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살까지 날마다 취하도록 술 마시겠다고 큰소리치던 내가
60살 겨우 넘은 요즘엔 하루 걸러 술을 마시곤 한다.
수요일에 술을 마셨으니 목요일은 쉬자.
마복산엔 장마 중의 하얀 구름이 땡볕 사이에 덮여 있다.
비가 언제 쏟아질지도 모르겠는데 며칠 째 뜨겁기만 하다.
산에 가기도 싫어 장수호정원에 들렀다가 5시 50분의 작은 영화관에 가
상업영화를 보기로 한다.
초기엔 천만송이 국화공원이었다가 여름엔 수국과 능소화라고 하더니,
입구에 '장수호힐링정원'이라고 팻말을 세웠다.
수국은 더 핀 듯한데 능소화는 지난번 화사한 곳은 지고 다른쪽에 더 피어났다.
저 윗쪽에 물을 주고 있는 주인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봉우리로 걷는다.
금방 땀이 뚝뚝 떨어진다.
팔을 걷어 부치고 가슴의 지퍼도 내린다.
주독이 빠져 나가는 거겠지. 또 술을 찾을까?
장수저수지는 그대로인데 초록풀밭이 더 커졌다.
마복산은 가려 보이지 않고 물도 그대로다. 장마가 맞나?
시든 자귀꽃과 돌탑과 쇠울타리의 능소화를 보며 차로 온다.
등짝의 땀을 식히며 작은영화관에 가 '토르, 러브앤썬더'를 6천원에 산다.
최근 여기에서 '탑건'을 6천원에 보았고, 광주에서는 14,000원에 '범죄도시2'를 보았다.
모두 시간 죽이기용으로 좋다.
내 나이가 시간을 죽여야 좋은 나이인가?
하루가 너무 긴 건가? 하긴 산에 가지 않을 땐 술마시기 아니면 책 몇줄 읽기인데,
책 몇줄 읽으면 눈이 흐려지고 허리 아파와 버티지 못하니
내겐 술과 영화가 맞는 거 같기도 하다.
마블의 만화영화로 시간 죽이기는 조금 힘들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