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광주민주화운동기록관 연구실
국제학박사
나이 40을 불혹이라 했다. 불혹은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공자의 이야기다. 공자는 논어 위정편에서 나이대별 특징을 논했다. 15세(지학)엔 공부에 뜻을 세우고 30(이립)엔 일가견을 지니며 40엔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50(천명)엔 천명을 깨닫게 되고 60(이순)엔 다른 사람의 말을 편히 듣는다고 풀이했다. 올핸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역사적 사건과 진실도 40년이 지나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아니다,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 더 올곧게 자리매김돼야 할 때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는 지속적으로 그리고 다각도로 조명돼 왔다. 정부를 비롯해 학계, 시민단체 그리고 언론사 등에서도 그 같은 행보는 계속됐다. 원천 기록물들이 각계각층의 입장에서 재해석되고 작품화돼 그 역사적 의미가 가슴과 머리에 되새겨지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4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와 특집 시리즈물이 발굴되고 조명되고 공유되고 있는 것이다. 그 원천 기록물은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대대적으로 후손에게도 남겨질 예정이다.
그 중의 대표적인 다큐멘터리가 MBC의 ‘나는 기억한다’이다. 5·18을 직접 목격한 사람들이 남긴 일기 기록과 증언을 통해 1980년 5월의 광주를 생생히 재현한 다큐멘터리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故윤상원 열사의 마지막 순간을 담은 동영상이 이를 지켜본 시민들의 가슴을 울컥하게 했다. 도청 진압 작전 이후 20사단 계엄군 장교 인터뷰 영상도 공개됐다. 광주MBC는 ‘이름도 남김없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방영했다. 고립된 80년 광주를 돕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이야기다. 외신기자들에게 광주의 진실을 알리고, 진실의 전파자가 되었던 사람들을 찾아냈다.
연중기획 ‘내 인생의 오일팔’은 5·18로 인해 인생에 영향을 미친 사람들을 한 달에 두 명씩 조명했다. 1월에 광주를 위한 노래 ‘5·18’을 최초로 부른 가수 정태춘에서 부터 얼마 전 9월초 최초의 대중영화 ‘꽃잎’의 감독 장선우에 이르기까지 17명을 조명했다. KBS도 나섰다. ‘광주 비디오’가 그것이다. 전남도청 앞 집단 발포 당시의 처참한 상황이 담긴 ‘광주 비디오’는 40년간 공개되지 않았던 전파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또 ‘다큐멘터리 3일’은 광주 518번 버스의 72시간을 다뤘다. 518번 버스는 80년 당시 군부대가 주둔했던 상무지구에서 시민군 근거지였던 금남로를 거쳐 희생자들이 잠든 5·18 묘지까지 운행되는 버스다. 518번 버스에서 만난 광주 시민들이 40주년을 맞아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지 가만히 보여줬다. 또 ‘임을 위한 노래’도 방송됐다. 40년 동안 은폐되고 왜곡된 ‘반인도적 민간인 학살’ 실태를 심층적으로 추적한 특집 프로그램이 ‘시사기획 창’을 통해 소개되어 시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KBS광주총국은 3부작 특집 ‘오월愛 인연’을 방송했다. 80년 당시 항쟁의 현장에서 도움을 준 이름 모를 ‘그 사람’을 찾아주는 다큐멘터리다. SBS의 다큐 ‘그녀의 이름은’은 5·18 당시 여성들의 활약상을 조명했다. 당시 사진에 나오는 5·18 여성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시위 대열을 이끈 여성 운동가들의 모습부터 마지막 새벽방송을 한 여성 등 다양한 ‘그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CBS의 ‘그해 봄’은 릴레이 인터뷰를 재구성한 7부작이다. 살아남았다는 마음의 빚을 지닌 채 살아온 사람들의 회고를 담았다. TBS의 ‘왜 나를 쐈지?’는 여전히 그날의 아픔 속에 살고 있는 이들의 증언과 증거, 사실에 입각해 제작된 다큐멘터리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건들을 만난다. 과거는 시간의 지평위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어떤 사건들은 기억되고 기술되어 역사가 된다. 이제 40년이 되었다. 40년의 역사 안에서 5·18은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몸부림친다. 실체적 진실이 제대로 규명되고 자리 잡았다면 굳이 이런 몸부림이 필요없었을텐데. 아직도 많은 다큐가 방영되고 여전히 준비되고 있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제대로 안 됐다는 거다. 아직도 광주시민들은 서럽다. 이 시린 가슴을 어떻게 해야 하나. 5월 특집다큐가 멈추지 않는 이유다. 5·18민주화운동에 관한 기록이 중요하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유네스코에 등재된 기록물 등 원천자료를 보유하고 이를 활용해 전시하며 많은 이들과 공유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아카이브를 해야 한다. 기록물의 보전과 관리 등 아카이브 작업은 이를 역사화하는 가장 기본적인 일이다. 아직 광주의 5월이 끝나지 않았기에….
입력날짜 : 2020. 09.17. 19:08
출처 : http://www.kjdaily.com/read.php3?aid=160033729052438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