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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았다. 그러나 인간은 이 사랑이 깃든 특별한 대우에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하고, 하나님처럼 돼 하나님 없이 살겠다는 의지를 표출하며 타락했다. 이를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가 파괴됐고, 동시에 동료 인간, 그리고 동료 피조물과의 관계도 훼손됐다. 이 관계의 훼손에서 더 나아가 이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일이 관습화됐다. 이에 따라 인간은 자기 보존과 자기 이익을 위해 다른 존재에게 피해 주는 것을 서슴지 않는 늑대와 같은 존재라는 인식이 힘을 얻기도 했다.1
근대 이후 인간이 자기 자신을 위해 이성을 활용함으로써 동료 인간과 동료 피조물에 대한 해악은 더욱 다양화됐다. 무기 개발과 전쟁 시도를 통해 동료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모습과 경제적 이익을 위해 자원을 착취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모습 속에서 이성적 존재에 대한 회의가 나타나기도 했다.2 이러한 인간의 모습은 오늘날에도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악화되고 있다. 세계 곳곳에 상존하는 크고 작은 군사적 충돌, 기후변화의 심화, 그리고 동물이 처한 폭력적 상황 속에서 이를 분명히 알 수 있다.
특히 기후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그 심각성을 인정받고 있는 사안이다. 이것의 극복이 긴급하다는 것을 부각하고자 기후 위기라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기후변화가 가져올 폐해는 다양하다. 심지어 이것은 감염병 발생에도 영향을 미친다. 야생 생명체들은 인간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과 함께 기후변화 영향으로 그 서식지를 이동하게 되면서 인간과 접촉할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졌다.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이러한 과정을 거쳐 인간에게 전파됐다고 보는 견해가 적지 않다.3 감염병 발생을 제외하고도, 기후변화가 인류의 삶에 미칠 영향은 매우 크다. 그래서 그 대응이 시급하다는 인식이 공감을 얻고 있다.
기독교인도 동일한 인식을 갖고, 기후변화를 두려움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그 시선의 기저에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독교인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동료 인간과 피조물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때문에 기후변화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성숙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 인식의 연장선상에서 동물에 대한 책임의식도 정립돼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던 독일 교회는 사회백서를 통해 환경과 동물을 대하는 기독교인의 자세를 성경적, 신학적 근거를 중심으로 상세히 설명한 바 있다. 이것이 한국 교회의 기후변화 대응과 동물에 대한 인식 개선에 기여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 내용을 검토하고자 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교회의 관심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점차 징후가 뚜렷해져 가던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전 세계적 관심사가 됐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이하 IPCC) 보고서가 기후전문가의 참여를 통해 발간돼 그 실천 노선을 안내했다. 지금도 꾸준히 발표되는 이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지한 우리 정부도 지난 2020년 그 원인인 탄소 배출을 감축하는 것을 국가적 목표로 규정하고, 전 국민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의 감소와 흡수의 증진을 통해 실질적인 탄소 비율을 제로 상태로 만드는 것을 골자로 한 탄소 중립 정책이 추진됐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목표는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2023년 3월에 발표된 IPCC 제6차 보고서에서 알 수 있듯이 기후변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돼 2050년보다 더 이른 시기에 탄소 중립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독일 교회는 IPCC 제4차 보고서가 발표됐던 2000년대 중반 기후변화에 대한 입장을 본격적으로 표명했다. 지구온난화가 이전보다 심화됨으로써 평균 기온의 상승 폭이 커졌는데, 이것이 기후변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이는 동료 인간과 동료 피조물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기에 독일 교회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시급하다고 보고, 기독교인들의 인식 개선과 참여를 독려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2007년 “기후변화 대응은 아직 늦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사회백서를 출간했다.
사회백서에 따르면, 타락한 인류는 하나님과의 훼손된 관계 속에서 불신앙과 불순종의 태도를 나타냈다. 하나님은 결국 홍수를 통해 인류를 심판하셨다. 그러나 의인인 노아와 그 가족은 하나님이 허락하신 자연의 순환과 주기 속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창 8:20-22).4 이후 인간은 하나님의 사랑이 깃든 기후를 소중히 여겨야 했지만, 자기 보존과 자기 이익을 위한 행동을 통해 이를 구현하지 못했다.
