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聖職者 농부 農婦 일생
2024년 9월 27일(토) 오전 일곱시에서 오후 여섯시까지 주님과 같이 방실이 고추 땄다.
입추 지나 백로를 앞두고 고추 수확이 끝나갈 무렵, 이제 막바지 가을고추 수확이다.
지난 주에 수확을 안해서인지 붉게 익은 붉은고추가 다닥다닥 붙었다.
오호라! 고추 이랑에서 고추 따며 한발 한발 걷는 이 길이 가도가도 천리, 구만리다.
어머니는 아픈 무릎을 끌고 어찌 이 일을 주저 없이 끝없이 하시는가?
주님 오시는 이 길을 좀 더 가볍게 하시려고 전전날부터 일하시지 않았던가?
그 어머니에 그 딸, 금요일 조문을 다녀와서 기어이 다음날 갈 길을 가는 주님!
혹여 어머니께서 무리하게 일하셔서 어디 몸상하지 않으실까? 걱정 한아름 갖고 농장을 향한다.
한 걸음 한걸음 디디며 고추따는 이 일이 더디고 지치고 힘들다.
그러나 어머니는 전혀 내색하지 않는다. 오로지 정성껏 소임을 다하신다.
일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이 일이 엄청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 이 일이 성스럽다는 생각을 한다.
하나님이 사람에게 위임하신 텃밭, 이 텃밭을 갈고 씨뿌리고 끈을 떼고 마침내 4개월이 지나
수확을 거두는 과정, 이 생의 과정이 숭고하다. 성스럽다. 아름답다. 존귀하다,
"떼이야르드 샤르뎅은 나는 날이 갈수록 인간의 삶이 성스러움을 굳게 믿고 있다."말했다.
나는 진정한 우리 시대에 성직자는 대게 말과 기도에 국한된 목사, 신부, 스님, 이맘이라기 보다
밭갈고 수확을 거두고 노동으로 말하는 농부農婦야 말로
진정한 성직자聖職者 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2024.9.27 씨ᄋᆞ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