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석 사회정책부 기자
두바이 관광청 관계자는 "우린 세계 1등에 욕심이 많다. 그래서 웬만해선 '노(NO)'를 안 한다"고 말했다. 관광객들의 어떤 요구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친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 말을 들으며 소름이 돋았다.
그러고 보면 그들은 참 빨랐다. 인천공항이 2006년 국제공항협의회(ACI)의 세계 공항 서비스 평가에서 처음으로 1위를 했을 때 두바이공항은 발빠르게 인천공항과 자매결연을 하고 직원을 보냈다. 자신들의 약점인 서비스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2007년엔 사장이 임원들과 함께 인천공항을 둘러봤다.
두바이공항 관계자는 성공 요인을 '정부의 항공 분야에 대한 관심' 덕분이라고 했다. UAE 당국은 모든 항공편이 자유롭게 공항을 오갈 수 있도록 개방하는 '오픈 스카이 정책'을 채택했다. 그 덕에 1985년 설립된 에미리트항공도 세계 4위 항공사로 성장했다.
'공항 서비스 평가' 부문에서 9년째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인천공항은 어떠한가? 한마디로 사면초가 상황이다. 미주 노선은 중국과 일본에, 유럽 노선은 두바이에 밀려 환승객이 줄고 있다. 동북아와 유럽을 잇는 항공 노선에서 인천공항의 환승객 점유율은 2009년 22.8%에서 지난해 11.3%로 절반이나 줄었다. 올해 9월까지 점유율은 8%로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8.3%)에도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수개월째 인천공항공사 사장 자리를 비워놨다. 인천공항의 물가가 비싸다고 원성이 자자한데도 직원들은 높은 연봉을 받으며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 올해 여객이 수용 한계를 초과할 전망이지만 새 터미널은 2018년에야 개장할 예정이다. 올여름에 만든 패스트트랙(노약자나 임산부 등이 바로 출국 수속을 밟을 수 있는 통로)도 출입국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내년 초에야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정부와 인천공항은 '서비스 평가 9연패'의 환상에 빠져 기본기를 잊고 있는 것 같다. 서비스 평가는 공항의 입출국이 편리한지, 시설이 깨끗한지 등을 평가한 결과다. 하지만 공항의 기본기는 다양한 노선을 편리하고 싸게 연결해서 여객과 환승객을 유치하는 것이다. 두바이공항의 한 관계자는 "두바이를 중심으로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8시간 거리 이내에 있다"며 "다양한 노선을 개척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만 하면 손님은 생기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젠 우리 정부와 인천공항이 '제자'였던 두바이공항에서 열심히 배워서라도 체질을 개선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