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직장(구직)(일기) 23-48, 문제를 문제 삼지 않는 것
실무연수를 하는 중이다. 동료의 발표를 듣는다.
‘복지요결과 고도 지원’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만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조심스러움과 어느 부분에서의 오뇌가 있었다. 이는 잠을 잘 못 이루는 밤을 이어지게 했다. 의도와 다르게 전해지는 것은 아닐까. 초점이 제대로 전해지지 못했을 때는 어쩌나 싶은 마음이 있었다. 5기 연수 준비팀이 몇 차례 만나 공부하고 사례발표 내용을 다듬으며 준비했다. 모여 공부하고 다듬으니 힘이 난다. 정리가 되고 차근히 준비가 되었다. 동료의 실천을 보며 영감을 받고 존경스런 마음이 피어났다. 이런 동료들과 함께라면 용기를 내어 나아갈 수 있겠다.
연수 중 동료의 발표를 듣는다. 소장님의 정리를 듣는다. 배움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마음에 남아 실천으로 옮길 수 있도록 덜어내고 덜어내 한 가지로 추린다.
“문제를 문제 삼지 않고, 삶을 돕는 것.” 이번 연수 때 내가 그토록 정리하고 싶고 붙들고 싶었던 것은 이 한 문장이었다. 돌아보면 어느 동료든 어떤 주제로 실무연수 사례발표를 하든 이를 놓치지 않았다. ‘당사자의 삶’.
고도 지원이 필요한 입주자라 할지라도, 문제를 다루어야 할 때라도 마찬가지다. 문제를 문제 삼지 않는 것이 우리가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라는 것을 다시금 정리한다. 문제를 직접 파고들어 상쇄 희석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러고 나서 삶을 돕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삶을 돕는다.
문제를 살피면 잘해봐야 문제가 조금 덜해질 것이다.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려 어느 정도의 개선을 이루었다고 해도 이곳 저곳의 사례를 보면 결국 아주 작은 환경의 변화로도 금세 이전의 상태가 되어버리곤 했다. 다시 반복되면 그동안 들인 노력이 얼마나 고됐는지 알기에 더 큰 좌절이 이어질 것이다. 노력은 물거품이라 생각할 것이고. 그러면 돕는 사람도 좀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는 당사자도 괴로울 것이다. 끝은 어쨌든 좌절일 것이다.
문제를 문제 삼지 않았을 때는 문제라 여겨지지 않았던 것들이 문제라고 규정하고 나니 갑자기 심각한 것인 마냥 다루어야 할 것으로 사례회의에 (사안에) 붙여지게 되는 세태가 일기도 한다는 것을 배웠다. 그러니, 그러니 문제를 문제 삼지 않는 것을 기본 바탕에 단단히 심어두어야겠다고 다짐한다.
김민정 씨의 구직을 도울 때 특히 그랬다. 과연 김민정 씨가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직장을 구하고 당신의 일로 여겨 감당할 수 있을까, 다른 과업은 몰라도 구직과 직장 과업은 돈을 받고 일하는 것인데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다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돕는 발걸음에 확신이 없고 무거워지는 순간이 있었다. 그래서 주춤하게 되곤 했다. 당사자의 역량을 생각하면 좀처럼 그렇게 되었다.
문제를 살피면 겁이 난다. 삶을 바라보면 감동하게 된다. 동료의 발표는 분명 그러했다. 나도 그런 실천을 하고 싶고, 그래서 월평빌라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어느 누군가에게 그런 사례를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023년 10월 20일 금요일, 서지연
아…. 최희정
세 분 동료의 사례 발표를 들으며 펑펑 울었습니다. 고마워서 울고, (당사자들 형편 생각에) 안타깝고 서러워서 울고, 울분에 울었습니다. ‘문제를 문제 삼지 않겠다.’는 말씀, 정말 고맙습니다. 월평
첫댓글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는다. 그래도 때로는 문제를 대면해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있죠. 서지연 선생님의 실천과 기록은 전자와 후자 모두를 아우르고 있지요. 그래서 위로가 되고 용기를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