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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33
씬1. 한강건설, 사무실 안
(빈 사무실 안... 강모가 팩스 한 장을 보면서 심각하게 생각에 잠겨 있다.
송파지구 공사장에서 나온 백제 유물에 관한 보도 자료형식... 그 위로..)
민우 : (E) 지금 팩스 한 장이 들어가고 있을 거야.
- 인서트 (전회 마지막 장면)
(삐- 하는 소리와 함께 팩스가 한 장 들어오기 시작한다.
강모, 천천히 빠져 나오기 시작하는 용지를 보는데... ‘송파지구, 백제 유물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와...’ 이어지며..
강모, 서서히 놀라는 표정...)
민우 : (F) 니가 싫어도 해야 할 거야. 너도 살아야 할 테니까..
- 다시 현실
(강모, 쾅하고 책상을 주먹으로 치며...)
강모 : 조민우... 너, 대체 무슨 수작이야..!!
씬2. 민우 아파트 안
(민우가 차가운 표정으로 유물조각을 들고 보며..)
민우 : (혼잣말) 잘 해주길 바란다, 이강모... 니가 황정연을 무너뜨리는 동안... 난 만보건설을 장악할 거니까..
씬3. 송파지구, 공사현장 (낮)
(‘만보지구, 아파트 건축 예정지’ 푯말... 트럭들이 오가며 분주하다.
일꾼들 속의 영출과 소태... 열심히 흙을 퍼 나르는데.. 두 사람, 한쪽을 응시한다.
공터 일각의 넓은 지역... 출입 금지 띠가 둘러쳐져 있고... 뭔가 심상치 않게 시선 마주치는 영출과 소태의 눈빛에서..)
- 시간경과 (밤)
(아무도 없는 공사장... 출입금지 구역 안에서 소태가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삽질을 하고 있다.
영출, 후래쉬로 비춰가며 살피며..)
영출 : 야, 거기 아닌가 부다, 조기.. 조쪽 좀 파 봐..
소태 : 여기요? (파는데)
영출 : 거기 말구 임마. 그 뒤쪽..
소태 : 에이 씨..! (삽자루 던지며) 니가 파..!
영출 : 너 지금 반말 했냐? 근데 이놈이 요즘 은근슬쩍 말을 까구...
소태 : (뭔가를 발견하고) 형님..! 이거...! (굵직한 뼈다귀 하나 집어 든다) 이거.. 원시인 유골 같은데... 맞죠?
야, 내가 역사적인 발견을...
영출 : (후래쉬로 비추며, 살펴본다) 어떤 놈이 여기서 개를 잡아먹었어?
소태 : 예? 개 뼈에요?
영출 : 비켜 봐, 임마. (삽 들고 판다)
소태 : (후래쉬로 영출 얼굴을 비추며) 와, 도굴범 따루 없네.
영출 : 근데 이자식이, 증말..! (뭔가를 하나 집어 들고 던지려는데)
소태 : 형님..! 그거...?
(영출, 손에 든 기왓장 조각을 본다. 미친 듯이 그곳을 파기 시작하고...)
씬4. 한강건설 사무실 안 (그 밤)
(소태와 영출이 가져온 유물들을 가방에서 꺼내 놓는다. 기왓장들과 도자기 조각들...
강모, 심각하게 보는데...)
시덕 : 조민우 말이 사실이네. 강모야 이제 어떡하지?
소태 : 어떡하긴? 이것만 언론에 까발리면 만보건설 아파트 공사 당장 중단 되고... 분양자들 우리 쪽으로 왕창 몰려들 텐데...
영출 : 고거 파서 이정도 나왔으면, 보통 많이 묻혀 있는 거 아녀.
강모 : 수고하셨어요. 형님하고 소탠 그만 가서 주무세요.
영출 : 그래두 돼? (나가며) 야, 우리끼리 술이나 한잔 하구 자자.
소태 : 형님이 사면, 까짓 거 마셔주지 뭐. (나가고 나면)
강모 : (시덕에게) 조민우가 지금 만보건설을 집어삼킬 생각을 하고 있는 거 같아.
시덕 : ..! 뭐?
강모 : 만보건설 내에서 조민우 심복이 누구야?
시덕 : 심복까진 모르겠고... 문성중 과장이 항상 같이 다니긴 해.
강모 : 우선, 문과장부터 뒤를 캐봐.
시덕 : 알았어. (강모 눈치 보며) 근데, 강모야... 괜찮은 거냐?
강모 : 괜찮지 않으면?
시덕 : 정연이하고 너... 끝까지 싸울 수 밖에 없는 거냐구...
강모 : ... 그만 가 봐.
(시덕, 한숨 쉬며 나가면... 강모, 유물을 보며 갈등한다. 민우의 계략임을 알면서 정연을 쳐야만 하는지..)
씬5. 은행 안, 행장실 앞 (낮)
(강모와 소태가 기다리고 있다. 초조하게... 이때, 지나가던 직원이 보고..)
직원 : 아직 안 가셨어요?
강모 : 대체 왜 은행장님이 제 면담을 거절한 겁니까?
정연 : (E) 그걸 아직도 몰라요?
(강모, 보는데... 정연과 주이사가 다가온다. 직원, 지나가고...)
정연 : 대한민국에서 한강건설에 대출에 해주는 은행, 단 한 군데로 없을 거예요.
강모 : ... 은행 대출을 막은 게 황정연씨였나요?
정연 : 그럼 누구라고 생각했어요?
강모 : 날 막는 일, 멈추는 게 좋을 겁니다. 이건 경고예요.
정연 : 한쪽이 죽어야만 끝나는 싸움에서 경고라.. 아직, 여유 있네요.
강모 : ...
정연 : 저번에 내가 제의한 한강건설 인수 건..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하나 본데, 그 제의 철회 하죠. 상황이 바뀌었으니까...
강모 : ...
정연 : (얼굴, 가까이) 니 손에 단 한 푼도 쥐지 못할 거야. 내가 한강건설, 완전히 부서뜨릴 거거든...
(이때, 은행장이 나온다. 강모를 보고 헛기침을 하며..)
은행장 : (정연에게) 오셨습니까?
정연 : (미소, 목례) 안녕하셨어요. 은행장님.
은행장 : 어서 안으로 들어가시죠.
(정연과 은행장, 주영국이 들어간다. 소태, 강모 눈치를 보는데.. 강모, 심각한 얼굴로 나간다.
소태, 실망스런 얼굴로 따라 나가는데서...)
씬6. 은행 건물 내
(걸어 나오는 강모와 소태...)
소태 : 니가 황정연 때문에 못하겠다면... 내가 할게.
강모 : ... (본다) 해도 내가 해.
소태 : 강모야...
강모 : 그만해. (가려는데)
소태 : 난 너 망하는 꼴 못 봐, 임마..!
강모 : ... (멈춘다)
소태 : 이 인간 말종, 박소태가... 왜 니 옆에 진드기처럼 평생 붙어살려는 줄 알아? 나, 잘 먹고 잘 살려고? 아냐...
강모, 너 성공하는 거 보고 싶어서... 니가 꼭 꿈 이루는 거 보고 싶어서야.
강모 : ...
소태 : 더러운 일, 궂은 일... 다 나한테 맡겨. 나, 이강모 위해서라면 죽을 각오도 돼 있는 놈이니까...
강모 : ...
소태 : 먼저 들어가. 신문사 갔다가 사무실로 들어갈게. (가려는데)
강모 : (턱 잡으며) 해도 내가 한다고 했지?
(강모, 다시 은행 쪽으로 걸어 들어간다. 소태, 보는데..)
씬7. 동, 행장실 안
(정연과 주영국이 서류를 보며 은행장과 면담중이다.
이때, 문을 확 열고 들어서는 강모..)
행장 : (당혹) 뭡니까?
강모 : (싸늘하게 정연을 보며) 만보건설에 대출해준 돈이 얼마나 되죠?
