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3380]三宜堂 金氏 十二月詞(12월사)
十二月詞
1769 三宜堂 金氏(1769∼1823) 三宜堂稿
正月上元(정월상원) 정월 대보름-金三宜堂
田家此日祝西成(전가차일축서성) 농삿집에 이 날은 가을을 빌어
村社鼕鼕土鼓鳴(촌사동동토고명) 마을 사당 둥둥둥 흙 북을 울려
良夜城南明月下(양야성남명월하) 좋은 밤 성 남쪽에 밝은 달 아래
家家年少踏橋行(가가년소답교행) 집집이 어른 아이 다리 밟기 가
이월 첫 사일-金三宜堂
東風楊柳綠如烟(동풍양류록여연) 동풍에 버드나무 푸르른 이내
曲水流觴付少年(곡수류상부소년) 굽은 물에 뜬 술잔 젊은이 붙여
城外紅粧多觀艶(성외홍장다관염) 성 밖에 붉게 꾸밈 곱게 보이려
欲蘭消息又前川(욕란소식우전천) 난초로 소식 알려 또 앞에 내에
삼월 삼짇날-金三宜堂
紅錦之裳綠綺衣(홍금지상록기의) 붉은 비단 치마에 푸른 비단 저고리
城南何處踏靑歸(성남하처답청귀) 성 남쪽 어느 곳에 답청하고 돌아와
多情最是江南鳥(다정최시강남조) 정 많기 가장 옳아 강남 갔던 제비라
簾外雙雙也自飛(염외쌍쌍야자비) 발 밖에 짝을 지어 스스로들 날아서
사월 초파일-金三宜堂
此夜城中三萬家(차야성중삼만가) 이날 밤 성 안에는 삼만 집안에
家家燈火盛繁華(가가등화성번화) 집집마다 등 밝혀 가득한 불빛
如雲女兒傾城出(여운녀아경성출) 구름처럼 계집애 성 밖 쏟아져
街上爭停油壁車(가상쟁정유벽거) 거리에 다퉈 멈춰 등 밝힌 수레
오월 단오-金三宜堂
黃梅細雨濕輕煙(황매세우습경연) 노란 매화 보슬비 연기에 젖고
簾外幽禽喚晝眠(염외유금환주면) 발 밖에 그윽한 새 낮잠을 깨워
擾亂東鄰多如盤(요란동린다여반) 시끌벅적 이웃에 많이도 모여
綠楊陰裡送鞦韆(녹양음리송추천) 푸른 버들 그늘 속 그네를 타네
유월 유두-金三宜堂
歌酒誰家惡少年(가주수가악소년) 노래 술 어느 집에 버릇없는 이
三三五五向林泉(삼삼오오향임천) 몇몇 여럿 짝 지어 숲 샘을 찾아
城南野水淸如煙(성남야수청여연) 성 남쪽 들에 물은 맑기가 연기
兒女流頭爭且姸(아녀류두쟁차연) 아가씨 머리 감아 곱다며 다퉈
칠월 칠석-金三宜堂
金井梧桐一葉秋(금정오동일엽추) 우물가 오동나무 잎 하나 가을
水晶簾外碧波流(수정염외벽파류) 수정 발 바깥으로 푸른 물결쳐
天上相逢今夜半(천상상봉금야반) 하늘 별 서로 만나 오늘밤 새워
玉窓何事獨深愁(옥창하사독심수) 옥창에 무슨 일로 홀로 시름에
팔월 한가위-金三宜堂
西疇簑笠已成仙(서주사립이성선) 서쪽 밭에 도롱이 허수아비 돼
新釀家家賀得年(신양가가하득년) 새 술 빚어 집집이 풍년을 축하
誰識紗窓寂廖處(수식사창적료처) 뉘 알아 깁창 규방 이래 고요해
蟲聲月色摠愁邊(충성월색총수변) 벌레소리 달빛에 모두 시름 곁
구월 구일 중양절-金三宜堂
秋晩東籬菊有黃(추만동리국유황) 가을 늦게 울타리 국화 노랗게
薄言採採不盈筐(박언채채불영광) 말 엷다 국화 따니 광주리 안차
爲誰酌彼盃中物(위수작피배중물) 누굴 위해 따르랴 잔속에 꽃술
好送佳辰莫我傷(호송가신막아상) 잘 보낸 좋은 날에 날 다치겐 마
시월 보름-金三宜堂
秋事前村已滌場(추사전촌이척장) 가을일에 앞마을 씻겨 진 마당
東家速舅殺羔羊(동가속구살고양) 동쪽 집 시아버지 얼른 양 잡아
