별적 발언입니다.
이런식의 과격한 민족주의는 과거에 교황님께서 엄중히 반대하신 것입니다.
또 대통령더러 마귀가 들렸다고 하는데
백 보 양보해서 대통령이 정치를 똑바로 못한다고 치더라도
정치인이 정치를 제대로 못하면 그게 마귀가 들린 걸까요?
마귀에 대한 천주교의 가르침을 제대로 믿고 있는지가 의심스러울 뿐더러
이단의 소지가 있는 발언입니다.
연평도 포격, 천안함 피격에 대해 북한의 입장을 따르며 종북 망언을 하고
사람더러 떨어져 죽으라고 저주하고
조국, 윤미향, 박원순 옹호하고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진상 규명에는 철저히 침묵하면서
세월호, 이태원에만 진상 규명하라고 난리를 피우며
'선택적 정의'를 내세우기 위해
주님의 거룩한 미사, 우리 죄를 대속하기 위해 드려지는 그리스도의 거룩한 희생 제사를
자신들의 정치적 선동을 위해서 이용해먹는 저들의 행위는
결코 제단에서 용납되어서는 안 됩니다.
심지어는 시국 미사를 못하게 한 손삼석 주교님을 모욕하며
주교제를 손 봐야한다고 말하는데
이것이야 말로 가장 오만불손한 불순명입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SNS에다가 "정구사 이 나쁜 놈들~" 한다고 해서 현실이 바뀌지 않습니다.
행동해야 합니다.
제가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교우님들과 협동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다들 말립니다.
"난 정구사도 싫지만, 대수천도 싫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별도로 행동을 하면 됩니다.
대한민국수호는 너무 정치적인 것 같아서 그렇다 치면
천주교수호모임, 교회수호청년모임 같은 거 만들어서
나름대로 행동하면 됩니다.
그런데 아무도 안 합니다.
행동하지 않으면서 행동하시는 분들 비난하는 거 저는 안 좋아합니다.
제가 보기에 지금까지 정구사와 열심히 싸워오신 분들은
대수천 교우님들이 유일합니다.
포기하지 마십시다.
제 목표는 정의구현사제단의 해체와
개별 사제들에 대한 적절한 징계와 (무작정 파문하라고 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닙니다.)
정의평화위원회의 각성입니다. (교회 공식 단체라서 제재를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그 이유는 다른 무엇도 아닌 거룩한 미사에 대한 사랑입니다.
거룩한 미사가 '윤석열 퇴진' 같은 정치적 투쟁 구호로 얼룩지는 것,
도저히 참고 볼 수가 없습니다.
도릴레움의 에우세비우스가 그랬던 것처럼,
끝까지 평신도로서 싸우십시다.
첫댓글 👏 👏 👏 👏 👏 👍 👍 👍 👍 👍
와~ 글을 아주 잘 쓰셨어요.
1,000% 동감입니다.
힘을 모아서 행동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