행장 : 그건 왜..?
강모 : 은행장님이 걱정 돼서 여쭤본 겁니다.
행장 : 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강모, 가방에서 유물 조각 한 개를 꺼내 건넨다. 정연, 받는다, 영문을 묻듯이 강모를 보는데)
강모 : 만보건설 아파트 공사현자에서 나온 백제시대 유물입니다.
정연 : ..!! (크게 놀란다)
강모 : 언론에서 이 사실을 알면... 당장 공사 중단해야 될 겁니다.
(정연, 강모를 노려보다가 급히 나간다. 영국이 따라가고.. 강모, 보는데서..)
씬8. 만보건설 아파트 공사현장
(안전띠가 쳐져 있는 공터... 정연과 주영국, 문성중이 급하게 간다. 현장 소장들이 뒤따르고..
정연, 띠를 확 걷으며 들어서고..)
정연 : 파 봐요... 어서요..!!
(인부 몇 명이서 삽으로 땅을 파기 시작한다. 정연, 심각하게 보는데.. 이때, 땅속에서 나오는 이상한 조각들...
정연, 크게 놀라더니... 다들 비켜..! 소리치고는 미친 듯이 땅을 손으로 땅을 헤집기 시작한다.
정연의 손에 걸려 나오는 도자기 조각... 정연, 그대로 털썩 땅에 주저앉는다. 망연하게..
그 일각의 승용차 안... 운전석의 소태와 조수석의 강모, 뒷자리의 윤기훈이 그 모습을 보고 있다.
강모, 가슴이 먹먹하다. 소태가, 강모 눈치를 살피는...)
기훈 : 어떡할 거니?
강모 : ... (독하게) 언론에 보도자료 돌리세요.
(강모, 눈물을 감추려고 선그라스를 낀다. 승용차가 출발하고...
정연이 있는 공터 옆을 지나가는데... 정연이 주영국과 문성중의 부측을 받으며 일어서다가 승용차 안의 강모와 시선이 마주친다.
선그라스를 낀 강모의 모습이 비정해 보인다.
두 사람, 슬로우 모션으로 시선 교차하며 지나치는데...)
씬9. 조필연 사무실 안
(명패에 ‘건설부 자문위원, 조필연’ 글자가 박혀 있다. 필연이 흡족하게 신문을 보고 있고...
‘만보건설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백제시대 유물, 무더기로 쏟아져 나와’ 타이틀이 보이고...
필연, 차갑게 웃는데 민우가 급히 들어선다)
필연 : (신문 접고) 일 처리를 아주 잘 했더구나.
민우 : 곧 만보건설 주식이 떨어지기 시작할 거예요.
필연 : 그걸 사들일 비밀 자금은 잘 준비되고 있겠지.
민우 : 물론이죠. 곧 아버지 손에 만보건설 쥐어 드릴 수 있을 거예요.
필연 : ... (싸늘하게 웃는데, 눈빛)
씬10. 로열클럽, 사장실 안
(전화벨이 울리고 있다)
경옥 : (수화기 들고) 네.. (이내 심각하게) 말해요.
간호사 : (F) 회장님께서, 목소리를 내셨어요.
경옥 : ..!! (놀라고) 다행이네요. 오남숙은 아직 모르죠?
간호사 : (F) 네.
경옥 : 절대 그 여자가 알면 안돼요.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죠?
씬11. 요양원 로비
(전화부스에서 간호사가 경옥과 통화 중인데 남숙이 들어선다)
남숙 : 어머 김간호사?
간호사 : ..!! (놀라서)
경옥 : (F) 여보세요? 김간호사?
간호사 : ..! (얼른 수화기를 손으로 막는데)
남숙 : (미소 지으며) 회장님, 말문 아직 안 여셨죠?
간호사 : (미소) 예.
남숙 : ... (흡족해서, 간다)
간호사 : (수화기 들고) 끊어야겠어요. 방금, 사모님 왔어요.
씬12. 동, 병실 안
(태섭이 누워 있다. 링겔이 다 떨어져가고 있고.. 이때, 남숙이 들어선다)
남숙 : 잘 있었어, 당신?
태섭 : .. (본다)
남숙 : 어제, 당신 일어나는 꿈 꿨어. 어찌나 놀랬는지... 유서도 고쳤는데.. 일어나면 안 되지... 그치, 여보?
태섭 : .. (본다)
남숙 : (서류 한 장 꺼내 보인다) 이게 뭔지 알아? 당신 금치산자 신청했어.
태섭 : ..!!
남숙 : 곧 법정에서 금치산자 판정 날거야. 그럼, 당신 죽을 때까지 안 기다려도, 우리 정식이가 회장 자리 오를 수 있거든.
태섭 : (본다, 눈물 고이며, E) 남숙아.. 너, 왜 이렇게 무섭게 변하니? 내가 아는 그 오남숙이 맞니?
남숙 : 그동안, 나한테 무심했던 거, 반성하는 거야? 아님, 내가 원망스러워서?
태섭 : ..
남숙 :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며) 이런 눈물, 흘리려면 진작 흘렸어야지. 그럼 여기까지 안 왔잖아.
(이때, 간호사가 새 링겔을 들고 들어서는데... 태섭이 뭔가 말하려고, 어, 어.. 소리를 낸다.
크게 놀라는 남숙..! 간호사가 당황하며 급히 태섭을 살피는데..
다시 태섭이 뭔가를 말하려는 듯이 어어, 소리를 낸다. 간호사, 남숙의 눈치를 살피며.. 남숙, 놀라서 넋을 잃은 듯이... )
씬13. 요양원 일각
(선그라스를 낀 남숙과 간호사가 단 둘이 앉아 있다)
남숙 : 김간호사, 돈 벌고 싶지 않아요?
간호사 : 네?
남숙 : 나, 딱 한번만 도와주면... 평생 만져보지 못한 돈이 생길 텐데..
간호사 : ...
남숙 : (수첩을 꺼내서 건네며) 여기다 계좌번호 적어요.
간호사 : .. (본다)
남숙 : 걱정 말고 적어요. 김간호사라면.. 그리 어려운 일 아닐 테니까.
(간호사, 뭔지 짐작한다, 수첩에 계좌번호를 적는데...)
씬14. 백화점 (낮, 몽타주)
- 의류매장...
민우가 미주 몸에 옷을 대주며 골라주고 있다.
갈아입고 나오는 미주... 민우, 유심히 미주를 보는데.. 미주, 그 시선이 쑥스럽고...
- 구두매장...
미주가 골라온 구두가 맘에 안 드는 듯 툭, 던져 놓는 민우.. 자신이 고른 구두를 일일이 미주에게 직접 신겨보는데...
사람들의 시선이 부끄러운 미주... 민우, 시선은 아랑곳없이 구두를 살피며 이리저리 걸어보라고...
이를 따라하는 미주, 민우를 보며 내심 흡족하게..
씬15. 조필연 집 앞 / 승용차 안
(다가오는 승용차... 새 옷과 구두로 변신한 미주가 조수석에 앉아 있고..)
민우 : 우리 집, 여기야.
미주 : .. (둘러본다, 걱정스럽고)
민우 : 들어가자. 기다리시겠다.
미주 : (얼른 백미러로 얼굴을 살피며) 나 괜찮아요? 화장 안 번졌어?
민우 : 예뻐... 가자..
미주 : (잡고, 긴장) 민우씨.. 가서 뭐라고 하면 되요?
민우 : .. (보다가, 손잡아 주며) 나만 믿어. 집에서 다 허락한 건데 뭐가 걱정이야?
(민우, 미소 지어 보이며 안심시키고는 차에서 내리고.. 미주, 후, 하, 심호흡을 한다)
씬16. 조필연집, 거실 안
(명자가 문을 열어주면 민우와 미주가 들어선다. 조필연이 맞이하고..)
필연 : (웃으며) 어서 와요.
미주 : 안녕하세요.
