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투자용 계좌 개설에 직원 총동원
여의도 BNK증권서 6시간 기다려 번호표 받아
지방 지점에 출장까지...'스팩 청약 이상 과열'
'어젯밤 12시에 도착해 6시간 기다린 끝에 번호표를 받았습니다'
8일 오전 6시 서울 여의도동 BNK투자증권 본점 앞 창구 문이 열리자 건물 앞에서 밤샘하던 50여 명의 '오픈런'
(군중이 매장 등에 먼저 들어가기 위해 뛰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들은 공모주 투자용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온 기관투자가다.
이 계좌를 개설해야 오는 19일 예정된 비엔케이스팩2호 청약에 참여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 중 절반 이상은 '오늘 계좌 개설 업무가 마감됐다'는 직원의 안내를 받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최근 공모주 인기가 치솟으면서 개인에 이어 기관의 추자 열기가 광풍 수준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BNK투자증권 앞의 새벽 오픈런은 과열로 치닫는 청약 경쟁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날 NHK 부산 서면점에도 기관과 개인이 대거 몰려 혼란을 빋었고
입구에 '금일 계좌 개설 폭주로 오후 1시 이후 계좌 개설이 불가하니 다음날 방문해달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일부 자산운용사의 투자일임사 직원들은 출장계를 내고 울산 등 NHK투자증권 지점이 있는 지역으로 달려갔다.
증권업계에서는 공모주 시장이 지나치게 뜨거워져 시장을 왜곡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상장한 DS단석과 케이엔에스, LS머트리얼즈 주가는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300%씩 상승했다.
올 들어 우진엔텍(300%), 포스뱅크(29%), HB인베스트먼트(97%) 등도 모두 급등했다.
최근에는 합병 전까지 가치를 측정할 수 없는 스팩주까지 상장 직후 주가가 치솟고 있다.
그러자 기관까지 단타 행렬에 가세한 것이다.
전국에서 공모주에 달려드는 기관은 총 2000여 곳에이른다.
3년 전까지만 해도 1000곳 남짓이었는데 두 배로 불어난 것이다.
개인들의 '묻지마 청약' 열기도 고조되는 양상이다.
공모주마다 수조원의 청약 증거금이 몰리고 , 자녀와 친인척 계좌를 이용해 청약하는 사람도 급증하고 있다.
IPO 청역 광풍...기관도 '1박2일 오픈런'
'상장하면 4배'...가족계좌 총동원.휴대폰 3개씩 들고 공모주 청약
공모주 투자하는 기관만 2000곳
지난해 말 DS단석,LS머트리얼즈
공모주 폭등에 '묻지마 풀베팅'
채권.MBS 싸게 빌려 수요예측도
개인들 '용돈이라도 벌자'
가족 명의 9개로 공모주 투자도
대어급 IPO 나오면 계좌수 급증
공모주 투자의 묻지마' 열풍은 최근 2~3년간 이어졌다.
하지만 기관들까지 계좌 갯러을위해 오픈런을 벌이는 등 '광풍' 수준으로 바뀐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DS단석과 케이엔에스, LS머트리얼즈 등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 대비 300% 오르는 이른바 '따따블' 공모주들이 등장하면서다.
합병 전까지 가치를 측정할 수 없는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에도 단타 투자자가 대거 몰리고 있다.
앞서 성장한 IBKS24호스팩과 대신밸런스17호스팩도 상장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각각 149%(4985원)와 225%(6500원)까지
치솟았다.
열풍이 휩쓸고 간 뒤 주가는 대체로 공모가 수준과 비슷한 2140원, 2190원에 머물러 있다.
기관 공모주 '묻지마 베팅'
증권업계에서는 국내 공모주에 투자하는 기관 수를 2000곳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 운용사는 지난달 상장한 HB인베스트먼트, 현대힘스, 우진엔텍, 포스뱅크와 이달 상장한 코셈, 이닉스 등
7개 회사 수요예측에 대부분 참여하면서 공모주 투자 열풍을 주도했다.
특히 HB인베스트먼트의 사례는 공모주 투자의 병폐를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HB인베스트먼트는 지난달 주식시장에서 총 277억원의 공모금약을 모집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중소형 운용사가 대부분 '풀배팅'했다.
1995개 기관이 가져가는 공모금액은 100만원 남짓이라 위험 부담이 없어서다.
이후 이들은 상장 첫날 주식을 매각해 차액을 거뒀다.
B운용사 대표는 '직원들에게 무조건 청약을 넣으라고 지시했다'며 '금액이 적어 실패해도 타격이 없기 떄문'이라고 말했다.