사회백서는 인간의 행위가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기독교인이 인정하고, 그 극복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외면하는 태도는 구약성경의 예언자가 비판한 패역한 백성의 모습(사 30:8-13)에 부합한다.5 여기서 패역한 백성은 진실과 진리를 외면한 채 기존 삶에 변화를 촉구하며 부담을 주는 말을 거부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기후변화가 가져올 위험을 무시하고, 지금까지 이어왔던 삶의 방식을 유지하고자 애쓰는 사람은 패역한 백성과 같다. 기독교인은 이러한 태도 대신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행히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아직 늦지 않았다. 감사하게도 하나님께서 변화를 위한 시간을 허락해 주셨기 때문이다.6
사회백서는 그 실현을 위해 신학적 이해가 수반돼야 한다고 보았다. 기후변화를 가져온 원인 중 하나는 인간의 지위와 권한에 초점을 맞춘 교회의 가르침에 있다.7 기독교 신앙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을 닮아 창조됐다는 이해(창 1:26)가 있다. 그리고 인간이 땅을 정복하고, 통치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니고 있다는 인식(창 1:28)이 있다. 이를 통해 인간은 동료 피조물보다 우월한 존재이고, 특히 자연을 임의로 활용할 수 있는 무제한적인 권한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확산됐다. 이는 자원의 착취와 환경의 파괴, 특히 지구온난화를 통한 기후변화가 심화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사회백서는 이 두 가지 관점이 교정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8 하나님의 형상 개념은 인간의 우월한 지위를 보여 주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인간이 하나님을 닮은 존재로서 그 활동을 도와야 하는 중요한 과제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하나님의 통치에 기여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인간은 하나님 앞에서 책임을 가진 존재다. 이와 함께 땅을 정복하고, 통치할 수 있는 권한이 무제한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안식일 계명은 하나님의 명령에 근거해 피조물의 휴식을 요구하고 있다. 이 계명을 통해 피조물의 주인이 하나님이라는 점과 함께 그 활용의 정도와 범위가 무제한적이지 않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자연이 임의적인 착취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피조물이라는 제한점을 갖고 있는 대상, 더 나아가 존중과 돌봄의 대상이라는 인식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신학적 인식을 바탕으로 교회는 국제적 차원의 기후정책이 탄소 배출 감소를 지향하고, 국가 간 탄소 배출량의 균형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지 잘 관찰해야 한다.9 또한 국가적 차원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개발과 활용을 증진할 수 있는 정책이 실현될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 그리고 교회는 기독교인이 기업, 언론, 행정, 정치, 학문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그 책임 의식을 고취시켜야 한다.
기후변화 극복을 위한 교회의 노력
독일 교회는 기후변화 대응을 더욱 강력하게 촉구하기 위해 2009년에 보다 체계화된 사회백서를 발간했다. “생명으로의 전환”이라는 제목의 이 사회백서는 탄소 배출이 기후변화의 근본 원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10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과 교통수단을 운행하는 과정 등에서 많은 양의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데, 이것이 지구온난화를 촉진함으로써 기후변화를 가속화한다. 기후변화의 징후는 이미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홍수, 가뭄, 폭우, 화재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삶에 직접적 영향을 주고 있다. 그로 인해 기후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백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자기중심적 사고에 매몰돼선 안 된다고 봤다. 기후변화를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과 함께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라 타자에 대한 관심을 통해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백서는 기후변화가 동료 인간과 동료 피조물에게 해악을 미치는 현상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것은 생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농작물 생산량을 감소시키고, 식수 부족 현상을 악화시킴으로써 빈곤 상황을 심화한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해 줄어든 자원이 주로 선진국에 의해 사용됨으로써 자원의 정의로운 분배가 이뤄지지 않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기후변화는 동료 피조물뿐만 아니라 빈곤을 심화하고, 부정의를 야기함으로써 동료 인간에게도 피해를 준다.
