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지난주 토요일에 마라톤을 나갔어요.
경남 창녕에서 하는데 아침 일찍 내 차를 가지고 갔지요.
전날 산책을 하면서 일정을 말하더군요.
지도를 찾아보니 창녕에서 우리가 살던 밀양까지 한 시간 거리인데 가고 싶다고요.
십 년을 살았던 곳이면서 실상 딸의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기도 하죠.
유치원부터 초등 저학년까지 살았던 곳도 가고
그 뒤에 살았던 동네도 갈 것이라고요.
다음 날 정말 말했던 곳을 한 곳도 빠짐없이 갔더군요.
갈 때마다 가족 단톡방에 사진을 올려서 재미나게 봤어요.
가장 놀라운 사실은 동시집 제목의 [우리동네 구멍가게]를 찾은 거지요.
딸은 그 가게가 제목의 장소인지 몰랐다네요. (내가 말 안했나?;;)
어릴 때 아빠 따라 간 기억이 있어서 사진을 찍어 올린 거죠.
제가 여기가 [우리동네 구멍가게] 라고 했더니 그러냐며 책을 가지고 왔으면 참 좋았겠다는 겁니다.
들어가서 인사를 나누긴 했더라고요.
아, 아쉽네 정말 책을 가지고 갔으면 할머니께 드리면 좋았을 텐데 했습니다.
아!
있다, 책!
엄마 트렁커에 있다!
딸도 놀라서 찾아보고 발견을 했습니다.
다시 할머니를 찾아가서 책을 드렸어요.
올해 87세가 되는 할머니는 아버지를 기억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아이스크림을 납품했으니까요.
저에게 겨울초를 한 달 내내 먹을 만큼 주신 적도 있으신 참 정이 많은 분이셨죠.
할머니가 생각보다 너무나 좋아하셔서 딸도 흐뭇했다고 합니다.
눈물을 글썽일 정도였다네요.
아들들이 오면 꼭 보여주겠다고요.
아들만 다섯을 키운 분이십니다.
정말 여장부시죠.
지금은 다리가 안 아프고 허리가 아프시다고 ㅠㅠ
원래 동시의 제목은 우리 '동네'가 아니라 우리 '마을'이었어요.
출판사에서 마을보다는 동네가 낫겠다고 해서 급히 바꾼 거죠.
그런데 시는 그대로 '마을'로 되어 있어서 살짝 아쉽습니다.
혹시 2쇄가 나온다면 당연히 바꿔야겠다고 생각해요
그런 날이 꼭 오길 바랍니다.
첫댓글 바로 저기였군요!
감동입니다~
저도 정말 감동이었어요.
여전히 그 자리에 계셔주셔서 어찌나 반가운지..
딸래미가 살뜰히 말벗을 하고 와서 더 흐뭇해요.
그때는 열 살쯤이었는데 지금 26살이 되었거든요.
어머나~~이곳이 배경이군요.
할머니랑 모두 감격하다마다요~~
네네, 할머니도 감동하고 책을 전해준 딸도 감동하고 멀리서 이 모든 소식을 전해들은 저도 너무나 감동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차 트렁크에 있는 책이 참말로 감동이었습니다.
세상에나! 저도 감동입니다. 작품의 배경을 찾아 현영 시인과 함께 가보고 싶네요. 우리가 울산에서 첨 만났을 때가 2008년 문학기행이었으니 어언 16년 놀라워라~
샘도 지나친 가게랍니다.
이 가게를 지나야 우리 남편 아이스크림 창고가 나오거든요.
막둥이가 아장아장 걸었을 때였는데 이제 취업을 하였으니 참말로 세월이 겁나게 빨리 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