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검주장 조목조목 배척
'주주 희생 합병으로 볼수 없어
시세조종 등 단정하기 어려워
검 '법원과 견해차 커' 항소 강행
이재용 사법리스크 장기화 우려
검찰이 8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56)의 무죄 선고에 불복해 항소한 가운데, 법조계에선 '일련의 범죄 사실들을
1심 재판부가 조목조목 반박하며 하나도 인정하지 않은 만큼 항소심 결과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동아일보가 입수한 이 회장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단정할 수 없다'며
검찰의 논리를 배척했다.
하지만 검찰은 '증거 판단과 법리 판단에 있어 1심 판결과 견해차가 크다'며 선고 사흘 만에 항소를 제기한 것이다.
법 '승계만을 위한 합병도 미전실만 나선 것도 아냐'
이번 사건 공소 사실의 시작은 이 회장이 삼성 경영권 승계를 위해 미래전략실과 공모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했다는 것이다.
당시 제일모직 주식 23.2%를 보유한 대주주였던 이 회장이 삼성전자 지분 4%를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해
삼성전자 에 대한 지배력 강화에 나섰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2012년 12월 '프로젝트 G' 문건 등 삼성 내부 문건들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법원은 '프로젝트 G 문건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유지.강화하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보고서일뿐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물산 주주를 희생시키는 악탈적 불법 합병 계획을 담고 있는 승계 계획안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개별 회사의 사업상 필요성이나 시너지 등에 대한 검토는 사정을 잘아는 소속 경영진 및 임직원들이 한 것으로 보이고
미전실이 지배구조 측면에서 필요성을 주로 검토했다'고 판시했다.
두 회사의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 작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고, 미전실만 나선 것도 아니었다는 취지다.
검찰은 'M사 합병추진안'에 쓰인 '주가관리'라는 표현을 근거로 두 회사 합병을 위해
제일모직이 자사주 매입을 하는 방식으로 시세조정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해당 표현은 시장에서 종종 쓰이는 표현으로 이를 두고 위법한 수단을 사용해
시세조종, 주가조작을 계획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제일모직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지배권 제약 사항 등을 이 회장이 음폐했다는
공소 사실에 대해서도 '콜옵션 약정이 공시된 가운데 이 사건 합작투자 계약의 다른 주요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해서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사항이 은폐됐다고 보기 어렵고 위계(속임수)나 부정한 수단이 사용됐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검, 거센 비판 여론에 '신속-효율 재판할 것'
재팜부는 두 회사의 합병으로 삼성물산 주주들이 손해를 입었다는 혐의(업무상 배임)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배임은 검찰이 이 회장을 두차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 당시 다르지 않고 기소할 때 추가되면서
'기습 기소'라는 비판이 일었던 부분이다.
재판부는 '자본시장법령에 따라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이 정해진 이 사건 합병에서 검사가 주장하는추상적 가능성만으로는
손해가 인정될 수 없다'며 '객관적.개연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이익 상실로 인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통해 국민연금이 두 회사 합병에 찬성하도록 했다는 협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부당한 개입을 유도하여 국민연금 의결권을 확보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 사건 합병 거래와 관련해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고, 합병 거래를 목적으로 위계를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앞서 대법원은 이른바 '국정농단' 재판 확정 판결에서 '이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의 노물 요구에 편승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했고, 그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대법원 판단은 미전실이 삼성물산의 의사를 배제하거나 의사에 반해 승계 작업 내지는 합병을 추진한다는
취지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처럼 19개 혐의에서 모두 무죄가 나온 상호아에서 검찰이 항소하자 이 회장은의 '사법 리스크' 장기화가 현실화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8년 말 시작된 이번 사건 수사가 1년 9개월의 수사와 3년 5개월 동안의 1심 재판을 거쳐 진행된 상황에서 항소심 재판에
추가로 돌입하게 되면서 수사와 재판에만 총 10년 가까이 소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자현.허동준.구민기 기자
'검, 범죄혐의 무관한 정보까지 통째 압수'...재판부 '위법 증거목록'152쪽 걸쳐 적시
삼바공장 서버 파일 778만 개 중
임의 12개 폴더만 변호인에 보여줘
재판부 '영장주의...적법절차 위반'
장충기 폰 혐의 무관 문자도 검보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 합병 관련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한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핵심 증거들의 위법성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판결문 끝에 152쪽을 할애해 '위법수집증거 목록'을 적시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특히 재찬부는 검찰이 아붓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서버 등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않으면서
'영장주의와 적법 절차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재판부에 낸 의견서에는 '별도의 선별 절차 없이 서버 자체를 압수한 것'이라며
사실상 법에 정해진 절차를거치지 않았다고 자인한 듯 보이는 대목도 판결문에 담겨 있었다.
"검찰 스스로 '별도 선별 없이 압수'"
이날 동아일보가 확보한 1614쪽 분량의 이 회장 1심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검찰이 2019년 5월 7일 인천 연수구 소재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바닥을 뜯어내고 압수한 메인 및 백업 서버 등에 대해 '저장된 전자정보 일체를 선별 절차 없이
압수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당시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회의실과 1공장 통신실 바닥 밑에 설치된 메인 및 백업 서버, 외장하드 2대,
업무용 PC 26대 등을 압수해 재판 증거로 냈다.
그런데 검찰이 압수물 중 영장 내 범죄 혐의와 무관한 전자정보들을 변호인 입력 상태에서 추려내는 법적 절차를 지키지 않아
위법하다고 법원은 본 것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검찰은 18TB(테라바이트) 규모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백업 서버 파일 778만 개를 통쨰로 압수한 후
이 중 협의와 관련 있다며 임의로 고른 12개 폴더만 을 변호인에게 보여줬다.
당시 폴더 이름은 'FT..ms' 'FT...fs' 'A-pjt' 등 으로, 제목만 봐선 영장 혐의사실과의 관련성을 알 수 없었다.
재판부는 '아무런 선별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전자정보를 입수한 후 피압수자 측에 해당 전자정보를 제한적으로 열람할
기회만을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2020년 12월 22일 제출한 의견서에서 '별도의 선별 절차 없이 서버 자체를 압수한 것'이라고 밝힌점도
검찰이 이를 스스로 '적절한 선별 절차'로 여기지 않은 근거라고 봤다.
재판부는 '영장주의 원칙을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피압수자 측의 참여권을 보장한 취지를 실질적으로 침해했다'고 판시했다.
'문자 1만4000개 압수해 혐의 무관한 것도 보관'
검찰이 2019년 5월 3일 삼성바이오에피스 직원을 긴급 체포하면서 주거지와 공용창고에서 압수한 네트워크 결합 스토리지(NAS) 서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선별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2019년 5월 22일 변호인 참여하에 선별 절차를 진행하다가 갑자기 이를 중단했고 닷새 후 선별 절차 없이
전자정보를 모두 압수하고 저장매체 원본도 돌려주지 않겠다고 통지했다.
해당서버 속 파일에는 '휴직복직 관리 기준 gul' '국내출장기준 gul' 등 혐의와 무관한 파일들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또한 검찰이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입수한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 휴대전화 속
문자메시지의 증거능력도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혐의 관련성 선별 절차를 압수했고 장전 차장에게 휴대전화 속 전자정보의 상세 목록을 교부하지 않았으며
혐의와 무관한 문자 등 전자정보를 삭제.폐기.반환하지 않고 대검찰청 서버에 저장해 보관해온 점을 위법 사유로 들었다.
김자현.조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