필연 : ... (미주를 빤히 보다가) 여보, 차 좀 내와요.
명자 : .. (내키지 않게, 들어가고)
필연 : (미주에게) 앉아요.
미주, 민우 : .. (앉고)
필연 : (물끄러미 본다) 우리 민우가 반할 만큼, 아주 예쁜 아가씨구만.
미주 : 고맙습니다.
필연 : 부모님이 안 계시다고?
미주 : 네..
필연 : 고생이 많았겠군... 다른 가족은? 오빠나 동생은 없나?
미주 : 그게.. (주저한다)
민우 : 아무도 없어요.
미주 : .. (본다)
민우 : 미주 혼자에요.
필연 : .. (고개 끄덕이고) 검정고시를 좋은 성적으로 합격했다고? 난 이왕이면 대학까지 마쳤으면 하는데...
민우 : 제가 곧 보낼 생각이에요.
미주 : ..! (민우를 본다)
명자 : (차를 내온다, 앉으며, 까칠) 바쁘겠네. 수험생 뒷바라지 하랴, 회사일 하랴.
미주 : 학비는 제가 벌 거예요.
명자 : 니가 뭘로 돈을 벌건데?
필연 : (웃는다) 귀엽구나. 독립심도 강하고.. 민우가 왜 좋아하는지 알겠어.
민우 : .. (흡족) 결혼은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명자 : ..! (놀라서) 민우야, 너...
필연 : (OL) 남잔 빨리 좋은 가정을 꾸려야 큰일을 할 수 있어. (미주에게) 앞으로, 우리 민우 내조 잘 부탁한다.
미주 : (쑥스럽게) 네.. 아, 아버님...
(명자, 기막히다. 민우, 미소 지으며 미주를 보는데..
웃는 얼굴로 미주를 보는 필연.. 순간적으로 싸늘해지는 표정에서..)
씬17. 동, 집 대문 밖
(승용차 쪽으로 가는 민우와 미주...)
미주 : 아버님이 너무 좋으신 분 같아요.
민우 : 니가 맘에 드신 거 같아.
미주 : 근데, 어떻게 설득했어요?
민우 : (멈추고, 본다) 내가 말했지? 널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한다고.
미주 : .. (고맙다, 팔짱을 꼬옥 끼며 웃는데)
씬18. 동, 거실 안
명자 : 민우, 결혼 빨리 하겠단 말 들었죠?
필연 : (신문 보며) 민우 일은 나한테 맡겨 두랬잖아.
명자 : 저러다가 나중에 절대 못 헤어진다고 고집부리면.. 그땐 어떡하실 건데요?
필연 : 괜히 긁어서 부스럼 만들 필요 없어. 지금은 민우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둬.
명자 : ... (걱정스럽다, 한숨)
필연 : (일어선다) 나갔다 올 테니 준비 좀 해 줘요.
씬19. 만보건설 공사현장
(안전띠가 쳐져 있는 공터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 기자들이 연신 후래쉬를 터뜨리며 사진을 찍고 있고...
고고학자 몇몇이서 붓으로 유물들의 흙을 털어내며 발굴조사중이다. 인부들이 잔뜩 몰려와서 구경중이고...
그 인파 속.. 현장을 보고 있던 강모가 걸어 나온다. 시덕, 안타깝게 강모 눈치를 살피며 뒤따라오고...)
강모 : 정연이 지금 상황 어때?
시덕 : 너 알면 더 괴로울 거야.
강모 : (멈추고, 본다) 말 해.
시덕 : (한숨) 오늘 임시 주주총회에서 정연이 회사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데..
강모 : ... 조민우, 뒷조사 해 보라는 건 어떻게 됐어?
시덕 : 아직... 별다른 건 못 찾아냈어.
강모 : ...
씬20. 기획 이사 사무실
(책상 위, 만보건설 아파트 공사 중단으로 주식 폭락이란 타이틀 기사가 보이고...
정연이 화장을 고치고 있다. 떨리는 손... 눈물이 맺히려는데... 정연, 주먹을 꽉 쥐며...)
정연 : (E) 정신차려. 황정연... 널 도와 줄 사람 지금 아무도 없어. 니가 오늘 주주들한테 지면... 만보건설 끝장이야.
이강모 때문에... 아버지가 평생 일궈 놓은 거... 망가뜨릴 수 없어.
(주영국이 들어선다)
영국 : 주주들이 오고 있어.
씬21. 만보건설 회의실 앞
(주주들이 들어서고 있다. 경옥이 걸어오는데... 남숙, 정식과 마주친다)
남숙 : 우리 회사 대주주신데.. (손 내민다) 저번엔 실례 많았어요. 사과드릴게요.
경옥 : (딱딱하게) 사과까지 필요 없어요. 다 지난 일이니까.
남숙 : (손 접고) 아직도 화가 안 풀리셨네? 의외로 뒤끝 있으시다.
경옥 : ... (간다)
남숙 : 저게 정말 끝까지 고자세네?
정식 : 그래두 잘 참았어, 엄마. 백파 수양딸이라는데..
남숙 : 어휴, 내가 정말 그것만 아니면..
씬22. 회의실
(주주들이 모여 있다. 술렁이며... 경옥과 남숙, 정식이 앉아 있고...
이때, 정연이 주영국과 조민우와 함께 들어서자마자 질문들이 빗발친다)
주주 1 : 아파트 공사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주주 2 : 당장 문화재청에서 대규모 발굴 조사를 한다는 데 어떻게 대처 할 거예요?
주주 3 : 오늘자 주식 현황 봤어요? 폭락이에요, 폭락..!
영국 : 자, 자.. 답변을 들으려면 조용히들 하세요.
좌중 : ... (진정되고)
정연 : (당당하게) 결과적으로 말씀 드리면.. 공사 중단 사태는 없을 겁니다. 제가 책임지고 반드시...
주주 2 : 정말 책임질 능력이 있긴 한 겁니까?
주주 3 : 회사를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부터 져야 되는 거 아니에요?
정연 : ...
남숙 : (의미심장한 미소)
경옥 : 난, 황정연 이사가 이 위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보고 싶습니다.
남숙 : ...!! (본다)
경옥 : 회사경영에, 위기상황은 항상 있습니다. 오히려 이번일이... 황정연이사의 능력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 합니다.
정연 : ... (경옥을 본다)
남숙 : 그 능력을 보겠다고 기횔 줬다가, 이대로 아파트 공사, 실패하면 어떡할 거죠?
경옥 : ... (남숙을 본다)
주주 1 : 맞아요. 실패하면 어떡할 겁니까?
정연 : (남숙을 보며) 어떡했으면 좋겠는데요?
남숙 : 지금 황정연 이사가 가지고 있는 지분, 몽땅 다 회사에 내 놓을 수 있어요?
정연 : (노려본다)
주주 1 : 그게 좋을 것 같군요. 이번 공사, 애초부터 황정연 이사가 책임지겠다며 강행한 공사 아닙니까?
좌중 : .. (동조한다)
정연 : 알겠습니다. 만약, 이번 공사가 중단된다면...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지분을 회사에 환원하겠습니다.
(좌중 웅성거린다. 남숙, 정식과 시선 맞추며 회심의 미소를 짓고...
이를 지켜보는 경옥의 불안한 시선... )
씬23. 한강건설, 분양 사무실 앞
(길게 줄을 선 사람들... 그 속에 복자와 재수가 서 있고..)
소태 : (복자에게) 아줌마, 거 줄 좀 똑 바로 서세요. 삐뚤어졌잖아요.
복자 : 아이구, 알았슈.. (재수에게) 똑 바로 서라고 하잖유.
(이때, 강모가 걸어온다.)
소태 : 강모야. 대박이야. 대박... 새벽부터 계약하겠다구 사람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잠도 못 잤다니까...
강모 : .. (씁쓸한 미소)
(이때, 줄을 서 있던 복자와 재수...)
재수, 복자 : 강모야..!
