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속의 은행나무 가로수길
이 광 로
은행나무 잎들이 노랗게
손사래치는 가을의 정취
코끝에 풍기는 가을의 향기
그 가을빛에 내 마음에 노랗게 물이 들면
가을이 가는 언덕엔
은행잎군단이 세차게 물고기 떼처럼
아스팔트 포도 위를 밀어내어
늦가을 금빛 아픔의 빈자리를 도려내고
가을비 속에 노란 은행잎이
샛노란 은행잎들이 거리 위로 꽃비처럼 쏟아지면
가을거리는 폭죽에서 터져 나온 색종이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흥겨운 파티의 뒷자리 같다
가을비가 그린 은행잎 점묘화
은행잎으로 거리에 점묘화를 그리고 싶었을까
유난히 따뜻했던 계절을 시샘하는 걸까
가을비 우산 속에 노란 가을의 추억을 담는다
내 위에 있던 은행잎이
이젠 내 발끝에 이제 짙은 가을냄새
가을비 속의 노란 은행나무 가로수길
운치 있는 노란 카펫트 가을추억이
수천만 황인종 얼굴 같은
너의 노오란 우산 깃 아래 서 있으면
희망 또한 불타는 형상으로
우리 가슴에 퇴화하리라
막바지 가을이 깊어올 때까지
한해동안 우리가 누려왔던 눈부신 햇살
그 일상의 축제들이 남긴 흔적들
낙엽은 바보처럼 굴러가는 소나타의 뒷짐을 긁으며
허덕이는 기억을 시원히 털어 버리고
가을 하늘로 팔을 벌리며 솟아오르는
수북히 쌓인 노오란 은행이파리들은
아, 노란 은행나무의 서글픈 산조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