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직장(구직) 23-52, 지난번에도 왔다, 그쵸?
겨울 이불을 사러 간다. 시장 입구 쪽에, 반대편에서 보자면 변두리 쪽에 자리 잡은 가게를 찾았다. 이불 쇼핑하는 당사자는 김민정 씨이므로 내가 있어야 할 위치를 기억한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는 김민정 씨 뒤에서 평소보다 좀 더 높은 목소리로 인사드린다. 미소와 더불어. 사장님께서 몇 번 보시더니 웃으며 말씀하셨다.
“지난번에도 왔다, 그쵸?”
“맞아요. 기억하시는군요. 고맙습니다.”
“그럼 기억하지.”
“여름이었는데 사장님께서 “날이 덥죠?” 하시면서 요구르트 한잔하라고 빨래까지 꽂아주셨어요. 그때 환대받은 게 여전히 기억나서 이불 사려면 이곳으로 오게 되더라고요. 이분께서도 이쪽으로 와야 한다고 손짓했거든요.”
“아이고, 그렇게 말해 주니 고맙네.”
코피가 자주 나서 수시로 이불 세탁을 하는데, 건조할 동안 사용할 여분의 이불을 더 사러 왔다고 했다.
“아이고, 그래. 코피 자주 나는 사람은 계속 나더라. 건조해서 그런가 봐.
그건 잘 낫지도 않아. 그럼 이불은 좀 어두운 걸 사야겠다.”
“예.”
“방은 따뜻하세요? 내가 이불을 추천해 줄라고.”
“예.”
“위풍은 없고요?”
“예.”
“가벼운 게 있고, 극세사가 있고 한데 방이 따뜻하면
너무 두꺼운 거 안 해도 가격 적당하고 좋은 게 있거든요.”
몇 가지를 보여주셨고, 김민정 씨는 다 좋다고 하다가 마지막에 하나를 콕 집어 골랐다. 사장님께서도 안목이 좋다며, 그게 가장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이분들은 어떻게 생활하나요? 나라에서 돈이 나와요?”
결제를 앞두고 사장님께서 궁금하신 듯 물으셨다. 매달 연금 나오는 것이 있다고 전했고, 거기에 더해 이전 직장 생활하며 월급 받은 것과 매달 적금 넣어 돈 관리했던 야무진 재정 관리 이력 등을 곁에서 거들었다. 직장 생활했다는 말을 전하니 사장님께서 흥미롭게 들으셨다. 모든 일을 다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일은 직원이 곁에서 거드는 경우가 더 많지만, 청소하는 일은 이전 직장 경력이 여럿 있으므로 그래도 능숙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드렸다.
김민정 씨가 “예, 예.” 하며 웃었다. ‘그렇지. 나의 과거는 그렇게 열심히 살아온 역사로 설명할 수 있지. 잘 설명하네.’ 하는 듯한. 사장님께서도 “그래요? 대단하네. 참 열심히 사네.” 하셨다.
“작년 9월에 농장 사정으로 실직하게 되었는데, 그때 이후로 계속 일 구하고 있습니다. 일하며 보람 얻고, 직장 동료들과 함께 식사하고, 월급으로는 이렇게 이불도 사고, 원하는 것 사 먹고, 곳곳에 있는 지인들 만나러 다니는 데 쓰고 싶다고 합니다.”
“와!”
이력서를 들고 오지 않은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의 구직을 도울 방향도 이와 비슷할 것 같다. 당사자의 일상으로 어느 곳에 갔을 때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오고, 그럴 때 당신의 직장 생활의 역사와 현재 구직의 뜻을 두고 여기저기 다니고 있다는 소식, 그리고 일할 사람 구하고 있는 곳 있다면 소개 부탁드린다는 말까지 말이다. 이렇게 도우면 당사자의 지난 이력이 빛나고, 소식을 듣는 이도 직장을 구한다는 말이 부담스럽거나 어색하지 않게 느껴질 것 같다.
연말에 이불 추천해 주신 덕분에 매일 밤 잘 덮고 자고 있다고 감사 인사 전하며, 그때 이후로도 계속 직장을 구하고 있다고, 주변에 일할 곳, 좋은 사장님이 계신 곳, 이런 마음을 이해하고 함께할 선한 마음을 품은 분을 알고 있다면 소개해 주시라고 부탁드려야겠다. 김민정 씨가 다녔던 곳, 다니는 곳, 모든 곳이 구직 소식을 나누고, 좋은 사장님이 계신 곳을 추천받을 수도 있을 곳이라 생각하니 일상도 그저 돕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시선을 집중하게 된다.
2023년 11월 24일 금요일, 서지연
민정 씨가 가끔, 어쩌다 들르는 장소의 이런 이야기도 참 감동적이에요. 신앙, 취미, 가족 같은 주요 과업과 관련한 곳이 아니더라도 민정 씨에게는, 어쩌다 들르는 이불 가게, 커피숍, 문구점 모두 삶의 중요한 장소고요. 이불 가게 사장님, 기억하고 헤아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월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