씬24. 동, 사무실 안
(소태와 영출이 분양 신청자들과 면담 중이고... 복자와 재수가 경자한테 가 있다. 강모 옆에 서서..)
경자 : 뭐야, 엄마? 이 돈 갖구 무슨 아파트를 산다구 그래?
소태 : .. (엄마라는 말에 귀가 번쩍 뜨여서 다가오고)
복자 : 왜? 적어? 집안에 있는 돈 싹싹 다 긁어갖고 오는 건데..
경자 : 어림두 없어. 엄만 알아보지두 않구 와?
소태 : 아파트, 제가 사드리겠습니다, 어머니.
복자 : 어머니?
재수 : 이 사람, 뭐여? 아깐 줄 서라고 야단 치던 사람 아녀?
소태 : 저, 한강건설 박이사에요. 박소태 이사.
복자 : 이사는, 시덕이두 이산데.. 정말 아파트 사주시겠다거유?
소태 : 예.. 이담에 돈 많이 벌어서요.
복자 : (실망하며) 이 돈으로 살 거, 뭐 싼 거 없어? 적은 평수루...
재수 : 어휴, 이번에 아파트 구입해서 목돈 좀 마련해 볼려구 했더니..
강모 : 그 돈에 그냥 해드려.
복자 : 참말이여?
영출 : 강모야, 이거 반값도 안 돼.
강모 : 어릴 때, 저하구 미주, 보살펴 주셨잖아요. 언젠간 꼭 보답해드리고 싶었어요. 얼른 처리해 드려, 경자야.
경자 : 알았어, 오빠... (계약서 작성한다) 여기다가 얼른 도장 찍어, 아빠.
재수 : 어, 그려... (도장 찍는다)
소태 : 나중에 제가 사드릴 수도 있었는데..
복자 : 어이구, 없어본 사람이 안다구.. 정연네는 그렇게 오랫동안 허드렛일 해두 방값 한번 안 깎아주는데..
강모 : .. (미소 짓다가 다시 씁쓸하게)
씬25. 시청, 도시국장실
(정연이 와 있다.)
정연 : 도와주세요, 국장님. 이대로 아파트 공사를 중단 할 수는 없습니다.
명석 : 이런 일 있었으면 언론에서 알아채기 전에 진작부터 찾아왔어야죠.
정연 : 저도 뒤늦게 알았어요, 제 불찰입니다.
(명석, 뭔가 생각하는데... 노크를 하고 조필연이 들어선다)
필연 : 안녕하셨습니까, 한국장님.
명석 : (곱지 않은 시선) 갑자기 무슨 볼일 입니까?
필연 : (정연보고) 마침 정연양도 와 있네요. (명석에게) 만보건설 아파트 공사는 대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명석 : 아직 위에서, 어떤 결정도 내려진 상태가 아닙니다.
필연 : 송파지구뿐만 아니라.. 잠실이며 풍납동 일대가 다 유적지에요. 그런 거 일일이 따지다간 개발 못하는 거 아닙니까?
명석 : .. (경계하듯) 그렇긴 하죠.
정연 : ..! 그럼, 공사 중단을 막을 수도 있단 말인가요?
필연 : 이럴 때 국장님께서 우리 만보건설을 좀 도와 주셔야죠.
명석 : 저도 최선을 다해서 돕고 있습니다만.. 위에서 누군가 일부러 지연을 시키고 있어요.
필연 : (웃으며) 그럼 제가 그 윗선이란 곳에 손을 좀 써야겠군요.
정연 : .. (본다)
명석 : ... (의심쩍게)
씬26. 동, 밖 복도
(필연과 정연이 걸어온다)
필연 : 윗선에서도 88 서울 올림픽과 86 아시안게임을 무사히 치루려면 개발을 꼭 해야 한다는 입장인 거 같아요.
내가 손을 좀 써 볼 테니까 정연양은 너무 걱정 말고, 회사나 잘 추슬러요.
정연 : 감사합니다.
필연 : (멈춘다, 미소보이며) 황회장과 내 관계를 생각한다면... 내가 이정도 도와서는 체면이 서지 않아요.
정연 : .. (보는데)
씬27. 황태섭 집 전경 (다음 날 낮)
씬28. 동, 거실 안
(낮잠을 자다가 깬 정식이 길게 기지개를 켜며 이층에서 내려오는데...
남숙이 소파에 앉아서 전화중이다. 손에 들려져 있는 양주잔...)
남숙 : (양주를 한 모금 마시곤) 더 이상 시간 끌 거 없어요. 내일 중으로 회장님 안락사 시키세요.
정식 : ..!! (크게 놀란다)
남숙 : 방법이야 많잖아요? 고통스럽진 않게 부탁할 게요. 김간호사..
정식 : 엄마..!! (급히 다가온다)
남숙 : ..! (돌아보고는 놀란다, 수화기 끊고)
정식 :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안락사라니?
남숙 : (애써 침착) 정연이 아직 안 들어왔지?
정식 : 무슨 말이냐구, 그게..!
남숙 : 어차피, 니 아버지 평생 식물인간으로 살아야 돼.
정식 : 엄마..! (눈물고이고) 아무리 그래두... 어떻게 아버지를 우리 손으로..
남숙 : 나두 니 아버지, 좋아서 결혼했어. 사랑해서 너 낳았구. (눈물 고이며) 난 뭐 좋아서 이 짓 하는 줄 알아?
정식 : ..
남숙 : 이게 다 널 위해서야. 너, 평생 무시만 당하고 산거 억울하지도 않아?
정식 : 꼭 이렇게까지 해야 돼?
남숙 : 니가 뭘 알아? 니가 내 심정 알아? 뭘 아냐구, 니가..!
정식 : ..
남숙 : 넌 그냥 모른 척 하구 있으면 돼. 나머진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정식 : 아, 씨... 뭐가 이래? 왜 일이 이 따위로 된거냐구..! (뛰쳐나간다)
남숙 : 얘, 정식아.. 정식아..!!
정식 : . (밖으로 나가면)
남숙 : (술을 벌컥 다 마신다, 거칠게 호흡하며) 어차피.. 그 사람 인생은 이미 다 끝났어. 조금 더 일찍 갈 뿐이야...
당신. 그 정돈 해주고 갈 수 있잖아.. (술 벌컥벌컥 따르는데)
씬29. 병실, 일층 로비
(전화 부스로 다가오는 간호사.. 전화를 거는데..)
씬30. 로열클럽 사장실
(경옥이 거울을 보며 화장을 하고 있다. 이때, 전화벨이 울리고...)
경옥 : (수화기 든다) 네... (크게 놀란다, 굳어지며) 알았어요. 내가 그리로 갈게요.
(수화기 놓고, 치를 떨듯) 오남숙.. 니가 끝내 그런 짓까지...
씬31. 강변, 차 안
(정식이 혼자 앉아 있고...)
정식 : 아부지... 난 모르는 일이에요. (눈물 흘리며) 원래.. 나 바보잖아.. 아부지가.. 멍청하다고 맨날 혼내셨잖아요...
그냥 못난 놈이니까... 아무것도 모른다구요, 아버지... (고개 처박고 울다가) 안돼... 이대로 아버지 보낼 수 없어.
(정식, 시동을 건다. 차를 몰고 나가는데...)
씬32. 도로 / 승용차 안
(지배인이 운전 중이고.. 경옥이 뒷자리에 앉아서 심각하게..)
씬32. 동, 병실 안
(간호사가 주사기를 들고 들어선다. 태섭이 보는데.. 간호사가 커다란 주사기에 영양제를 가득 채운다. 태섭 긴장한 눈초리..!
간호사, 링겔 호스에 주사기를 꾸욱 눌러서 놓는데.. 불안한 태섭의 표정...)
간호사 : (미소 보이며) 걱정 마세요. 이거 영양제예요.
(이때, 노크소리... 간호사, 돌아보는데..)
