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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와 백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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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해석 및 시 맛있게 읽기 스크랩 덕장海 / 이주형
은하수 추천 0 조회 15 14.01.18 18:09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덕장海 / 이주형

 

 

과메기는 청어일 때를 기억하지 않는다

청어의 내장을 먹은 건 과메기였다

바다를 훌훌 털어낸 청어는 새로운 유형을

익히기 위해 바다를 말아들고 동안거에 들어갔다

비워낸 건 내장이 아니라

바다에 대한 추억이었다

 

볕 좋은 언덕에 바다가 생겼다

청어들이 속을 비우고 하늘로 헤엄칠 준비를 하는 덕장海

파도는 고요에 눌려 그곳까지 올라오지 못했다

 

파도소리가 소금에 씻겨간 추억을 자극할 때

잘린 지느러미가 다시 바다를 토해 낼 법도 하지만

제 몸에 스스로 금을 낸 청어는

동해를 잊었다

새로운 바다를 만나기 전에는

절대 자세를 풀지 않을 자세로

바람을 기다리는 청어

 

하지만 그를 헤엄치게 할 겨울바람은

이미 유전자를 바꾼 지 오래

파리들의 조롱에 청어는 등이 가려웠다

날이 갈수록 파도소리가

예전보다 더 큰 귀를 만들어 주었다

 

동안거를 끝내지 못한 청어 등에서

반짝, 금 가는 소리가 났다

제 스스로 금을 내지 못한 바다가

거품을 물고 흘러 나왔다

 

- 동인지『푸른 시』제15호(아르코,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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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상 위에 반찬으로 올라와 있는 구운 꽁치 한 마리에도 시인은 그저 내 몫의 음식이거니 냉큼 꽁치의 살 속으로 젓가락을 후벼 파지 못한다. 저 꽁치도 태평양 푸른 바다 깊은 곳에서 시퍼런 등줄기 번뜩이며 자유롭게 유영하던 시절이 있겠거니 연민하는 습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세계와의 소통이고 타자를 향한 사랑에 기반을 둔 시인 특유의 시선이자 덕목이다. ‘과메기는 청어일 때를 기억하지 않’지만 시인은 그것을 대신 기억해준다. ‘바다에 대한 추억’을 버리고 ‘동안거에 들어’간 ‘청어’의 삶에 자꾸만 생기를 불어넣는다.

 

 포항 구룡포에서 해안선을 따라 달리면 줄줄이 꿰인 과메기가 찬 바닷바람을 맞으며 덕장에서 꾸덕꾸덕 건조되어가는 모습은 이 계절 과메기의 고장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과메기는 말린 청어인 ‘관목청어(貫目靑魚)’에서 나온 말로 꼬챙이로 청어의 눈을 뚫어 말렸다는 뜻에서 유래한다. 포항에서는 ‘목’이란 말을 흔히 ‘메기’ 또는 ‘미기’로 불렸는데 이 때문에 ‘관목어’는 ‘관메기’로 불리다가 오랜 세월이 지나며 ‘과메기’로 굳어졌다. 원래는 청어였지만 어획량이 줄면서 요즘은 주로 꽁치로 만든다. 그런데 올해는 청어가 잡혀 청어과메기도 출시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아무튼 과거엔 포항을 비롯한 경북 일원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산물이었는데 이제 완전한 전국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과메기의 제철은 11월 중순부터 2월말까지다. 그러니 지금이 한창인 셈이다. 특히 구룡포 과메기는 바람, 온도, 습도 등이 과메기 생산에 최적의 환경이라 차가운 바닷바람과 맑은 햇살을 고루 받으며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서 맛이 깊어진다. 덕장에서의 청어는 하늘로 헤엄쳐 올라갈 기세지만 ‘이미 유전자를 바꾼 지 오래’ 속 다 비우고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과메기의 종류는 두 가지로 나뉜다. 배를 갈라 내장을 빼고 말린 것을 배지기 과메기라 하고 통째로 말린 것은 통마리 과메기라 한다. 손질에 따른 불편함이 있지만 포항 사람들과 진정한 과메기의 맛을 고집하는 애호가들은 여전히 통마리 과메기를 선호한다.

 

 푸르고 투명했던 청어의 등은 차가운 겨울바람에 까맣게 그을었고 붉은 속살은 맑은 기름을 바닥에 뚝뚝 떨어뜨린다. 그러고서도 ‘새로운 바다를 만나기 전에는 절대 자세를 풀지 않을 자세로 바람을 기다린’다. ‘파리들의 조롱에 청어는 등이 가렵’고, 청어의 내장으로 배부른 갈매기들은 오동통 살이 올랐다. 파도는 짭조름한 해풍을 청어 속살에다 연신 뿌려대더니 ‘날이 갈수록 파도소리가 예전보다 더 큰 귀를 만들어 주었다.’ ‘동안거를 끝내지 못한 청어 등에서 반짝, 금 가는 소리가’ 나자 ‘제 스스로 금을 내지 못한 바다가 거품을 물고 흘러 나왔다’ 그러니 과메기 속살엔 형질 변경된 바람의 맛이 쏙쏙 배일 수밖에.

 

 

권순진

 

아마추어의 피아노 반주 녹음파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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