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중반 한창 인기를 날렸던 영화 '고교얄개'는 당시 고교생들과 청소년들에겐 보지 않고는 못 배기는 영화였다. 석래명 감독 작품으로 고교 2학년 낙제생 나두수로 이승현이 열연한 소문난 얄개는 같은 낙제생이자 단짝인 병원집 아들 용호와 함께 예배시간에 코골 며 잠자기, 자명종으로 선생을 속여 수업 일찍 끝내기며 온갖 장난을 일삼는다.
▲ 서영춘 쇼 공연 포스터와 석유램프, 그리고 숯 다리미
국어선생인 백상도로 출연한 하명중, 그의 하숙집인 구멍가게 딸 인숙이 역의 강주희 등이 출연한 코미디영화로 당시 고교생들인 지금의 50대 초 중반들에게 인기절정의 영화였었다.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고교얄개를 떠올리게 한 곳은 서울 강북구에 있는 북 서울 꿈의 숲 아트센터 드림갤러리였다.
▲ 그 시절의 각종 잡지와 주간지들, 당시 인기 절정의 여배우 트로이카 얼굴을 찾아보세요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 이것저것 구경하노라면 세월은 어느새 수십 년 전으로 되돌아간다. 역시 1960~7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코미디언 서영춘 쇼 공연포스터와 전기가 들어오지 않던 시절 방안을 밝혔던 석유램프와 숯을 넣어 사용했던 다리미가 눈길을 붙잡는다.
▲ 도시락을 수북하게 쌓아 놓은 난로가 있는 교실풍경
▲ 진열대에 전시되어 있는 남녀학생용 책가방
전시장에는 사진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시절 발행되었던 아리랑이며 명랑, 사랑, 신태양, 흥미 로맨스 같은 수십 종의 잡지와 선데이 서울. 주간경향 같은 주간지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잡지와 주간지의 겉표지 모델로는 당시 여배우 트로이카로 명성을 날렸던 문희, 남정임, 윤정 희의 얼굴도 볼 수 있었다.
▲ 잡화가게의 달걀꾸러미와 통성냥
한쪽 벽면에 세워져 있는 선반에는 그 시절에 학생들이 들고 다니던 책가방들과 신발주머니, 운동화들도 옛날 모습 그대로 진열되어 있었다. 더구나 작은 잡화가게에는 볏짚으로 열 개씩 가지런하게 싸매놓은 달걀꾸러미가 예스럽고, 사각, 팔각형의 통성냥과 풍선들도 정겨운 모습이다.
▲ 담배가게 진열대의 각종 담배들
오십대 부부의 웃음소리를 듣고 살펴보니 구멍가게 한쪽에는 정말 그 시절에 거리에서 어깨에 메고 다니며 팔던 아이스케키 통이 놓여 있었다. 그런데 아이스케키 통은 그 시절에 사용하던 것인 듯 빨간 페인트로 '일중당 17번'이라고 쓴 번호표지까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 아이스케키 통
▲ 재래식 화장실용 똥지게와 똥통
골목길 옆에는 작은 연탄가게와 재래식 화장실의 오물을 퍼내어 치워주던 똥지게와 똥통도 있었고, 그 옆에 세워져 있는 통나무 전봇대에는 '소변금지'라는 경고문과 함께 가위까지 그려져 있어 웃음을 자아내고 있었다.
▲ 대문밖 시멘트로 만든 쓰레기통과 연탄재
▲ 다수확품종인 통일벼 재배 독려 포스터와 어느 국회의원이 지역구 주민들에게 배포한 1년 짜리 연력
입구 바로 안쪽에 놓여 있는 유성기에선 그 시절의 가요와 팝송이 울려나오고 벽에 붙어 있는 간첩신고 독려 포스터와 슬픈 영화포스터, 그리고 도지사와 계엄사령관의 담화문이 암울하던 시절의 사회상을 말해주고 있었다.
첫댓글 감회가 새로울 만큼 향수를 자아내는 그림들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