씬33. 동, 복도
(병실 문을 열고 밖을 살피는 간호사... 휠체어에 앉아 있는 태섭을 밀고 나온다.
환자복 차림의 태섭 얼굴에 마스크가 씌워져 있고... 태섭, 눈만 껌뻑거리며 움직일 수 없다.
간호사, 마치 산책을 나선 듯이 태연하게 휠체어를 끌고 걸어 나가는데...)
씬34. 동, 요양원 건물 앞
(정식의 차가 급히 다가와 선다. 차에서 내리는 정식, 건물 안으로 급히 들어가는데...
그 옆에 세워진 봉고 승합차 한대... 차 창문이 열려 있고... 걸쳐놓은 남자의 손이 하나 보인다)
씬35. 일층 로비
(정식이 급히 계단을 뛰어 올라간다. 그 옆쪽에서 휠체어를 밀고 나오는 간호사.. 밖으로 나가는데...)
씬36. 병실 안
(정식이 문을 박차듯이 아버지..! 소리치며 들어선다. 그러나 빈 병실 안...
정식, 뭔가 불안하다. 간호사..! 간호사..!! 부르며 급히 밖으로 나가는데...)
씬37. 동, 건물 앞
(승합차가 빠져나간다. 곧이어 들어오는 승용차.. 경옥이 차에서 내리는데..)
씬38. 달리는 승합차 안
(뒷공간이 엠블런스처럼 개조되어 있다. 태섭이 누워 있고... 누군가가 그 옆에 있다.
태섭, 그 사람을 보고 놀란 눈... 덜덜 떨리는 태섭의 손을 잡아주는 사내의 손...)
씬39. 태섭네 집, 거실
남숙 : (수화기 들고 놀라며) 그게 무슨 소리야? 니 아부지가 없어지다니? 간호사 그 년은? (사이) 뭐? 그만 둬?
알았어, 내가 그리로 갈게.
(남숙, 수화기 급하게 놓고 안방으로 들어간다. 청소를 하던 복자가 심상치 않게 보는데 재수가 들어선다)
복자 : 회장님 사라 지셨다는데, 어딜 갔다 와요?
재수 : 어? 회장님이 사라지셨어? (눈치 살피듯이)
씬40. 만보건설 분양 사무소 앞
(분양자들이 몰려와서 항의 중이다. 정연이 혼자서 감당하고 있고..
그 인파들 속에서 강모가 정연을 안타깝게 보고 있다)
사내 2 : 아파트 건축 무산 되면, 우리만 손해 보는 거잖아..!
정연 : 믿어주세요.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지금 문화재청국에서...
사내 1 : (뛰어들며 멱살을 잡는다) 내가 분양 사기 한 두 번 당한 줄 알아?
강모 : ..!! (놀란다)
정연 : 이러지 마세요. 진정들 하시고...
사내 1 : (멱살을 꽉 움켜쥐며) 너 말구, 니네 회장 나오라구 해. 당장 손해배상 안 해주면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더 참지 못하고 뛰어드는 강모.. 사내의 손을 잡아 비틀더니 바닥에 팽기친다)
강모 : 누구든, 앞에 나서기만 해 봐..!!
(좌중, 그 서슬에 압도당해서 잦아지는데...
강모, 그제야 흥분을 가라앉히며 정연을 보는데.. 정연, 강모의 뺨을 후려친다)
정연 : 감히 내 고객한테 손을 대?
강모 : .. (본다)
정연 : 죄송합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분양자들, 다시 소란해지기 시작한다. 내 돈 내놔..! 계약 해약 해달라고..! 소리치는데...
이때, 민우와 성중, 주영국이 뛰어오며... 그들을 막고 나선다)
민우 : (버럭) 다들 조용히 하세요. (서류 들어 보이고) 여기 새 계약서가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조금의 손해도 보지 않도록 추가 조항이 있는 계약섭니다.
(분양자들, 조용해지고... 민우, 정연에게 안심하라고 눈빛 보내더니 강모를 노려본다.
강모, 그런 두 사람 보는데..)
씬41. 커피숍 안
(강모와 정연이 마주 앉아 있고...)
정연 : 날 보자고 한 용건이 뭐야?
강모 : ..
정연 : 니 얼굴 오래 보고 싶지 않으니까 빨리 말해.
강모 : ... 회사 지키고 싶으면, 조민우가 뭘 노리고 있는지 조사해 봐야 할 거야.
정연 : (비웃듯이)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지?
강모 : 나한테, 유물이 발견 됐다고 알려 준 사람... 조민우니까.
정연 : ...!! (노려본다. 픽 웃으며) 그래?
강모 : 내 생각이 맞는다면... 조민우, 널 밀어내고 만보건설을 차지할 생각이야. 물론, 그 뒤에 조필연이 있고..
정연 : 그럼, 넌 뭔데? 니 말대로라면, 넌 조민우 꼭두각시 노릇 한 거네?
강모 : ... (본다)
정연 : 꼭두각시 노릇 착실하게 해놓고..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하는 저의가 대체 뭔데?
강모 : 만보건설..! 내가 아닌 다른 사람한테 무너지길 바라지 않으니까...
정연 : (픽 웃으며) 아주, 그럴 듯 했어, 이강모.
강모 : ...? (본다)
정연 : 민우 예상이 딱 맞았어. 조민우가 그랬거든. 니가 분명, 날 찾아올 거라고...
찾아와서.. 민우와 민우 아버지에 대한 모함을 할 거라고...
강모 : ...
정연 : 아, 이런 말도 했어. 우리 공사현장에 박소태가 나타나서 유물을 파갔다고.
강모 : ...
정연 : 지금 날 도와주는 유일한 사람이 조민우와 민우 아버지야. 니가 그 두 사람과의 관계를 끊어보겠다고?
강모 : ...
정연 : 정말이지... 한때나마 널 사랑했다는 게.. 너무 치욕스러워. (밖으로 나간다)
강모 : ... (굳어진 듯이 그대로 무표정으로)
씬42. 미주네 집
(선화와 지나가 놀러와 있다. 미주와 함께 밥을 먹으며...)
선화 : (크게 놀라며) 결혼? 너, 조민우 실장하고 결혼한다구?
미주 : (쑥스럽게) 어... 그럴 거 같아.
선화 : 언니? 얘 잘나가는 동안 우린 뭐한 거야?
지나 : 그 집에서두 허락 받았니?
미주 : 응.. 민우씨 아버님이 아주 좋으셔.
지나 : 그럼, 너 가수는?
미주 : 결혼해두 가수 꿈 포기 안 할 거야. 민우씨가 도와준다고 했어.
선화 : (숟가락 놓고, 심통) 나 배 아파서 밥 못 먹겠네.
미주 : 왜 그래? 내가 맛있게 끓인 건데... (숟가락으로 찌개 떠주며) 그러지 말구 얼른 먹어... (하다가)
(미주, 찌개 냄새를 맡더니 갑자기 헛구역질을 한다. 급히 부엌 쪽으로 달려 나가고.. 웩웩대며 헛구역질 하는 소리...)
선화 : 쟤, 갑자기 왜 저래?
지나 : 미주야, 너 괜찮아?
미주 : .. (들어온다, 속이 불편 한 듯) 어휴, 뭘 먹구 체했는지.. 며칠 전부터 이러네?
씬43. 어느 밀실 안
(천회장이 와 있다. 조필연과 고재춘이 있고...)
필연 : 건대협 회장님들 중에서... 천회장님만... 돈을 안내셨더군요...
천회장 : 죄송합니다. 여기저기 공사를 벌려 놔서... 수습할 시간을 좀 주십시오.
필연 : (얼굴 가까이, 언성을 낮추며) 큰집 어른께서 아주 불쾌해하고 계십니다.
천회장님 때문에 이 조필연이 또한 체면이 말이 아니란 말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천회장 : (겁에 질려서) 시간을 좀 주십시오. 어떡하든 마련해 보겠습니다.
