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용 선풍기 전자파 논란 또… 찝찝하면 ‘이렇게’ 써라
목 선풍기보다 손 선풍기가 안전
손 선풍기 25cm 정도 밖에서 사용을
휴대용 선풍기에서 방출되는 수준의 전자파가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 지는 명확하지 않다. 걱정된다면 멀리 떨어뜨려 사용하는 게 좋다.
여름철에 휴대용 선풍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최근 한 시민단체가 휴대용 선풍기의 전자파를 측정한 뒤 세계보건기구(WHO)의 발암 기준보다 높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는 시민단체의 측정 방법이 잘못됐으며 과거엔 문제없는 수준이었다고 반박했다. 누구 말이 맞는 걸까? 휴대용 선풍기 계속 써도 되는 걸까?
◇휴대용 선풍기 전자파 논란, 2018년 도돌이표
최근 환경보건시민센터(이하 센터)가 기자회견을 열고 손 선풍기 6종과 목 선풍기 4종의 전자파 측정 결과를 발표했다. 센터는 “휴대용 선풍기에서 발암 유발 기준인 4mG(밀리가우스, 자기장 세기)의 최소 7.4배에서 최대 322.3배에 이르는 전자파가 측정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과거 측정 결과 휴대용 선풍기의 전자파는 인체보호기준을 충족했으며 다만 소비자 우려를 고려해 국내외 표준절차에 따라 해당 제품들의 전자파 세기를 재측정하고 그 결과를 조속히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두 기관의 대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에도 똑같았다. 센터는 휴대용 선풍기의 전자파가 지나치게 높다는 측정 결과를 토대로 정부가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과기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자체적으로 목선풍기 10개 제품의 전자파를 측정한 뒤 인체보호기준인 833mG의 0.4~13% 수준이었다고 반박했다. 26일, 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종의 손 선풍기에서는 평균 464.44mG, 4종의 목 선풍기에서는 평균 188.77mG 수준의 전자파가 발생했다. 왜 이런 대립이 반복되는 걸까?
◇전자파 인체 발암 기준 4mG, “위험성 과장됐다”
두 기관이 제시하는 전자파 위해 기준이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센터가 제시한 4mG 기준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나왔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전자파에 장기간 노출되면 소아백혈병 발병률이 증가할 수 있다는 1979년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4mG 이상의 전자파를 발암 등급 2B로 분류했다. 2B 등급은 인체 발암성이 있다는 증거가 제한적이고, 동물실험에서도 발암성에 대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다. 해당 등급엔 피클, 김치와 같은 절인 채소와 젓갈 등도 포함돼있다.
마찬가지로 4mG 이상의 전자파가 위험하다고 단정하긴 어려워 보인다. 충북대 정보통신공학부 김남 교수는 “4mG의 전자파가 발암 유발의 기준이 될 수 있는지 밝혀낸 역학조사 결과는 없다”며 “해외에서도 극히 일부 국가가 신설 송전선로를 설치할 때 적용하는 기준이 4mG”이라고 말했다. “만약 4mG가 넘는 전자기기들이 발암을 유발했다면 우리 주변에 쓸 수 있는 전자기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부의 안전 기준 833mG, “만성적 사용은 간과”
그렇다면 전자파 수치가 833mG만 넘지 않으면 괜찮은 걸까? 과기부가 제시한 833mG는 국제비전리방사선보호위원회(ICNIRP)에서 나왔다. 1998년, ICNIRP는 전기장, 자기장, 자속밀도 등이 어느 정도에 도달해야 직업인, 일반인에게 영향을 끼치는지 분석해 ‘전자파 노출한계기준’을 발표했다. 국내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전파법 내 ‘전자파인체보호기준’을 신설하고 휴대전화 이외의 전자기기엔 833mG 기준을, 휴대전화엔 전자파흡수율(SAR)인 1.6 W/kg(단위 질량당 흡수되는 에너지의 비율)을 적용하고 있다.
833mG은 단기 노출 기준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보건환경학과 박동욱 교수는 “833mG의 전자파에 노출되면 단기간이라도 망막이 손상되거나 중추신경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역학조사 결과가 있다”며 “기준이라는 게 항상 완벽할 순 없지만 문제는 만성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선풍기에 단기 노출 기준이 적용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목 선풍기보다 손 선풍기가 안전
사실 낮은 수준의 전자파가 장기적으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불분명하다. 전자파는 전기장과 자기장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물결이다. 직선으로 흐르는 전기를 중심으로 발생한다. 이론적으로는 체온을 상승시켜 세포나 조직 기능에 영향을 주고 인체에 유도된 전류가 신경이나 근육을 자극한다. 그러나 대다수 전자기기에서 방출되는 극저주파 자기장에 저밀도로 장기간 노출됐을 시 어떻게 될지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세계보건기구는 전자파가 무해하다는 증거가 나올 때까지 사전주의적 접근방법을 중간정책 수단으로 채택하기를 권고하고 있다.
다만 분명한 사실들도 있다. 전자파의 세기는 거리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거리를 벌리면 그만큼 전자파 노출을 피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아직은 전자파보다 스트레스가 더 위험하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전자파가 걱정된다면 몸에 밀착되는 목 선풍기 사용은 자제하고 손 선풍기라도 25cm 정도 밖에서 사용하는 게 좋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25cm 밖에서 사용하면 확실히 전자파 수치가 4mG 이하로 내려갔다”며 “모터와 날개가 없는 선풍기도 전자파 수치가 낮았으므로 괜찮을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