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가족 23-36, 연약함과 강인함 사이
“아빠.”
“어.”
“예.”
“허리가 아프다. 집이다.”
“예.”
“어, 허리가 아파서 수술했어.”
“오.”
“집에 왔다. 기운이 없다. 그래, 괜찮다.”
김민정 씨의 “예.” 하는 대답과 물음 하나에 이렇게 오래도록 통화한 건 오랜만인 것 같다. 병원에 다녀오신 아버지께서 내심 딸의 연락을 기다리고, 누군가가 당신의 안부를 묻는다는 게 반가운 것이 아닐까 하고 짐작했다. 사람은 이렇게 누군가의 온기가 필요한 존재라고.
“아버님, 이번 달 말에 따님과 찾아뵙겠습니다.”
“어, 온다고? 이제는 안 아파.”
“허리 아파서 수술하셨다고 하니 아버지 얼굴 뵙고 건강 살피고 싶다고 해요. 딸이니까 당연히 그런 마음이겠죠.”
“그래. 올라믄 와.”
혹 딸 걱정하실까 괜찮다고, 아프지 않다고 하시지만 올해는 병원을 참 자주 드나드셨다. 아버지의 몸이 하나둘 기울어 가신다, 서서히. 전에는 건장하셨던 곳도 이제는 병원의 신세를 져야 할 만큼. 2021년 8월, 아버지께 처음 전화 통화를 주선할 때만 해도 이렇지는 않았다. “뭐할라고 전화했노!” 하시는 말씀에도 우렁찬 기운이 느껴졌다. 강인하시던 경상도 아버지는 약간의 온화함과 더불어 연약함이 느껴진다. 그만큼 보호자로서의 김민정 씨가 보인다. 변화하는 관계 속에서 당신 몫을 하실 수 있도록 거드는 것에 시선을 두고 있다. 그렇게 돕고 싶다.
‘아프다’와 ‘아프지 않다’ 사이. 한 인간으로서의 연약함과 부모로서의 강인함 사이. 연약함과 강인함 사이에 아버지가 계신다.
2023년 11월 9일 목요일, 서지연
민정 씨 아버지처럼 제가 아직 나이가 많지는 않지만, 나이 많은 부모로 딸에게 해 주고 싶은 것, 받고 싶은 게 있지 않을까요? 통화가 긴 이유. 신아름
아버지의 연약함과 아버지의 강인함을 느끼고, 연약할 때와 강인할 때 딸의 자리를 살펴 민정 씨가 그 몫을 감당하니 감사합니다. 아버지 건강하시기 빕니다. 월평
첫댓글 아버지 살아계실때 한 번이라도 더 연락하고 한 번이라도 더 찾아뵙게 도우려는 서지연 선생님의 마음을 잘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