필연 : .. (본다, 싸늘하게 웃는데, 그 위로)
병탁 : (E) 조필연이 거둬들이는 그 돈... 각하의 스위스 은행 계좌로 들어갈 돈이야.
씬44. 로열 클럽 안
(오병탁과 민홍기, 한명석이 와 있다)
백파 : (놀라서) 그럼? 건설자문위원이라는 직책이..
병탁 : 비자금 모금책이 된 거죠. 조필연이 그렇게 만들었어요.
백파 : 그야말로 권력에 빌붙는 덴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이구만...
홍기 : 이대로 두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병탁 : 두고 보지 않으면?
홍기 : 선배님께서 막아주십시오.
명석 : 더 이상 건설업계에서 조필연의 힘이 커지면 이 바닥, 진흙탕이 되고 말 겁니다.
병탁 : 이봐, 그 돈이 어떤 돈인지 몰라서 그래? 나보고 성역을 건드리라고?
명석, 홍기 : ..
백파 : 이제 본격적으로 강남이 개발되는데... 그림자부터 지고 있어. 그 도시가 온전히 세워질지 걱정이구만...
씬45. 만보건설, 기획실장실
(민우와 성중이 얘기 중이다)
민우 : 현재까지 땅은 어느 정도 팔았습니까?
성중 : 며칠 뒤면 중도금이 전부 들어 올 겁니다.
민우 : 우선, 일차로 그 돈 나한테 넘기시고.. 나머지 잔금을 거둬 드리는데 전력을 다하세요.
성중 : 알겠습니다. 실장님.
씬46. 복덕방 앞
(어느 작은 복덕방 앞 도로에 성중의 승용차가 서 있다.
복덕방에서 나온 노숙자가 성중의 차 안으로 들어간다. 계약서를 주고받는 모습...
일각, 차 안.. 시덕이 성중 쪽을 사진 찍고 있다)
씬47. 한강 건설 사무실
(강모가 업무중인데... 시덕이 자료를 들고 급하게 들어온다)
시덕 : 강모야, 드디어 꼬리 잡았어. (자료 주며) 이거 봐봐. 문과장이 은밀하게 역세권 땅을 팔고 있어.
강모 : (펼쳐 본다) 이 땅... 만보건설 소유 땅이잖아.
시덕 : 정연이한테 얘기해야 되는 거 아냐?
강모 : 황회장이 쓰러진 틈을 노리고 꾸민 짓이야.
회장님 지시가 있었다고 하면... 문과장이나 조민우한테,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을 테니까...
시덕 : 근데, 조민우가 대체 이 돈으로 뭘 하려는 걸까?
강모 : (잠시 생각하다) 조민우, 어딨는지 좀 알아 봐.
시덕 : 왜? 조민우 만나게?
강모 : 직접 만나서 내 예상이 맞는 지, 떠봐야지.
씬48. 일식집 방안
(민우와 성모가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성모 : 아무튼, 민우 니가 좋은 여자 만났다니까 나도 기분이 좋다.
민우 : 지금 같이 가서 만나 볼래, 형?
성모 : 지금?
민우 : 아파트에 와 있을 거야. 우리 집 가서 한잔 하자.
성모 : 글쎄.. 궁금하긴 한데... 대체 어떤 여자냐?
민우 : .. (생각, 씩 웃어 보이고)
성모 : 생각만 해도 입이 귀에 걸릴 만큼, 그렇게 좋냐?
민우 : 나한텐 축복 같은 여자야.
성모 : 뭐하는 아가씬데?
민우 : 꿈이 좀 유별 나... 노래를 잘해서..
(이때, 문이 확 열리며 강모가 들어선다. 민우, 강모를 본다. 성모, 강모와 시선 마주치는데...)
강모 : (민우를 노려보며) 할 얘기가 좀 있어.
성모 : (민우에게) 나가 있을게. (일어서려는데)
민우 : 그냥 있어, 형.. (강모를 노려보며) 쟤 때문에 분위기 망치지 말자고.
(성모, 그냥 앉아 있고. 강모, 앉는다)
민우 : 니 덕분에, 내 계획이 한결 수월해졌어.
강모 : 너무 좋아하지 마. 너한테 만보건설 넘겨 줄 생각은 없으니까...
민우 : (픽 웃으며) 다 죽어가던 회사.. 누구 덕에 살아난 건지 모르지 않잖아?
강모 : (술 따른다) 니 속셈, 알아. 나하고 정연이가 싸우는 동안, 만보건설 주식을 바닥까지 떨어뜨려서 거저먹으려는 거..
민우 : (차갑게 웃으며) 여전히 머린 좋네? 근데... 니가 날 뭐로 막을 건데?
강모 : ...!! (예상이 맞구나)
민우 : 겨우, 내가 조종하는 꼭두각시 노릇이나 하는 주제에...
강모 : 조민우, 너... 니 덕분에 지옥 구경 한 거.. 고대로 맛보게 될 거다.
(민우, 일어선다. 강모와 성모도 일어서고...)
민우 : (강모를 노려보며) 예전에, 이 놈.. 형이 체포했었지?
성모 : .. (강모를 본다)
민우 : 형이 주시 좀 해줘. 언제 미쳐서 날뛸지 모르는 놈이니까.
(강모, 주먹을 불끈 쥔다. 지나가려는 민우를 잡아채는 강모, 주먹을 치켜드는데 성모가 강모의 손목을 낚아채며 잡는다.
성모를 노려보는 강모...)
민우 : (웃으며) 잘 봐둬라. 나한텐, 친형이나 다름없는 형이니까.
(민우, 나간다. 성모, 강모를 보다가 따라 나가고.. 강모, 자리에 앉는데..)
씬49. 동, 밖 복도
(걸어 나오는 민우와 성모...)
민우 : 괜히 저 놈 땜에 기분 잡쳤네. 우리 집에 가자, 형.
성모 : 니 여자 친군, 다음에 봐야겠다.
민우 : 안 가려고?
성모 : 밤에 할 일이 좀 있어. (어깨를 툭 치며) 다음에 소개해 줘.
씬50. 동, 방안
(강모가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데... 성모가 들어와서 앉는다)
강모 : 조민우... 만보건설을 집어 삼킬 비밀자금을 마련 중이야. (본다) 그 돈... 내가 가져가야겠어.
성모 : ...! (본다) 내 도움이 필요할 것 같은데..
강모 : (문성중의 사진을 꺼낸다) 문성중... 만보건설 과장이고, 비밀자금 담당자야.
성모 : .. (사진을 보는데)
강모 : 어렵겠지만.. 조필연의 비밀자금, 반드시 막아야 돼, 형.
성모 : 해보자. (잔 들고) 할 건 해야지.
강모 : .. (건배하고, 눈빛)
씬51. 민우 아파트 안 (그 밤)
(들어서는 민우...
미주가 기다리다가 소파 위에서 잠들어 있다. 식탁 위에 덮인 상보를 열어보면 맛깔스런 밥상이 차려져 있고...
민우, 그 옆에 앉아서 사랑스럽게 미주를 보다가 얼굴을 덮은 머리칼을 쓸어 넘겨준다)
미주 : (눈을 뜨며) 언제... 왔어요? 밥 안 먹었죠? (일어나려는데)
민우 : (미주 머리를 안고 다리에 받쳐준다) 그냥 자. 먹고 왔어.
미주 : 그럼.. 쪼끔만 더 잘게요?
(미주, 편안하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데.. 민우, 그런 미주의 얼굴을 만지며... 사랑스럽게...)
씬52. 레스토랑 안 (낮)
(조필연과 명자, 민우와 미주가 식사를 하고 있다. 시큰둥한 명자를 제외하고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미주, 스테이크에는 손을 안대고 샐러드만 먹는다)
필연 : 미주 덕분에 요즘 민우가 아주 많이 활기차졌어. 니가 복덩인 거 같구나.
