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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핸드볼협회 정형균 부회장.(사진 김수홍) |
이 기사는 베이징올림픽 핸드볼 아시아 예선 재경기에 대해 남자부만 인정한다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판결 결과 발표 이전에 작성된 것입니다.“쉴 틈이 없네요.” 최근 더 바빠졌다. 남녀대표팀은 1월 30일과 31일 도쿄에서 열린 2008년 베이징올림픽 핸드볼 아시아지역 예선 재경기에서 일본을 나란히 꺾고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아시아핸드볼연맹(AHF)은 재경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8월(여자)과 9월(남자) 각각 카자흐스탄과 일본에서 열린 기존 예선 결과를 인정해 달라고 국제핸드볼연맹(IHF)을 상대로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3월 9일 제소했다.
정 부회장은 스위스 로잔에 있는 CAS 심리에 참석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3월 13일 홍천체육관에서 개막한 2008년 전국실업핸드볼대회도 둘러봤다. 대회 하루 전 한국체육대학교 교수 연구실에서 정 부회장을 만났다.
AHF가 재경기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AHF 회장을 맡고 있는 셰이크 아메드 알 파하드 알사바의 영향력 때문이다. 쿠웨이트 왕족인 그는 아시아핸드볼연맹 회장을 맡기 전부터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장인 데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다. 스포츠계로 오기 전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장을 지냈다. 국제적으로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오일머니를 앞세워 힘을 행사하고 있다. 알사바 회장은 IHF에 자신의 오른팔인 디아보를 앉혀 놨다. IHF부터 AHF까지 알사바의 영향력 아래에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 두 기구에서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AHF가 쿠웨이트, 카자흐스탄협회를 끌어들였다.
AHF가 CAS에 제소했는데 그 내용은 무엇인가. 나와 남자대표팀
김태훈(45,하나은행) 감독이 3월 17일 스위스로 출국한다. 증인 참석은 IHF가 먼저 우리에게 요구했다. 여자대표팀에서 뛰었던
오성옥(36,히포방크)은 오스트리아에 있기 때문에 현지에서 우리와 합류한다.
3월 18일 우리는 CAS 쪽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다음날 열리는 CAS 심리에서 결과가 나온다. AHF가 주장하는 내용은 지난해 8, 9월에 치른 올림픽 예선 결과를 인정하고 1월에 치른 한국과 일본의 재경기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와 같은 AHF의 주장에 대한 대비책이 있나. 우리는 AHF의 주장에 대비해 증거를 준비했다. 남자대표팀이 지난해 9월 일본 도요타에서 치른 예선 경기 녹화 테이프를 DVD로 만들어 제출할 계획이다. 경기 녹화 테이프를 보니 편파 판정을 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여자대표팀은 지난해 8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예선 때 AHF가 체육관에 카메라 등 일체의 촬영 장비 반입을 금지해 직접 찍은 화면은 없다. 그러나 현지 방송국을 통해 중계 화면을 구했다. .
알사바가 막대한 자금력으로 변호사를 영입해 이번 심리에 대비한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증거가 확실한 데다 CAS가 스포츠 정신 구현을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바람직한 쪽으로 결론을 내릴 것으로 믿는다.
재경기가 결정될 때 일본의 도움이 컸다. 이번 심리 때도 일본대표팀 감독과 주장 그리고 일본핸드볼협회 임원이 우리와 같은 날 스위스에 온다. 카자흐스탄에서 치른 여자예선 때 한국은 일본에 졌다. 그러나 그때 경기가 끝난 뒤 일본측 관계자와 선수들이 ‘판정이 잘못됐다’고 우리에게 말했다.
당시 경기 감독관으로 스웨덴 사람인 카렌 넬슨이 오기로 했고 심판도 덴마크인으로 결정됐는데 경기 당일 교체됐다. 감독관으로 누가 온 줄 아는가. 알사바의 측근인 디아보였다. 그는 알사바의 지시에 따라 쿠웨이트, 이란, 아랍에미리트연합 국적의 심판들로 경기를 진행했다.
비디오 테이프로 다시 보니 한국은 2분 퇴장을 9번 당했고 공격자 파울을 11차례나 기록했다. 일본은 퇴장과 공격자 파울이 각각 한 차례에 그쳤다. 오버스텝이나 라인 크로스 등 턴오버도 한국이 17회, 일본이 3회였다. 재경기는 여자보다 남자가 쉽게 결정났다. 남자는 우리가 제출한 자료에서 32회의 오심이 있었다. IHF 심판 위원장이 제출한 자료에서는 오심이 더 많이 나왔다.
