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버스 타고 택시 타고
방송일 2024년 6월 10일(월) ~ 6월 14일(금), 756편.
*영상보기ㅡ>https://youtu.be/msFICdsiseE?list=PLvNzObWMMx6vYVQFfFq10QnHHumb_dhoO
방구석에만 있기엔 아쉬운 이 계절.
지친 일상 속 탈출구가 필요하다면?
버스 타고 택시 타고 떠나보는 건 어떨까.
산길 따라 바닷길 따라
차창으로 보이는 특별한 풍경 속
사람 냄새 나는 이들의 이야기.
베테랑 토박이 기사님들이 안내해주는
나만 알기 아까운 동네 밥집은 덤.
지리산 품은 할머니의 민박집, 함양
무료 ‘봉안이 버스’ 타고 동네 한 바퀴, 청산도
문전성시를 이루는 기사식당 골목, 고흥
택시기사님이 추천하는 숨은 맛집, 곡성
섬에 단 두 대 있는 택시로 만나는 풍경, 덕적도
떠나자.
인생 싣고 달리는
버스 타고 택시 타고, 고고!
1부. 할머니 손맛 찾아, 함양
북쪽으로는 덕유산을,
남쪽으로는 지리산을 품은 산의 고장, 경남 함양.
높은 산, 깊은 계곡을 품어온 함양은
청정자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우연히 맛본 할머니 손맛을 잊지 못해
꼭 다시 한번 함양을 오고 싶었다는 독일인 에밀리 씨.
함양의 진짜 매력을 알고 가고 싶어
택시에 몸을 실었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건
상림공원 너른 들판을 붉게 물들인 ‘개양귀비’.
‘위로’라는 꽃말처럼
하늘하늘 바람에 움직이는 꽃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노라면
행복해지는 기분.
에밀리의 최종 목적지는 예전에 한 번 왔었던
지리산 자락 할머니의 민박집
할머니 집으로 향하는 길에서 만난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손꼽히는 지안재,
바로 오도재 고갯길 에서
보는 지리산은 눈을 못 뗄 정도로 아름답다.
그렇게 험난한 고갯길을 넘어
드디어 도착한 지리산 할머니 민박집.
석수연 할머니가 홀로 운영하는 민박집은
캐나다, 미국, 영국에서도 예약하고 올 정도로 외국인들의 성지라는데.
오늘은 에밀리가 팔 걷어붙이고
할머니의 수제자로 나섰다.
대나무밭에서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죽순을 캐고,
푸르른 밭에서 막바지 고사리를 채취하는데.
힘들어도 힘든 내색 하지 않고 열심히 도와주는
손녀 같은 에밀리를 위해 곱게 머리 땋아주는 할머니.
그리곤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었던 귀한 밥상을 차려주신다.
아까시꽃 튀김부터 미나리전, 죽순 넣어 만든 된장국까지.
뚝딱하고 만들어지는 20여 가지 반찬의 향연.
할머니가 차려주신 밥 한 끼로
에밀리 씨는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데.
우리가 잊고 지냈던 할머니의 따뜻한 정이 담긴
밥 한 끼를 찾아서 에밀리가 지리산으로 간다.
2부. '봉안이 버스' 타고 청산도
산도 푸르고, 물도 푸르다 하여
이름 붙은 전남 완도의 섬, 청산도(靑山島).
천천히 걸어가도 괜찮다. 말해주는
느림의 미학이 아름다운 섬이다.
이 섬엔 77년부터 지금까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멈추지 않고 달려온
버스 한 대가 있다. 이름하여 ‘봉안이 버스’
8대째 토박이 김봉안 기사님이 운행 중인
섬에 단 한 대뿐인 여객 버스.
그 버스에 오늘 특별한 손님이 탑승했다.
‘바람 바람 바람’을 통해
8~90년대 최고의 인기를 얻은 가수 김범룡 씨.
그가 ‘봉안이 버스’를 타고,
청산도 여행을 떠났다.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할머니들을 따라간 곳은
할머니들의 동네 사랑방인 ‘미용실’
10년 전 여행 삼아 들렸다가 청산도에 반해 정착했다는
이성자, 주창민 부부가 운영 중인 곳.
할머니들은 이곳에서 머리를 하며 서로 안부를 나누고
부부가 만든 별미 ‘보리빵’으로 정을 나눈다.
다시 버스에 올라타 도착한 곳은 돌담마을.
그곳에서 가수 김범룡 씨의 눈길을 사로잡은 독특한 건물 하나.
황기윤 씨가 축사를 개조해 손수 만든 카페다.
그곳에서 청산도 주민들이 직접 잡은 싱싱한 전복과
갖가지 채소를 버무려 만들어낸 ‘전복물회’를 맛본다.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르른 섬, 청산도
버스를 타고 둘러보는 청산도는 어떤 모습일까?
3부. 그 골목에 가면
자연이 빚어낸 아름다운 풍경들로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 불린다는
전라남도 고흥.
그곳에 당신이 미처 몰랐던
맛의 ‘골목’이 있다면?!
고요한 적막이 흐르는 시골 동네.
그런데, 점심시간이면 차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골목이 있다?
고흥군 과역면 기사식당 골목이 바로 그곳.
6곳의 기사식당들이 몰려 있는 이곳의 메뉴는
오로지 하나 ‘삼겹살 백반’
대패 삼겹살과 15가지 반찬들을 단돈 만 원에 맛볼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고흥 지역 기사님들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손님들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벌써 수년째 같은 가격으로 장사를 하고 있다는
이 골목의 터줏대감 임선희 씨.