郎君不到重門掩(낭군부도중문엄) 낭군은 오지 않고 겹 문은 닫혀
蟋蟀何心入我牀(실솔하심입아상) 귀뚜라미 무슨 맘 내 침상 들어
동짓달 동지-金三宜堂
葭管灰飛日至南(가관회비일지남) 갈대피리 재 날려 해는 남쪽 끝
梅花消息問前簷(매화소식문전첨) 매화 피울 봄소식 물어 처마 앞
龍墀何處躋冠冕(용지하처제관면) 궁궐 계단 어느 곳 벼슬에 올라
聖壽爭呼萬歲三(성수쟁호만세삼) 임금 만수 부르니 만세삼창을
섣달 납일-金三宜堂
歲色紗窓已暮云(세색사창이모운) 해 지난 빛 비단 창 저물었다네
一年佳節度紛紛(일년가절도분분) 한 해에 좋은 시절 섞이어 지나
滿床風雪寒無寢(만상풍설한무침) 침상 가득 바람눈 추워서 못 자
裁繡郎衣到夜分(재수낭의도야분) 짓고 놓고 낭군 옷 밤을 쪼개서
金三宜堂은 조선 후기 전라도 벽촌에서 살았던 여류문인이다. 그녀의 대표작 중에 하나인 「十二月詞」 는 1월부터 12월까지 총 12수에 걸쳐 지어진 세시풍속시이다. 이는 우리나라 여류문인 가운데 유일하게 1년 열두 달의 세시풍속을 완벽하게 漢詩로 읊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의를 가진다. 그리고 세시를 읊는 것이 유행이던 한양과는 거리가 먼 전라도 벽촌에서 독자적으로 지어진 작품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삼의당의 문학적 소양까지 드러난다. 이에 더해 「십이월사」는 한 해의 절기를 두루 지내면서 지어진 진솔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더욱 크다고 하겠다. 따라서 삼의당의 「십이월사」가 갖는 의의에 대한 재평가가 하루 빨리 이루어져 그에 따른 한문학사에서의 위치를 분명하게 바로잡아 주어야 하는 것이다.
십이월사 정월상원 (十二月詞正月上元) 정월 대보름
田家此日祝西成 (전가차일축서성) 농가의 이 날은 가을 추수 비는 날
村社鼕鼕土鼓鳴 (촌사동동토고명) 마을 무당 집에서는 둥둥 북소리 울린다
良夜城南明月下 (양야성남명월하) 성남의 좋은 밤, 밝은 달 아래
家家年少踏橋行 (가가년소답교행) 집집마다 어른과 아이 답교하는구나
십이월사이월상사 (十二月詞二月上巳) 이월초하루 중화절
東風楊柳綠如烟 (동풍양류록여연) 동풍에 버들 숲 푸른 이내 낀 듯
曲水流觴付少年 (곡수유상부소년) 물에 술잔 뛰운 좋은 잔치 소년에 알린다
城外紅粧多觀艶 (성외홍장다관염) 성밖에선 화장한 여인 요염함 다투고
欲蘭消息又前川 (욕란소식우전천) 난초 띠워 목욕하는 소식을 앞 내에 알린다
십이월사 삼월삼일 (十二月詞三月三日) 삼월 삼진날
紅錦之裳綠綺衣 (홍금지상녹기의) 붉은 비단 치마에 푸른 비단 저고리
城南何處踏靑歸 (성남하처답청귀) 성남의 어느 곳에서 답청하고 돌아오네
多情最是江南鳥 (다정최시강남조) 다정하여라, 강남에서 돌아온 제비여
簾外雙雙也自飛 (염외쌍쌍야자비) 문밖에서 쌍을 지어 저들대로 나는 구나
십이월사 사월팔일 (十二月詞四月八日) 사월 초파일
此夜城中三萬家 (차야성중삼만가) 이날 밤 성 안의 삼만 가정에는
家家燈火盛繁華 (가가등화성번화) 집집마다 등불 밝혀 성대한 잔치로다
如雲女兒傾城出 (여운여아경성출) 구름같이 계집애들 성밖으로 쏟아지고