기후변화백서는 이러한 상황 극복을 위해 교회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봤다. 기독교 신앙은 “땅과 거기에 충만한 것과 세계와 그 가운데에 사는 자들은 다 여호와의 것이로다”(시 24:1)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 하나님이 모든 생명의 주인이시고, 모든 생명은 그 소유에 속한다고 이해한다.11 그래서 인간은 하나님에 대한 감사와 겸손의 태도를 동료 인간과 피조물에 대한 존중과 돌봄을 통해 구체화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실현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기후변화백서는 “너희는 스스로 돌이키고 살지니라”(겔 18:32)라는 구절을 토대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힘주어 강조했다.12 이는 신약성경의 회개(metanoia) 개념에 해당하는 급진적 전환을 의미한다. 기후변화백서는 이 전환을 위한 노력이 하나님의 의지에 부합하는 것이라 봤다. 하나님은 이집트의 압제 속에 있던 이스라엘 민족을 해방시키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죄로부터의 자유를 인류에게 선사하셨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 세계 역시 이와 마찬가지로 억압된 상태에서 풀려나 “하나님의 자녀들의 영광의 자유”(롬 8:21)를 누려야 할 대상이다. 그런 점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인식 개선과 노력은 새롭게 하시고,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의지에 상응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동료 피조물에 대한 태도의 전환이 요구된다.13 경제적 이익을 위해 자연을 이용 대상으로만 여기는 태도 대신 하나님이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창 1:31)라고 평가하신 피조 세계를 기뻐하고, 찬양하며, 소중히 여기는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시 104:1-2). 이와 함께 동료 인간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자원의 정의로운 분배와 국가 간 탄소 배출량의 균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기후변화백서는 정의가 회복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14
이 정의는 하나님의 정의에 기초하고 있다. 하나님의 정의는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에서 알 수 있듯 타락한 인간이지만, 그 인간을 의롭다 인정하고, 새로운 기회를 부여해 주는 것을 요체로 삼고 있다. 하나님의 정의가 칭의와 새로운 시작을 경험하게 해 주는 것에 상응해 인간이 존중받고, 삶의 증진을 이루는 것이 인간 정의의 본질을 이룬다. 이 정의는 인간뿐만 아니라 자연을 그 대상으로 삼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인간의 정의는 하나님의 피조 세계와 인간의 존엄이 보호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교회는 교육을 통해 동료 인간과 동료 피조물을 위해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고취시켜야 한다.15 특히 정의로운 기후 정책과 재생에너지 정책에 관심을 갖고, 공적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교회는 만족의 윤리에 대한 이해를 고양해야 한다. 가진 것에 불만족하면서 다른 것을 욕구하는 태도는 자원 사용을 부추기고, 환경 파괴를 심화하게 된다. 그래서 가진 것에 대한 만족의 필요성을 알려야 한다. 매년 고난주간을 통해 절제의 덕목을 훈련하고 있는 기독교인에게 이것은 실현 가능한 삶의 태도다. 이 경험을 확장하는 차원에서 자원 사용과 환경 파괴를 절제하는 윤리적 태도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공정무역 제품을 사용하고, 친환경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의 실천에 힘써야 한다.
동물에 대한 자비
1990년 이후 기후변화와 함께 동물에 대한 처우도 독일 교회의 관심을 받았다. 1986년 동물보호법과 1990년 동물의 법적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 구속력을 갖게 되면서 동물을 단순히 상품처럼 취급해선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에 발맞춰 당시까지 매우 드물게 이뤄졌던 동물에 대한 신학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그 결과 1991년 “동료 피조물인 동물에 대한 인간의 책임”이라는 제목의 사회백서가 발간됐다.
