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수꽃
은행나무꽃
김남극
밭가 은행나무 아래
새벽에 나가보니
눈물 같은 꽃 떨어져 있다
은행나무꽃 본 이 없다
밤에 꽃 피었다가
밤에 꽃 진다
누가 오지의 슬픔을 알랴
자정 넘어 혼자 울다
혼자 잠드니
―시집『하룻밤 돌배나무 아래서 잤다』(문학동네, 2008)
꽃 피는 식물은 자웅동체가 대부분인데 오이나 호박, 오리나무, 소나무, 밤나무는 한 그루에 피는 꽃(한집꽃)이라고 한다. 은행나무는 주목, 버드나무, 포플러, 소철, 뽕나무, 식나무, 노간주나무처럼 자웅이주, 암수딴그루라고 한다.
은행은 가을에 열매가 바닥에 떨어져 발에 밟혀 냄새를 풍길 때쯤 한 번 쳐다보는데 열매맺은 걸로 보고 암나무인 줄 알지 나무 모양을 보고서는 어느 나무가 수나무인지 암나무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누가 하늘로 쭉 뻗은 것이 수나무이고 가지를 많이 벌린 것이 암나무라고 하는데 그 말은 듣고 확인을 해보려고 했으나 암수 구분이 여전히 쉽지 않았다.
게다가 꽃을 본 적이 없어 궁금하기도 했다. 은행나무 꽃 어떻게 생겼을까. 한창 꽃 사진을 찍으러 다닐 때 가을에 땅에 떨어져 뒹구는 꽃을 본 적이 있었다. 벌레 같은 것들이 낙오된 병사처럼 땅에 수북이 떨어져 있었다. 수꽃은 오디처럼 생겼는데 암꽃은 어떻게 생겼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