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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주보 제1892호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2020.5.24) 지팡이 마당 분노, 어떻게 대적하면 좋을까요?
또한, 분노는 덮어둔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거대한 파괴력을 형성합니다. 독기 어린 감정인 분노는 공격성을 동반하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차곡차곡 쌓인 화가 한꺼번에 폭발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그렇다고 그때그때 표출하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순간적인 후련함(카타르시스 catharsis)을 줄지는 모르나, ‘체내의 불순물을 제거한다.’는 카타르시스 본래의 의미처럼, 분노를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한다면 타인에게는 ‘배설’과도 같은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분노를 어떻게 대적해야 할까요? 사납게 짖는 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무서움에 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분노는 공포와 불안의 또 다른 얼굴입니다. 그러므로 밑바닥에 자리한 두려움이 안정될 때, 분노의 불길도 잠잠해질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호흡기도는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먼저 분노로 술렁이는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천천히 심호흡을 합니다. 들썩이는 마음이 진정되면 들숨과 날숨에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와 같은 짧은 기도를 반복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는 분노로 고통스러운 마음을 주님 안에서 고요히 바라보는 것으로, 단순히 화를 참는 것과는 다릅니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온전히 바라보면서 난폭함 속에 숨어있는 두려움이 드러날 때까지 함께 있어 주는 것입니다. 하느님 안에서 나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행위입니다. 이렇게 정돈된 분노는 다른 이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더는 위험하지 않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깨어 있도록 하십시오. 여러분의 적대자 악마가 으르렁거리는 사자처럼 누구를 삼킬까 하고 찾아 돌아다닙니다. 여러분은 믿음을 굳건히 하여 악마에게 대항하십시오(1베드 5,8-9).” 내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감정을 깨어 직면하는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강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은 어떤 소리에도 결코 흔들림이 없습니다. 글 | 배기선 영덕막달레나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 심리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