이 사회백서는 동물이 폭력적 상황에 처하게 된 배경에 주목했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논의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은 자연을 이용 대상으로 삼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산업 발달과 경제 성장 과정에서 이 현상이 특히 심화됐다. 여기에 자연을 정복하고, 통치할 인간의 권한을 설명한 성경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사회백서는 이보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강조하는 근대적 사고가 동물에 대한 인식 확립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16 여기서 인간은 이성을 지닌 자율적 존재로서 다른 생명체보다 우월하다고 이해됐다. 이를 통해 인간은 도구화될 수 없지만, 동물은 인간을 위해 수단화될 수 있다는 인식이 나타났다. 그 결과 동물을 인간을 위한 이용 대상으로 간주하는 것이 정당화되고, 일상화됐다.
사회백서는 이러한 현실에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성경 속에서 인간과 동물은 모두 하나님의 피조물이다. 둘 모두 창조자이자 보존자이신 하나님께 생명의 근원을 두고 있는 동료 피조물인 것이다. 이는 그들이 동일하게 하나님께 의존하고, 의지하며 살아야 하는 제한적 존재라는 점을 의미한다(시 104:27-30). 그런 점에서 하나님에 대한 의존성을 공유하고 있는 존재인 동물을 착취하는 것은 부적절한 태도다.
피 섭취 금지 명령(창 9:4)은 이를 잘 나타낸다. 이 명령은 인간이 동물의 희생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며, 그에 대한 존중의 차원에서 그 피를 섭취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동물을 이용 대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그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동물은 선대의 대상이다. 구약성경은 동물에 대한 자비(잠 12:10)를 강조한다. 의인은 악인과 다르게 동물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이다. 그처럼 동물을 선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신약성경도 동물에 대한 자비를 설명하고 있다. 특히 성령의 활동은 이러한 태도를 촉진한다. 사랑, 희락, 화평, 선함 등의 덕목을 갖추도록 도와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에 대한 자비를 구현하게 돕는 것이다(갈 5:22; 엡 5:9). 동물에 대한 자비는 인간과 동물이 조화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종말론적 인식에 부합하는 태도이기도 하다(사 11:6-9).
이것은 동물에 대한 폭력을 줄이는 노력을 통해 구체화된다.17 이를 위해 동물이 인간과 유사하게 고통과 통증을 느끼는 감각이 있다는 점과 인간의 그것과 질적 차이가 분명하지만, 피조물로서 고유의 존엄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강조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다양한 영역에서 동물의 고통과 통증이 최소화돼야 하고, 동물이 단순히 상품처럼 취급되지 않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윤리적 원칙이 자리 잡아야 한다. 이것이 동물의 사육과 도축 과정, 품종 개량과 동물 실험 등에서 구체화돼야 한다. 이러한 변화가 현실화될 수 있도록 교회는 예배와 교육을 통해 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성경적 태도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18
그리고 인간의 식량으로 활용되기 위해 사육, 도축되는 동물의 수를 줄이기 위해 교회 기관에서 육식 섭취를 줄이는 것도 시도될 필요가 있다. 영양학적으로 현대인은 필요 이상의 육식을 섭취하고 있기 때문에 그 양을 조금 줄이는 노력을 나타내는 것은 동물에 대한 자비를 보여주는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
식용 가축에 대한 교회의 책임
이와 같은 독일 교회의 관심과 제안에도 불구하고, 동물의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동물의 사육과 도축이 점차 대량화되고, 기업화됐다. 이는 식량 안보를 지키는 일이자 유관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이익과 직결된 중요한 사안으로 이해됐다. 그리고 육류 소비를 통해 개인의 식욕이 충족되고, 만족감이 증진된다는 사회적 인식의 확대도 대규모 가축 사육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여기서 동물은 동료 피조물로 존중되지 않고, 상품 혹은 욕구 충족의 도구처럼 이해되고, 소비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점차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고, 특히 채식주의가 많은 공감과 지지를 얻기도 했다. 이러한 현실에서 독일교회는 동물에 대한 책임을 조금 더 구체화할 필요를 느꼈고, 그 결과 대량 사육 시스템에 대한 교회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2019년 “식용 가축과 동료 피조물”이라는 사회백서를 출간했다.