가성비와 맛,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던
그 오랜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우연히 기사식당에서 만난 김병리 기사님이 운행하는
택시를 타고 고흥 드라이브에 나섰다.
고흥 토박이 기사님이 강력추천하는 고흥의 맛 골목은
고흥 중앙시장에 있는 ‘숯불 생선구이 골목’
싱싱한 생선을 손질하고, 건조 시키고
숯불에 재를 뿌려 구워내는 생선구이.
그 골목에는 생선 팔며 하루하루 열심히 인생을 살아온
우리네 엄마들의 삶이 녹아 있다.
일찍 남편을 보내고, 35년 동안 생선을 팔아
자식을 키워왔다는 장양금 씨.
이제는 두 딸이 엄마 곁을 지키며
그 오랜 엄마의 손맛을 이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세 모녀에게 이 골목은 어떤 의미일까.
맛있는 인생이 펼쳐지는 고흥의 골목으로
지금 떠나보자.
4부. 곡성에서 뭐 먹지?
섬진강 넘어 굽이굽이 골짜기가 이어진,
옛 상인들이 고개 넘기 어려워 통곡해 이름 붙여졌다는
베일에 싸인 숨겨진 동네, 전라남도 곡성군.
곡성에 가면 10년 이상 경력의
택시 기사님들이 추천해주는 밥집이 있다.
그 누구보다 곡성을 잘 안다는
15년 경력 곡성 토박이 박애자 택시 기사.
그녀가 오늘 우리가 몰랐던 ‘곡성의 맛’을 제대로 알려주겠다는데.
곡성 택시 기사가 추천하는 이른바 ‘택슐랭’ 미식 여행.
1004가지 종류의 형형색색 장미가 만발해
많은 사람의 발길, 눈길 사로잡는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시작된 여행.
곡성 사람들도 잘 모르는 숨겨진 풍경 맛집을 안내하겠다는
박애자 택시 기사님.
그녀의 택시가 향한 곳은 석곡 전통시장.
1973년 호남 고속도로가 생기기 전까지
여수와 순천 일대를 지나는 사람들이 꼭 들르는 곳이었다는 이곳.
석곡시장 안에는 아는 사람만 안다는 숨은 밥집이 있단다.
직접 농사지은 콩을 삶고 갈아서 만든 고소한 콩 국물에
쫄깃한 면발 넣고, 곱게 갈린 살얼음 올린 콩국수가 바로 그 주인공.
단출해 보이는 반찬이지만,
주인장 배형순 씨의 철학이 담긴 시원한 콩국수 한 그릇에
불시에 찾아온 더위가 쑥 달아나는 듯하다.
입이 즐거웠으니, 눈이 즐거울 차례~
구불구불 산길을 달려 그녀의 택시가 멈춘 곳은
아미산 자락에 자리한 작은 암자, 천태암.
668년 혜암 율사가 창건한 이후,
보조국사 지눌을 비롯한 수많은 고승이 드나든 은둔의 수행처.
사계절 다른 풍경이 펼쳐져 사진작가들에겐 유명한 출사 장소란다.
이 암자에 홀로 수행 중이라는 대주 스님.
손수 농사지으신 열무와 산에서 캔 취나물로 반찬을 만들어
우연히 들른 손님에게 선물 같은 귀한 절밥 한 그릇 대접해주신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곡성의 새로운 발견.
곡성 택시에 지금 탑승해보자.
5부. 나는 덕적도 택시 기사
인천 연안여객선 터미널에서 뱃길로 1시간.
인천 옹진군 내 육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섬, 덕적도
‘큰물 섬’이라는 이름처럼, 물이 깊은 바다에 있는 섬이다.
이 섬에 ‘택시’는 단 2대.
강응석 씨는 17년째 덕적도 택시를 운행 중인 1호 택시 기사란다.
부산에서 태어났지만, 덕적도에서 산 것이 더 길다는 그는
자신을 스스로 ‘덕적놈’이라 부른다.
육지에서 돌아온 마을 어르신을 집까지 에스코트해주는 등
어르신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인정’ 많은 그의 택시.
고마운 어머니는 늘 그냥 돌려보내지 못하고 커피 한 잔 내어주는데.
사실 응석 씨에게 덕적도는 남다른 의미.
군 생활을 이 섬에서 한 그는 매표소에서 일하던 아내에게
첫눈에 반해 섬사람이 되기로 했다.
16년 전, 췌장암으로 아내가 먼저 떠나면서
홀로 섬에 남게 된 응석 씨.
덕적도 곳곳은 아내와의 추억이 담긴 그리움의 공간.
아내가 사랑했던, 아내 덕분에 첫눈에 반했던 섬의 아름다움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고 싶다는 응석 씨.
자갈로 이뤄진 능동 자갈마당부터,
300년 금강송들이 숲을 이룬 서포리 산림욕장까지
섬 곳곳은 모두 그에게 보물 같은 장소들이다.
하루도 쉬지 않고 섬을 위해 뛰어준 그를 위해
김남훈 선장은 특별한 하루를 준비했다.
먼 바다로 나가 함께 싱싱한 우럭을 잡고,
말린 우럭과 새우젓 넣고 끓인 ‘우럭건탕’과
제철 ‘아귀찜’으로 고향의 맛을 선물하는데.
‘값어치 약한 동전 같았던 내 과거 그 누가 알까~♬’
흥겨운 트로트 노래가 흘러나오는
신나는 덕적도 1호 택시를 타고 떠나보자,
진한 인생이 흐르는 그 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