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간호는 기도의 제단부터
'계간 무교회' 86호에서
구데 쿠미코(具出 久美子)
도쿠시마(德島) 성서그리스도집회 소속
정신과 방문간호 스테이션(사무소)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각양각색의 질환을 가진 이용자 님들의 가정을 방문한다. 간호 내용은 이용자에 따라 다른데, 주로 신체 건상 상태나 정신 상태의 관찰과 함께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하고, 약을 잘 드시는지 확인하며, 목욕 보조나 운동을 도와드리기도 한다. 기본 1시간씩. 그분들께 듣는 이야기는 대부분 가슴 아픈 사연이다. 방문간호사는 각각 혼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독거하시는 이용자가 쓰러져 있으면 어떡하지? 통증으로 힘들어하시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앞서는 때가 많다.
그래서 현관에 서서 큰 소리로 부르고, 안에서 대답이 나오면 안심하고 들어간다. 그러나 방에 들어가서도 생각지못한 트러블이 발생하여 긴장하기도 하고, 당황할 때도 많다. 그래서 나에게는 한 건, 한 건의 방문이 다 중요하다. 방문간호 업무를 한 지 8년이 넘었는데, 긴장하는 마음은 여전하다. 집집마다 찾아가기 때문에 운전하는 주행거리도 길어서 기도 없이는 시작하지 않는다.
아침, 방문간호스테이션의 사무소에 출근한다. 이 사무소 가까이에 나의 기도 제단이 있다. 대성당이다. 계절마다 변화하며 아름답게 장식되는, 그리고 아름다운 음악과 찬송과 춤이 있는 곳이다. 그 대성당은 바로 마을을 두르고 있는 산이다. 도쿠시마시의 중심부에 있는 해발 290m의 眉山(びざん 비잔). 그 아래 사무소가 있다. 겨우 차 한 대가 지날 수 있는 좁은 산길로 통근하는데, 도중에 있는 맨션의 주차장이 바로 내가 기도하는 장소인 것이다. 조용한 아침, 차를 세우고 산을 올려다본다. 나의 대성당인 산, 그리고 수많은 나무들의 장엄함. 하루하루 변해가는 아름다운 자연의 색, 바람이라도 불면 기쁨의 찬송과 춤도 볼 수 있다.
"왜 이렇게 멋진 거야!!......."
그리고 나는 기도한다. 오늘 방문하는 한 분 한 분. 스테이션의 동료들. 오늘 하루도 지켜주셔서 하나님의 사랑이 그분들께 닿을 수 있기를. 때로는 문득 성령의 바람을 느낄 때도 있다. 살아계신 주 예수의 능력과 사랑. 그리고나서 사무소로 출근한다. 즐겁게 굿모님을 하고, 혈압계와 약을 준비하고 회사차로 바꿔앉으면 각자 출발이다. 한 집당 보통 1시간이므로 오전에 2건, 오후에 2건을 맡는다. 방문하고 기록하고, 저녁무렵 사무소에 돌아온다. 퇴근길에 나는 다시 아침의 대성당에 돌아오는 것이다.
내 차에 앉으면 비로소 아주 피곤하다. "죽고 싶어요, 아파요, 어떡해야 좋을까요?" 이용자 님들의 고통을 하소연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온갖 잡념이 방해하지만, 산을 올려다보며 그분들의 괴로움을 주님께서 도와 지켜주시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예수님, 오늘 하루도 감사합니다. 그분들을 맡아주십시오.' 한다. 집에 돌아온 후에도 마음이 가라앉을 때가 있지만, 나는 어쩔 수 없다. 도와주시는 분은 오직 예수님 뿐이니까.
기도는 그 제단에서만 하는 게 아니다. 방문 직전, 현관문 앞에서도 짧게 기도한다. 이전에는, "예수님, 함께 계셔 주십시오" 기도했었다. 그런데 아슈람의 기도회(早天祈禱會)에서 배운 후로는 좀 다르게 기도한다. 아슈람의 早天기도회는 에노모토 야스오(榎本 保郞) 목사가 시작한, 성서말씀을 듣고 기도하는 모임인데, 50년째 계속하고 있는 아침기도회이다. zoom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어느 날 기도회의 메시지에서 본 성서말씀이 있었다.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라. 내가 열방과 세계 중에서 높임을 받으리라.(시 46:10)"
"나의 은헤가 네게 족하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데서 온전하여 짐이라.(고후 12:9)"
나의 힘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할 수 없다. 먼저 나의 힘이 약함을 인정하자. 그리고 예수님께서 오시옵소서 하기로 하였다. 그날부터 방문직전의 기도가 바뀌었다. 이용자 분의 현관문을 열기 전, '주여, 지금 저의 힘은 버리겠습니다.' 하고 기도한다. 그리고 하늘을 본다. '주예수께서 오시옵소서, 당신께서 일해 주십시오' 한다. 물론 급한 상황일 때는 문부터 열고 들어가기도 하지만, 가능한 이 기도를 늘 하고 있다. 내 힘이 아니라, 주예수께서 일해주시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가끔은 실패도 한다. 뜻밖에 엉뚱한 말을 하기도 하고, 나의 안 좋은 기분을 드러낸다든지 물건을 잊고 오는 경우도 생긴다. 실망, 피로함, 후회, 반성. 이것들의 연속이지만, 돌아보면 늘 예수께서 같이 계셔 주었음을 깨닫는다. 그런 날 나는 할렐루야를 외치며 결국 기쁨으로 돌아온다.
나는 직장에 함께 기도할 동료가 생기기를 늘 기도해 왔다. 정말 이상한 일인데, 그 기도가 이루어졌다. 간호사 자격을 가지고 있지만 일을 하지 않는 신앙의 친구가 우연히 대화중에 방문간호를 해보고 싶다며 같이 일하기를 원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녀는 본인의 희망대로 단시간 근로자로 일하게 되었는데, 어쨌든 같은 직원이기 때문에 환자 정보나 사무소 사정을 공유하게 되었다. 응대하기 힘든 이용자의 방문, 또는 피치못할 결근 때의 대체 근무 등, 구체적인 일들을 함께 나누고 기도하게 되니 얼마나 큰 은혜인지.
"기도해 줘."
"알았어."
라인(우리의 카톡)으로 나누는 한마디가 너무 좋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함께 하는 기도를 축복해주시는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이용자 분이든 소중히 생각하며 기도하자고 늘 격려하고 있다. 특히 소심하여 걱정이 많은 나는 때때로 방문 업무에서 불안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기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때마다 예수께서는 나의 기도에 응해주신다.
예수께서는 언제나 괴로워하는 자, 약한 자, 학대받는 자를 돌아보고 계신다. 질병으로 인한 슬픔, 고통, 상처, 통증, 외로움을 모두 알아 주신다. 불쌍히 여겨 위로해 주신다. 고통 가운데 있는 이용자 분을 향한 예수님의 시선은 사랑으로 가득하다. 그 눈은 또한 나도 보고 계신다. 나의 어둠도, 환자분들의 어둠도 다 알고 계셔서, 싸매시고 위로해 주신다. 나도 실은 아픈 자이기 때문이다. 나는 오직 그리스도의 십자가로만 살 수 있다.
기도의 제단에서 들어주시는 주님.
방문간호로 만나는 분들에게, 아니 하나님께서 내게 맡겨주신 모든 분들과의 만남에,주 예수여 오시옵소서.
첫댓글 약할때 강하다는 성서 말씀이 진리임을 다시 보는 귀한 글 감사합니다. 오 주여 어서 오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