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퉁불퉁 자연석 주춧돌 '덤벙주초'
한국의 산사 건축물에서 산과 들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주춧돌을 울퉁불퉁한 자연석 주춧돌을 '덤벙주초(柱礎)'라 한다. 덤벙덤벙 놓았다는데서 유래한 ‘덤벙주초’는 울퉁불퉁한 자연석을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주춧돌[楚石]로 사용한 것으로 한국의 자연미를 잘 보여주는 건축 사례다.
일반 건축에서는 납작한 돌을 사용하거나 울퉁불퉁한 돌을 평탄하게 다듬어서 나무기둥을 세우면 일도 쉽고 깔끔해 보인다. 덤벙주초는 '그랭이질' 작업을 통해서 자연으로 생긴 돌을 그대로 두고 나무기둥의 하단을 돌 윗면 모양에 맞춰 다듬어 사용한다.
기둥의 뿌리가 덤벙주초를 만나면서 자연과 인공이 하나가 된다. 이는 확연하게 인공미를 드러내는 중국, 일본의 양식과 다른 우리만의 건축 문화다. 대웅전이든, 누각이든, 요사채든 이런 덤벙주초 건물을 산사의 옛 건물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다.
덤벙주초에 올리는 기둥도 일정한 굵기로 다듬지 않고 굽은 자연상태 그대로 사용한 경우가 많다. 자연석을 대충 그대로 사용하다보니 주춧돌마다 크기도 모양도 다르다. 높이도 차이가 난다.
그래서 우리나라 산사의 전각 건축물들을 보면 일정한 규격으로 다듬은 주춧돌은 오히려 찾아보기가 어렵다. 자연의 불규칙성을 일부러 다듬어 규격화하기보다 자연 그대로 활용하며 그 가운데 자연미를 찾는 미적 감각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중국과 일본은 인공미를 중요하게 여기고, 주춧돌이든 기둥이든 일정하게 다듬어 사용하고 있다. 인공미를 표현하는 방법에서도 중국은 과장과 확대가, 일본은 정형화와 규격화가 특징이다. 일본의 인공미는 특히 비례와 대칭을 중요시하며 세밀하고 정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참고: 영남일보, 사찰의 미>中에서
♣ 그랭이질 : 자연석의 굴곡있는 덤벙주초와 나무기둥의 밑면을 맞추도록 닿는 면을 깍거나 다듬어 올려놓는 그랭이 수법을 말한다. 그랭이는 그랭이칼 또는 그래자라고도 부른다. 그랭이질은 그래질이라고도 하는데, 덤벙주초와 그랭이는 사찰 전각의
대부분 기둥에서 사용되고 있다. 경주 불국사 석축 부분의 그랭이도 매우 아름다우며 자연적인 미를 보여주고 있다.
[출처] 울퉁불퉁 자연석 주춧돌 '덤벙주초'|작성자 일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