이 사회백서는 앞선 사회백서와 마찬가지로 인간과 동물이 하나님의 피조물이며, 동물은 고유의 존엄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반려동물과 식용 가축 모두에 해당된다.19 반려동물은 대부분 가정에서 좋은 여건 속에 존중받으며 지내지만, 식용 가축은 상대적으로 비위생적이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도구적 존재로 대우받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인간의 동료 피조물인 식용 가축에 대한 차별적 인식과 폭력적 상황이 극복돼야 한다. 이에 따라 동물 복지가 고려되고, 더욱 보장될 필요가 있다.20 이는 소, 돼지, 닭, 오리 등의 사육 과정에서 배고픔과 갈증, 고통과 질병, 두려움과 스트레스가 최소화됨으로써 구현될 수 있다.
교회는 동물 사육 기준이 정교화되고, 국가의 모니터링이 활성화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21 그리고 저렴한 육류를 찾는 대신 조금 가격이 비싸더라도 동물 복지를 고려해 사육된 육류를 소비하는 태도를 권장해야 한다. 그 수요로 인해 동물친화적 사육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육류 소비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노력을 독려하여 고통당하는 동물 수를 줄이는 데 기여할 필요가 있다.
한국 교회의 기후변화 대응과 동물에 대한 자비
기후변화는 한국 교회도 관심을 두는 주제다. 그 대응을 위해 다양한 이론적 접근과 실천적 행동이 나타나고 있는데, 사회백서는 그 의도의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중요한 시각을 제공해 준다. 이를 기초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노력이 자기 자신의 안위만이 아니라 동료 인간과 동료 피조물의 행복을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또한 동물에 대한 자비의 실천도 교회의 관심사가 돼야 한다.
특히 차별적 인식과 폭력적 상황 속에 신음하고 있는 식용 가축을 상품이나 욕구 충족의 도구로 대하는 것이 아닌 동료 피조물로 대하는 인식의 전환과 그 복지 증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기후변화 대응과 동물 복지를 위한 교회의 실천은 피조 세계의 상황을 개선하고, 이를 통해 그 주인이신 하나님에 대한 존중을 드러내게 된다. 그 현실화를 통해 교회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구현하게 될 것이다.
註
1) 토마스 홉스, 《리바이어던》, 최공웅?최진원 옮김(동서문화사, 2018), pp. 130-131.
2) 테오도르 아도르노?막스 호르크하이머, 《계몽의 변증법》, 김유동 옮김(문학과지성사, 2002), p. 12.
3) 조효제, 《탄소 사회의 종말》(21세기북스, 2020), p. 10.
4) Evangelische Kirche in Deutschland, Es ist nicht zu spat fur eine Antwort auf den Klimawandel (Hannover: EKD, 2007), 5.
5) 앞의 책, p. 6.
6) 앞의 책, p. 6.
7) 앞의 책, pp. 13-14.
8) 앞의 책, p. 14.
9) 앞의 책, pp. 17-18.
10) Evangelische Kirche in Deutschland, Umkehr zum Leben. Nachhaltige Entwicklung im Zeichen des Klimawandels. Eine Denkschrift des Rates der Evangelischen Kirche in Deutschland (Gutersloh: Gutersloher Verlagshaus, 2009), 12.
11) 앞의 책, p. 105.
12) 앞의 책, p. 110.
13) 앞의 책, pp. 108-109.
14) 앞의 책, p. 110.
15) 앞의 책, pp. 148-151, 156-157.
16) Evangelische Kirche in Deutschland, Zur Verantwortung des Menschen fur das Tier als Mitgeschopf (Hannover: EKD, 1991), Ziff. 2, 5, 11.
17) 앞의 책, Ziff. p. 18.
18) 앞의 책, Ziff. pp. 51-52.
19) Evangelische Kirche in Deutschland, Nutztier und Mitgeschopf! Tierwohl, Ernahrungsethik und Nachhaltigkeit aus evangelischer Sicht (Hannover: EKD, 2019), 125.
20) 앞의 책, p. 125.
21) 앞의 책, p.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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