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직장(구직) 23-51, 하객, 축하하는 손님
서둘러 온다고 왔는데도 도로 사정이 여의치 않아 촉박하게 도착했다. “김민정 씨, 서두르셔야겠습니다!” 하며 재촉한다. 종종걸음으로 식장을 향한다. 마침 식이 시작하기 직전이다. 그래도 축의금을 빠뜨릴 수는 없지 않은가. 이곳에 하객으로 초대받은 건 김민정 씨니 직접 이름을 써서 전하는 것 또한 놓칠 수 없지 않은가. 김민정 씨도 상황을 잘 아니 헉헉거리면서도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곁에 있는 축의금 봉투를 집어 ‘김민정’ 이름을 한 자 한 자 적고, 신랑 측 축의금 받는 사람에게 향한다.
앉아있던 분이 눈을 맞추고 웃으며 두 손으로 김민정 씨의 축의금을 전해 받는다.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식권 필요하신가요?”
“예.”
“몇 장 드릴까요?”
“예.”
식장에 들어서니 마침 이민용 선생님이 바로 근처에 있다. 축하 인사도 못 전하고 식이 시작되나 싶어 아쉬웠는데 감사! 다가가 인사드리니 “민정 씨, 정말 왔네요! 그때랑 그대로네요. 와 줘서 고마워요.” 했다. 이곳에 결혼 하객, 축하하는 손님으로서, 자격을 갖춘 사람으로서, 환대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늘을 기념할 사진을 함께 찍고, 준비한 편지를 전한다. 식 시작해야 하는데 편지를 전해도 괜찮은지 물으니 오히려 이런 것까지 준비해 주시다니 참 감사하다고, 편지는 정장 안 주머니에 잘 넣어두겠다고 했다. 결혼식이 진행되는 동안 김민정 씨의 축하를 담은 편지는 신랑 이민용 선생님 가슴 주머니 안쪽에서 뜨끈하게 데워지고 있을 것이다.
“오늘을 기다리며 김민정 씨가 결혼식에 어울리는 옷을 고른다고 백화점을 몇 바퀴나 돌았어요. 그만큼 자리에 맞는 옷을 갖춰서 축하하고 싶었던 뜻이라 헤아렸습니다. 초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김민정 씨가 이민용 선생님에게 당신만의 표현으로 직접 전하시도록 조금 뒤에 떨어져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서 조금 어색한지 침묵이 이어졌지만, 이것 또한 ‘오랜만’이라는 표현에 어울리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드니 나서고 싶지 않았다.
“고맙습니다. 민정 씨, 고마워요.”
“음.” (아주 희미하게 이런 대답을 들은 것 같다.)
결혼식 시작을 앞두고 세 명의 화동이 자리한다. 김민정 씨가 뒤에서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본다. “아기.” 하면서. 잠잠히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식을 함께한다. 사회자가 “박수로 환영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면 김민정 씨가 그에 맞게 박수를 치며 축하의 자리를 빛낸다.
사회자의 “신랑 입장!”이라는 소리가 들리자 이민용 씨가 바구니를 들고 나온다.
마침 결혼하는 날이 빼빼로 데이라고 바구니에 빼빼로를 가득 채워 하객들에게 전한다. 빼빼로는 요즘 김민정 씨가 가장 좋아하는 과자 중 하나다. 그런데 “어, 어!” 하거나 달라고 하지 않는다. 놀랐다. 이것이 격식을 갖춘 복장과 장소의 힘일까.
식을 마치고 뷔페를 즐기러 간다. 생각해 보니 3시가 넘도록 점심도, 간식도, 커피도 안 먹고 마셨다. 배고프셨을 텐데, 재촉하지 않았다. 분명 나를 초대해 준 고마운 지인을 축하하는 자리를, 그 순간을 지키고 싶었던 것일 테다. 그래서 배고픔도 잊고, 아니면 잠시 참고, 식의 마지막까지 시선을 떼지 못했던 것일까. 뷔페에 도착하니 김민정 씨가 감탄한다. 역시 배가 고팠던 것이다. 좋아하는 고기와 디저트까지 코스 요리로 여유롭게 즐기고 나왔다. 이 결혼식의 하객, 축하하는 손님으로 자리에 맞게 격식을 갖춘 김민정 씨가 참 근사해 보였다.
코로나가 지나간다. 아득한 옛날이 된 것처럼. 언제 마스크를 썼냐는 듯 사람들의 얼굴을 마주 보며 지낸다. 둘레 사람의 경조사 소식을 전해 듣고 그저 전화로 축하하거나 위로를 전하기보다 직접 가서 자리를 채우는 순간이 잦아졌다. 그때 당사자의 격을 어떻게 살려 도울 것인가. 오늘의 김민정 씨를 떠올리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2023년 11월 11일 토요일, 서지연
이민용 선생님, 결혼 축하해요. 민정 씨 진심으로 축하하는 모습 고맙습니다. 신아름
이민용 선생님, 초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결혼 축하합니다. 민정 씨를 기억하고 초대하는 마음, 그 아름다움으로 복되게 사시기 축복을 간구합니다. 민정 씨, 근사해요. 축의금 두 손으로 받아주신 분, 참 고맙습니다. 결혼식이 참 아름답네요. 먼 길 오가느라 애쓰셨어요. 월평
첫댓글 김민정 씨 근사해요. 저 옷을 꺼내는 날이 자주 생기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