기관들이 '묻지마 청약'을 하면서 공모가는 비정상적으로 책정되고 있다.
올해 공모가격을 확정한 7개 기업 모두 공모가가 희망 범위 상단보다 넢았다.
27%나 높은 사례도 있었다.
공모주 수익률이 높어지자 최근에는 기존 발행된 채권이나 주택저당증권(MBS) 등을 저리로 빌려와 펀드 자산을 늘려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펀드 운용자산이 클수록 더 많은 공모주를 받을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열기를 낮추기 위해
의무보유 확약 시 가산점
첫날 수요예측 참여 시 가산점 등 인센티브를 부여했으나 효과는 미미하다.
주가가 고옴가 대비 200~300% 상승한 상장 척날 매도하는 방법이 의무보유활약을 맺어 6개월간 보유하는 것보다
이득이 크기 떄문이다.
'공모주 수요예측 자격 결정 시스템이 망가졌다'는 게 기업공개(IPO) 업계 관계자의 공통된 의견이다.
개인.가족 명의 동원해 청약
2022년 LG에너지솔루션 청약 이후 자녀들의 계좌를 이용해 공모주를청약하는 개인투자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개인 휴대폰 이외에 고옴주용 휴대폰(공기계)을 3개 이상 가지고 다니며 청약하는 방법이다.
삼성 갤럭시의 보안폴더 앱으로 들어가 지문인식 대신 공인인증서를 통한 인증 방법을 이용하면
휴대폰 한 개당 2개의 명의로 공모주를 청약할 수 있다.
이런 방법으로 양가 부모와 부인, 자녀, 차남까지 총 9개 계좌를 동원해 공모주에 청약하는 투자자도 있다.
최근 주식 온라인 커무니티에는 '가족 명의로 공모주 창약을 받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게시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작년 하반기 IPO시장 훈풍으로 주식 거래 호라동계좌는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0일 기준 금융투자협회 주식거래 호라동계좌 수는 6925만 게로 집계됐다.
작년 한 해 147만개가 늘어났다.
대어급 IPO가 나올 때면 주식 계좌 수도 급증했다.
지난해 9월 두산로보틱스, 일반청약 당시 주식거래 호라동계좌는 전월 대비 80만 개 가까이 늘어났다.
청약증거금 15조원이 몰린 DS단석 상장 이틀 전인 지난달 15~16일에는 활동계좌가 12만 개가량 급증하기도 했다.
배정철 기자
조단위 대어들 몸춘다...설 이후 '공풍' 이어갈 듯
수요예측 흥행 에이피알 14일 청약
HD현대마린.시프트업 IPO 착수
케이벵크.서울보증보험도 재도전
증시를 휩쓸고 있는 '공모주 광풍'이 설 연휴 이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 케이뱅크 에이피알 등 '조 단위 상장 대어'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서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뷰티 테크 기업 에이피알은 오는 14일부터 이틀동안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일반청약을 한다.,
이날까지 진행한 기관 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 2000곳 가까이 참여하는 등 흥행 조짐을 보였다.
에이피알은 예상 시가총액이 1조1149억~1조5196억원으로 올해 첫 조 단의 IPO 대어로 꼽힌다.
희망 공모가격은 주당 14만7000억~20만원으로 잡았다.
에이피알에 이어 초대형 공모주가 줄줄이 등장할 전망이다.
HD현대그룹의 해양서비스 기업인 HD현대마린솔루션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 기어박치는 3조~4조 원대로 추산된다.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에 성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이 회사는 올 상반기 증권신고서를 내고 공모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공모주 시장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춘 대형 게임업계의 기업공개(IPO)도 재개될 전망이다.
모바일 게임 '승리의 여신:니케'를 만든 시프트업이 작년 실적 결산이 끝나는 대로 한국거래소에 상장에 예비심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롯데그룹 유통.물류 계열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도 올해 IPO에 나설가능성이 높다.
이 회사는 재무직 투자자(FI)를 유치하면서 내년 4월까지 IPO를 마무리한다는 계약을 맺었다.
작년 상장을 펄회한 기업들도 다시 증시 입성을 노리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IPO 재도전을 발표하고 새로운 주관사단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이 회사는 2022년 9월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바 있다.
하지만 공모주 투자심리가 갑자기 얼어붙자 이듬해 2월 상장 작업을 백지화했다.
서울보증보험도 IPO 재도전을 저울질 중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이달 열리는 회의에서 이 회사의 연내 상장 재도전 여부를 결정한다.
서울보증보험은지난해 10월 수요예측까지 진행했지만 흥행에 실패하자 IPO를 접었다.
하지만 서울보증보험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IPO 재개 의지가 강해 하반기 공모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최석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