街上爭停油壁車 (가상쟁정유벽거) 거리에는 등불수레 다투어 멈춰 있도다
십이월사오월단오 (十二月詞五月端午) 오월 단오
黃梅細雨濕輕煙 (황매세우습경연) 노란 매화 보슬비에 가벼운 연기에 젖고
簾外幽禽喚晝眠 (염외유금환주면) 주렴 밖에 그윽한 새는 낮잠을 깨우는구나
擾亂東鄰多如盤 (요란동린다여반) 동녘 마을 요란하다, 무리지은 많은 사람
綠楊陰裡送鞦韆 (녹양음리송추천) 푸른 버드나무 그늘 속에 그네를 타는 구나
십이월사 유월유두 (十二月詞六月流頭) 유월 유두
歌酒誰家惡少年 (가주수가악소년) 노래와 술 어느 집의 버릇없는 아인가
三三五五向林泉 (삼삼오오향임천) 삼삼오오 패를 지어 숲과 물을 찾아 간다
城南野水淸如煙 (성남야수청여연) 성남 들판에 흐르는 물안개처럼 맑고
兒女流頭爭且姸 (아녀유두쟁차연) 소녀들 흐르는 물에 머리 감고 고움을 다툰다
십이월사 칠월칠석 (十二月詞 七月七夕) 칠월 칠석
金井梧桐一葉秋 (금정오동일엽추) 우물가 오동나무 잎 지는 가을
水晶簾外碧波流 (수정염외벽파류) 수정 발 바깥 푸른 풀 결 흐르는 구나
天上相逢今夜半 (천상상봉금야반) 하늘엔 오늘밤에 견우직녀 만나는데
玉窓何事獨深愁 (옥창하사독심수) 옥창에는 어인 일로 홀로 깊은 시름 하는가
십이월사 팔월팔일 (十二月詞八月八日) 팔월 한가위
西疇簑笠已成仙 (서주사립이성선) 서쪽 밭에 도롱이 이미 허수아비 되어있고
新釀家家賀得年 (신양가가하득년) 집집마다 새 술 빚어 풍년을 축하 하는구나
誰識紗窓寂廖處 (수식사창적료처) 깁창 규방 속이 이렇게 적막함을 누가 알리오
蟲聲月色摠愁邊 (충성월색총수변) 벌레소리도 달빛도 모두 다 설움에 가까워라
십이월사 구월구일 (十二月詞 九月九日) 구월 구일 화전
秋晩東籬菊有黃 (추만동리국유황) 늦은 가을 올타리 밑 국화는 누런데
薄言採採不盈筐 (박언채채불영광) 말없이 국화 따니 광주리에 차지 않네
爲誰酌彼盃中物 (위수작피배중물) 누굴 위해 저 잔속에 술 부으랴
好送佳辰莫我傷 (호송가신막아상) 좋은 시절 보내고서 마음 상하게 하지마오
십이월사 십월망일 (十二月詞十月望日) 시월 보름
秋事前村已滌場 (추사전촌이척장) 앞마을은 추수하고 이미 타작일세
東家速舅殺羔羊 (동가속구살고양) 동편 집의 시아버지 양을 잡으셨도다
郎君不到重門掩 (낭군부도중문엄) 낭군은 오지 않아 중문은 닫혔으니
蟋蟀何心入我牀 (실솔하심입아상) 귀뚜라미는 무슨 심사로 침상에 들어 우는가
십이월사 십일월동지 (十二月詞 十一月冬至) 십일월 동짓날
葭管灰飛日至南 (가관회비일지남) 갈대피리 먼지 날고 해는 정남 이르렀는데
梅花消息問前簷 (매화소식문전첨) 매화 필 소식을 앞 처마에 물어 본다
龍墀何處躋冠冕 (용지하처제관면) 궁중 층계 어느 곳에 임은 관리에 올라
聖壽爭呼萬歲三 (성수쟁호만세삼) 임금님 만수무강 서로 만세삼창 부를까요
십이월사 십이월납일 (十二月詞 十二月臘日) 섣달 납일
歲色紗窓已暮云 (세색사창이모운) 비단창에 계절빛에 해 저문다 말들하고
一年佳節度紛紛 (일년가절도분분) 일년 좋은 시절 분분하게 지나가는구나
滿床風雪寒無寢 (만상풍설한무침) 침상 가득 바람과 눈에 차가워 잠 못 들고
裁繡郎衣到夜分 (재수낭의도야분) 낭군 옷을 마르고 수놓으며 그믐밤을 새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