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기록들을 남겨둘 리가 없습니다. 더구나 그렇게 지시가 내려졌습니다. 구태여 사실을 보관하려는 의도가 없다면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는 자료들이었을 것입니다. 국가적 치부를 드러내고자 하는 국민이 있겠습니까? 증거가 없다 하는 사실은 이제 그들의 무기가 되었습니다. 자국 제일주의에 빠진 우파 세력에게 천만다행한 일입니다. 그 만행을 아무리 몸으로 말로 증거해도 그 사실을 뒷받침해줄 만한 물질적 증거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큰 약점입니까? 사실 혼자만의 증언이 아닐진대 그것이 어찌 사실이란 증거가 될 수 없겠습니까? 그런데 통하지 않습니다. 이 사람도 저 사람도 말도 안 되는 조작이라고 우깁니다.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같은 전범국이라 해도 독일과 일본은 그 태도가 전혀 상반됩니다. 왜 그럴까요? 왜 그래야만 할까요? 사실 민족적 감정이나 정서를 본다면 독일과 프랑스의 관계와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 하고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독일의 상대국은 유럽에 속해 있습니다. 일본의 상대국은 우리를 비롯해 중국과 동남아에 있습니다. 어쩌면 동양과 서양의 의식의 차이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보다 이성적이고 보다 감성적일 수 있습니다. 아니면 주변국들과의 선린 평화를 진정으로 원하는가 아니면 여전히 패권 장악의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그 차이이기도 합니다. ‘아베’가 바라고 추진하고 있는 정치적 목표를 따지고 보면 우리는 그 욕심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치부를 가리려고 애쓰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그러했던 자신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고 다시 새롭게 삶을 만들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각자의 성격 차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생을 보는 시각 자체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성공 자체를 목표로 사는 사람과 인생 자체를 음미하며 사는 사람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가 옳고 그르고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나 이것이 국가라는 대단위로 바뀌면 문제가 좀 달라집니다. 왜냐하면 그 차이로 한 사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인생의 모양들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행, 불행의 기로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보다 많은 것을 생각해야 하고 고려해야 합니다.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러한 사건을 위해 증언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의 생각이야 어떻게 하든 뭔 상관이겠습니까 마는 그 증언이 대외적인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공인의 증언이라면 확실한 증거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책임을 질 수 있는 말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자신의 증언 안에서도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면 스스로 깨닫고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옳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자신의 조직과 단체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본인도 확실한 증거를 가지지 못한 상황에서 주장합니다. 자신의 정치생명이 달린 일이니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짐작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올바른 공인의 자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가 생각해보면 은근히 그 답을 제시해줍니다. 전후 냉전체제가 이루어지고 있을 때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곳 극동지역의 자국 안보를 위한 우군이 절실하게 필요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상대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이제 겨우 식민지에서 해방된 국가로 힘이 없습니다. 그러니 일본을 붙잡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패전의 혼란 가운데 있던 일본에서 그래도 엘리트층은 불행하게도 전범들입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 미친 자들에게 사면을 선사했더니 과거의 잘못을 오히려 영예로 치장하고 주변국에게 다시 어깨를 들이민 것입니다. 더구나 한국전쟁은 그들을 빠른 시간 내에 다시 경제대국으로 만들어주는 길을 깔아주었습니다. 옛날의 영화(?)를 회복하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자기네 잘못은 손톱만치도 생각하지 않고 저 잘났다고 다시 콧대를 세운 것입니다.
사실 피해자 할머니들의 의도하는 바는 인권 회복입니다. 정당한 사과와 그에 따른 적절한 보상입니다. 까짓것 보상까지도 포기할 수 있습니다. 단지 진심어린 사과만 받아도 자존심은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평생 가슴앓이로 숨겨왔던 그 아픔이나마 풀어질 수 있는 희망을 가집니다. 그러나 일본으로서는 절대 물러서지 않습니다. 하기야 이해할 수 있는 측면도 있습니다. 피해 국가가 어디 한국뿐입니까? 우리에게 고개 숙이고 나면 중국을 비롯해 그 때 당했던 동남아 국가들이 다 들고 일어날 것입니다. 두려운 일이지요. 감당하기 힘든 사태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한 발짝도 양보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몇 년을 이어오고 있는 ‘수요집회’는 기약이 없습니다. 이제 생존하신 피해자 할머니들도 남은 분이 몇 분 안 됩니다. 연세 많은 분들이 몇 년을 더 버티실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래도 우리 다음 세대가 이어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끝나지 않는 전쟁입니다. 지금 저들은 총칼이 아니라 경제력으로 짓밟고 들어오려 합니다. 그러나 속으로는 총칼까지 다시 쥐려고 발버둥 치고 있음을 짐작합니다. 많은 일본 국민들은 이 문제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있습니다. 이것도 국민성 중에 하나인 듯합니다. 권력을 잡은 소수가 한 나라를 쥐고 흔들고 있다는 말입니다. 국민 개개인은 자기 생활과 직결되지 않은 일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가 봅니다. 우리와 참 다르지요.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主戰場)’을 보았습니다.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덥습니다. 건강하십시오. ^&^
잘보고갑니다
편안한 주말되세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