미주 : (민우 한번 보더니 씩 웃어 보인다)
명자 : 근데, 너 고기 원래 안 먹니? 왜 샐러드만 먹어?
미주 : 네?
민우 : 얘가 고기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칼질 불편하면 내가 썰어줄까?
미주 : (눈치 보며) 아, 아니에요, 제가 알아서 먹을게요.
(명자, 한심하게 민우를 흘겨보는데...
미주, 고기를 썰어서 오물거리는데 갑자기 속에서 속이 불편하다. 헛구역질을 하더니 급히 입을 막고 뛰쳐나가고)
민우 : (놀라서) 미주야..! (뛰쳐나가고)
명자 : 골고루 하네, 정말... 어휴, 맘에 안 들어 죽겠어.
필연 : (온화했던 표정이 굳어지며, 먹는데)
명자 : 가만... 쟤네들 혹시?
필연 : ..? (본다)
씬53. 동, 화장실 안
(미주가 변기 안에다 토하고 있다. 그 문 밖에서 민우가 문을 두드리며..)
민우 : 미주야, 괜찮아?
미주 : ... 괜찮아요.
민우 : 너, 체했다더니 아직도 안 좋은 거냐?
미주 : ... (속이 불편한 듯이)
씬54. 동, 레스토랑 안
필연 : (굳어진다) 임신이라니?
명자 : 아까부터 샐러드만 먹는 것도 그렇고.. 헛구역질 하는 것두 꼭 태기 같아요.
필연 : ..! (심각하게)
명자 : 만약, 임신했으면 어떡해요?
필연 : (눈빛)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당신은 모른 척 하고 있어.
(이때, 민우와 미주가 다가온다)
미주 : 죄송해요. 며칠 전부터 쳇기가 있어서...
필연 : (온화한 미소) 더 먹을 수 있겠니?
미주 : (고기를 보며) 아깝긴 한데... 못 먹겠어요... 죄송해요, 아버님.
필연 : 후배가 한약방을 하는데, 같이 가자. 보약 한 첩 먹여야겠어.
미주 : 보, 보약이요? 저, 그런 거 안 먹어두 되는데..
필연 : 우리 집 며느리 되려면 우선 몸이 튼튼해야 돼. 같이 가.
민우 : (내심 좋아서) 너 호강인줄 알아. 아버지가 나한텐 한 번도 그러신 적 없었거든.
미주 : (인사 꾸뻑) 고맙습니다, 아버님...
씬55. 한약방, 진료실 안
(40대쯤의 한의사가 찬찬히 미주의 진맥을 잡고 있다. 필연과 민우가 있고..)
한의사 : 보약 한 첩 지어 드릴 테니까 다음 주에 가지러 오세요.
미주 : .. (미소 지으며 민우를 보고)
필연 : 먼저 나가들 있거라.
미주, 민우 : .. (밖으로 나간다)
필연 : 어때? 임신이 맞나?
한의사 : 틀림없이 태깁니다.
필연 : ..!! (굳어진다, 차갑게 뭔가를 생각하는데)
씬56. 다방 안
(강모와 성모가 뭔가 긴밀히 이야기 중이다. 찬성이 들어오더니 성모 귓전에 뭔가를 이야기하고..)
성모 : 오늘밤 일곱시?
찬성 : 예... 요정집에서 문성중과 조민우가 만날 겁니다.
성모 : 비밀번호는?
찬성 : 만보건설 창립 기념일이라는 거 같았어요.
강모 : 공삼일육...
성모 : 수고했다. 찬성아. (강모에게) 이제 내가 할 일만 남은 건가?
강모 : 민우한테서 통장하고 도장 뺏어 오는 거 쉽지 않을 거야.
성모 : 걱정 마라. 생각해 둔 방법이 있어.
(성모, 일어서서 공중전화 부스로 간다. 동전 넣고 전화하는데..)
성모 : (신호음 울리다가) 접니다, 이성모. 오늘 술 한 잔 어떠십니까? 간만에 좀 땡겨서요. (웃음) 예... 늘 가던 거기가 좋겠어요.
강모 : .. (보는데)
씬57. 요정집 전경 (밤)
씬58. 동, 방 안
(성중이 민우에게 통장과 도장을 건넨다)
성중 : 일차로 현금화한 비밀자금입니다.
민우 : .. (받아서 안주머니에 넣는다)
성중 : 총 자금의 삼십 프롭니다.
민우 : 나머지 칠십 프로는 다른 계좌로 한꺼번에 마련하세요.
성중 : 알겠습니다, 실장님.
(이때, 노크소리와 함께 성모가 들어선다)
성모 : 민우야?
민우 : 형? 여긴 어쩐 일이야?
성모 : 오늘 국장님하고 술 한 잔 하기로 했어. 지배인이 너, 여기 있다고 하더라.
민우 : 인사드리세요. 내 친형이나 다름없는 형이에요.
성중 : 문성중입니다.
성모 : 반갑습니다. 잘 됐네. 조국장님 오시면, 다 같이 한잔 하지.
성중 : 전, 그냥 가보겠습니다.
민우 : 그러세요.
(성중, 인사하고 나가면 성모, 자리에 앉아서 주전자를 흔들어본다. 찰랑 찰랑 조금 남은 술...)
성모 : 술이 얼마 없네?
민우 : 더 시켜, 형.
(민우, 웃옷을 벗어서 건다. 성모, 그 틈을 타서 알약 하나를 꺼내 주전자 안에 넣는다. 민우, 자리에 앉고..)
성모 : (주전자 흔들고) 남은 술, 마저 마시자.
(민우 잔에 따라준다. 민우, 그 주전자로 성모 잔에 따라주는데..)
성모 : (잔 들고) 자, 조민우의 행복한 결혼을 위하여.
(민우, 피식 웃고는 단숨에 마신다. 성모, 잔에 입을 조금만 대고는 내려놓는데... 민우를 살피는 성모의 눈빛..)
씬59. 요정집 복도
(기생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서는 필연과 고재춘..)
씬60. 동, 방안
(민우가 많이 취해있다)
민우 : 기억나 형? 내가 형한테 술 처음 배웠던 날?
성모 : ... (픽 웃는다)
민우 : 나 그때 주정 많이 했다며...
성모 : 너, 그때 내가 아끼는 단벌 양복에 토했어.
민우 : .. (웃는다) 형... 요즘, 나 행복해...
성모 : 그래 보인다.
(이때, 드르륵 문이 열리며 필연과 재춘이 들어선다)
필연 : 무슨 얘길 그렇게 재밌게들 하는 거냐?
성모 : (일어서며) 오셨어요?
민우 : (못 일어나고) 아버지..
필연 : (앉으며) 민운 벌써 많이 취한 거 같은데?
민우 : 예.. 저 좀 취했습니다.
필연 : 성모는 멀쩡한데 사내놈이 이렇게 술이 약해서야..
민우 : .. (옆으로 푹 쓰러진다)
필연 : 저 놈, 저거..?
성모 : 요즘 행복하답니다.
필연 : 그래? 이 놈 놔두고, 우리 끼리나 즐겁게 마시자.
재춘 : 한잔 올리겠습니다, 국장님. (술 따른다)
성모 : .. (민우를 보는 눈빛)
씬61. 태섭 집 거실 (그 밤)
(정연과 남숙이, 정식이가 초조하게 있다. 주영국이 들어선다. 재수와 복자까지 따라 들어오고..)
정연 : 아버질 데려간 간호사, 찾아 보셨어요?
영국 : (고개를 흔들면서) 이미 종적을 감췄어.
재수 : 병원사람들한테 알아봐두 다 모른다네요.
정연 : ..! (본다) 주이사님... 지금 당장, 경찰에 실종 신고하세요.
남숙 : 신고는 절대 안 돼..!
정연 : (노려보며) 아버지가 행방불명이에요.
남숙 : 이 문제... 세상에 알려져서 좋을 거 없어.