재경기 여부를 표결에 부쳤는데 찬성 11표, 반대 4표였다. 반대표 가운데 2표는 알사바 쪽 인사들이 던졌다. 여자는 찬성 8표, 반대 7표로 아슬아슬했다. 일본의 도움이 없었다면 재경기가 열리지 않았을 수도 있다.
재경기 제소 절차는 어떻게 진행됐나. AHF를 동,서로 나누자는 말도 있는데. 먼저 IHF에 정식으로 제소를 했고 그 다음에 IOC에 재경기 의견을 전달했다. CAS가 마지막 단계다. AHF 분리 문제는 3월 7일 베이징에서 열린 여자 4개국 초청대회 때 한국, 일본, 중국 핸드볼협회 대표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 그런 말이 나왔다.
AHF의 횡포에 맞서기 위해 3국이 공동 대응하는 것이다. 4월 일본 구마모토에서 열리는 동아시아클럽선수권대회에서 마카오, 홍콩, 몽골 협회 관계자들에게 동참을 호소할 계획이다. 동서 분리가 여의치 않을 경우 한국, 일본, 중국이 AHF에서 나와 오세아니아연맹에 가입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3월 13일부터 전국실업대회가 열린다. 6일 동안 대회가 열리는데 원래는 서울이나 수도권 지역에서 치르려고 했다. 하지만 체육관을 잡는 일이 쉽지 않았다. 프로농구, 프로배구 일정과 겹치는 것도 문제였지만 체육관 대관 일정이 꽉 차 있었다. 그래서 협회 조일현 회장을 통해 홍천체육관에서 대회를 열기로 결정했다(조회장은 강원도 홍천이 지역구인 현역 의원이다).
남자부에는 올해 핸드볼큰잔치에서 우승한 HC코로사와 준우승팀 인천도시개발공사, 하나은행 등 3개 팀이 출전하고 여자부에는 새로 창단한 벽산건설과 기존의 용인시청, 경남개발공사, 대구시청 등 4개 팀이 참가한다.
두산건설(남자)과 삼척시청, 부산시시설관리공단(이상 여자)은 선수 부족을 이유로 이번 대회에 불참했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때문에 핸드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많은 관객이 영화를 봤다는 얘기를 들었다. 많은 이들이 핸드볼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여러 매체에서 핸드볼 관련 소식을 다루고 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것도 아닌데 이런 관심을 가져주니 놀라울 뿐이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에 고마운 마음이다. 솔직히 지금 조금은 난처하다.
(잠시 생각을 한 뒤)핸드볼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협회는 무상으로 모든 것을 지원했다. 영화가 성공했다고 협회나 핸드볼계가 어떤 보상을 원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쪽(영화제작사)에서 처음 이야기했을 때와 현재 상황이 다르다. 말로 오간 것이었지만 영화가 흥행이 될 경우 출연 배우들과 제작사가 핸드볼 발전 기금을 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들어온 건 아무 것도 없다. 최소한의 성의 표시를 했다면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 텐데.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어쩌겠나. 영화 때문에 핸드볼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는 게 아니고 올림픽 예선 재경기 때문에 보도가 많이 돼 그런 것 같다(웃음).
지난 2월 29일 국회에서 핸드볼 전용경기장 건립청원이 통과됐다. 핸드볼인들의 20년 숙원 사업인 전용체육관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인다. 하지만 아직 공사 일정 등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게 없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여자대표팀이 금메달을 땄을 때 전용체육관 이야기가 처음 나왔고 내가 여자대표팀 감독을 맡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때 또 다시 전용체육관 건립 문제가 거론됐다.
은메달을 차지하고 귀국했는데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선수단과 만난 자리에서 전용체육관 건립을 위한 예산을 배정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돈은 고스란히 다른 곳에 쓰였다.
구체적으로 어디에 쓰였단 말인가. 그 무렵 태릉선수촌 안에 지은 실내육상연습장이 부실 공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대한체육회 관계자 몇몇이 실내육상연습장 개보수를 하는 데 핸드볼 경기장 건립 관련 예산을 투입했다. 물론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무척 화를 냈다.
전화기에 대고 욕도 많이 했다. 핸드볼을 하는 후배들과 일선 지도자들을 위해 협회 관계자들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SPORTS2.0 제 95호(발행일 3월 17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