정연 : 왜 안 되는데요?
남숙 : ... (당황)
정연 : 나 몰래.. 아버지한테 무슨 짓을 한 거예요?
남숙 : 말조심해, 무슨 짓이라니?
정연 : 요양원에다 숨겨놓은 것도 새어머니에요. 대체 뭐가 무서워서 신고를 못하냐구요..!
남숙 : 너, 이 사실이 알려지면, 너 때문에 다 망해가는 회산 어떻게 되라고?
정연 : ...
남숙 :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꼴이라구, 알아?
정연 : . (석연치 않게, 노려보는데)
남숙 : 우리가 찾을 때가지 신고는 절대 안돼. 너도 그 정도 머린 있잖아. (방으로 들어간다)
정식 : .. (따라 들어가고)
영국 : 틀린 말 아니다... 내일 다시 한 번 회장님 찾아볼게.
정연 : .. (걱정스럽게, 눈물 고이고)
재수 : .. (분위기 살피는데)
씬62. 별장쯤의 어느 침실
(태섭이 잠들어 있다.
누군가가 들어오고.. 여자 하반신만 보인다. 매니큐어를 바른 여자의 손이 물수건으로 태섭의 얼굴을 닦아 주는데..)
씬63. 달리는 차 안
(재춘이 운전 중이고 조수석에 필연이 타고 있다. 뒷자리에 녹초가 된 민우를 성모가 부축한 채 앉아 있고..
재춘을 제외하고는 다들 취한 분위기..)
필연 : (취기어린) 재춘이 너, 운전 괜찮냐?
재춘 : 아까 자고 일어나서 다 깼습니다.
필연 : 성모 너도 우리 집에서 자고 갈 거지?
성모 : 그럴려고요.
필연 : (민우를 보고 혀를 차며) 민우, 저놈... 술부터 다시 가르쳐야겠어.
(필연, 뒤로 몸을 편하게 기대며..
성모, 눈치를 살피더니 민우의 안주머니에서 도장과 통장을 꺼낸다. 바닥에 툭 던져서 떨어뜨려 놓는데..)
씬64. 조필연 집, 민우 방
(민우를 침대에 누이는 성모... 민우, 축 늘어진 채...
성모, 잠시 숨을 몰아쉬다가 탁자 위의 사진첩을 본다. 성모와 모자를 눌러쓴 대학생쯤의 민우가 얼굴을 가까이 하고 찍은 사진...
두 사람의 얼굴에 맞아서 생긴 멍자욱과 반창고, 상처가 보인다. 뭐가 좋은지 활짝 웃는 모습으로..
성모, 그 사진을 물끄러미 보는데..)
씬65. 어느 공터 (성모 회상, 과거)
(대학생쯤의 사진 속 모자를 눌러쓴 민우와 성모가 나란히 앉아 있다. 두 사람 다 잔뜩 얻어맞아서 터지고 부은 얼굴...
성모, 자기 얼굴에 반창고를 붙이고는 민우에게 연고를 건네며..)
성모 : 약 발라.
민우 : 우리 아버지 정말 싫다, 형.
성모 : 내가 발라 줘?
민우 : 난, 왜 우리 아버지 같은 사람 아들로 태어났을까?
성모 : 너 아버지한테 반항하는 거 처음 본다. 영화감독이 그렇게 되고 싶은거냐?
민우 : 우리 아버지 절대 허락 안하실거야. 난 아버지 못 이길 거고...
성모 : ...
민우 : 고마워 형... 아까 형도 나 땜에 아버지한테 많이 맞았지?
성모 : 실장님, 화나시면 눈에 보이는 거 없는 분이시잖아.
민우 : 형은 왜 우리 아버지 같은 사람 밑에서 일 해?
성모 : (씁쓸하게)... 약이나 바르자. 얼굴 이래 대봐.
(성모, 민우의 얼굴에 상처를 발라 주는데... 민우, 아프다고, 아..! 소리)
성모 : 사내자식이 이딴 게 뭐가 아프다고 그래?
민우 : 형도 한 번 발라 봐.
(민우, 성모 얼굴에 약을 발라 준다)
성모 : (쓰라려서) 아!...
민우 : (픽 웃는다) 우리, 어디 가서 사진이나 찍을까, 형?
성모 : 이 꼴로?
씬66. 다시 민우 방 (현실)
(성모, 사진을 놓고 물끄러미 민우를 본다)
성모 : (혼잣말) 너란 놈, 이렇게 만나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뭔가 생각하며, 다시 굳어지는 표정으로)
씬67. 조필연 집 앞 (그 밤)
(승용차가 서 있고... 다가오는 오토바이 한 대... 헬멧을 벗는 강모.. 승용차로 다가가더니 만능키로 문을 딴다.
뒷좌석을 살피더니 통장과 도장을 꺼내들고... 환하게 웃음보이며 헬멧을 쓴다. 오토바이를 타고 출발하는데...)
씬68. 조필연 집 전경 (아침)
씬69. 동, 거실
(필연과 성모, 재춘이 차를 마시고 있다)
필연 : (성모에게) 민우는 아직도 안 일어 난거냐?
성모 : 깨워봤는데 통 못 일어나더군요.
재춘 : 제가 올라가 볼까요?
명자 : 아침 먹어야 되니까 깨워 봐요.
성모 : .. (차 마시며)
씬70. 은행 안 (다음날 아침)
(강모, 시덕이 들어선다. 아홉시를 가리키고 있는 시계... 첫 손님이라 아무도 없다.
강모, 창구에서 통장과 도장을 내민다)
강모 : 계좌 이채를 좀 하려고요.
여직원 : (통장 보고 놀라며) 액수가 크네요? 이쪽으로 오세요.
(여직원, 강모를 방 쪽으로 안내한다. 강모, 지나가다가 감시카메라를 발견하고는 그 앞에 선다)
강모 : (카메라를 응시하며) 조민우.. 똑똑히 잘 봐 둬라... (차갑게 웃으면서)
씬71. 조필연집 민우방
(민우가 일어난다. 머리가 깨어질 듯 아프고... 민우, 시계를 본다. 아홉시 이십분...
민우, 얼굴을 찡그리며... 양복을 챙겨 드는데... 뭔가 이상하다. 안주머니를 보는데 통장과 도장이 없다.
방안을 뒤져 보는데... 없고... 밖으로 튀어 나가는데)
씬72. 동, 거실
(필연, 신문을 보고 있고... 성모, 초조하게 시계를 보는데... 민우가 이층에서 급하게 뛰어 내려오며...)
민우 : 아버지, 제 통장 못 보셨어요?
필연 : 통장이라니?
성모 : ... 무슨 통장인데?
민우 : 중요한 거예요.
필연 : (인상 쓰며) 너, 설마..?
민우 : 저, 어제 술집에서 어떻게 된 거예요?
성모 : 너 취해서, 내가 부축해서 데리고 왔어. 방에 떨어져 있는 거 아니야?
민우 : 다 찾아 봤는데, 없어.
필연 : 혹시 차에 떨어뜨린 거 아니냐? 찾아 봐.
(민우, 양복을 뒤져서 차키를 꺼내 들고 뛰어 나가고... 성모, 시계 보더니 불안한 얼굴로 따라 나가고..)
씬73. 조필연 집 앞 / 집 마당
(오토바이가 다가온다. 헬멧을 쓴 강모... 주변을 살피더니 만능키로 차문을 여는데 잘 열리지 않고...
그 집 마당.. 민우가 급히 나오고 있다. 그 뒤를 성모가 따라 나오고...
찰칵, 차 문이 따진다. 강모, 승용차 뒷자리에 통장뭉치를 툭 집어 던지고 오토바이를 탄다.
막 시동을 걸며 출발하는 순간 대문 밖으로 나오는 민우와 성모...
강모,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데 민우, 강모 쪽을 힐끔 보는데... 강모와 민우의 모습이 크로스 되며 엔딩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