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Letter - 새해 새 기도
강 영은
찬란한 태양을 왕관처럼 쓰고
눈 부신 빛으로 다가온 새해 아침
떨리는 가슴으로 새 기도 드려봅니다.
지난밤 흰 눈 내려
미운 이 땅을 은혜처럼 깨끗이 덮어주듯
삐뚤거리며 찍혀진 지난해의 발자국들일랑
자비의 흰 눈으로 덮어 주시고
새로이 떼는 발자국은
당신의 발자국 속에 묻혀 보이지 않게 해주십시오.
맑은 햇살 흰 눈밭에 내려
울퉁거리는 들판조차 매끈하게 흰빛으로 빛나듯
서툰 날개에 보기 싫게 새겨진 무늬
당신의 사랑으로 덧칠해 눈부신 흰 빛으로 빛나게 하시고
낡은 수첩의 얼룩 새 수첩 새 페이지로 갈리듯
다시 펼쳐진 백지 위에 당신의 고운 무늬를 새겨주십시오.
용서하십시오.
눈이 너무 어두워 잘 보지 못했던 지난해
패인 발자욱마다 가득 담긴 은혜 못 보고,
앞서 가신 발자욱에 흥건히 고인 사랑 못 보고
길이 왜 이리 험하냐고 불평만 했던 지난해를...
용서하십시오.
귀가 너무 어두워 잘 듣지 못했던 지난해,
서툰 날갯짓이 부끄러운지도 모르고
욕심의 굴레 무거워 잘 날지 못하는지도 모르고
위엣 것을 생각하라는 당신의 말씀 귀 씻듯 씻어내곤
날아오르는 것이 왜 이리 힘드냐고 투정만 했던 지난해를…
용서하십시오. 지난해의 모든 것을…
자주 비틀거리던 발걸음과
용수철처럼 튕겨 나가던 입술의 말과
미처 삼키지 못해 씁쓸하던 좁은 가슴과
그리고 영혼의 옷자락이 풍기던 좋지 않은 냄새를…
이제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의 손짓처럼
축복으로 임하는 새해 새 아침 첫 기도로 손을 모읍니다.
새해에 우리의 가슴은
고아한 하늘 향기 간직한 호수가 되게 하십시오.
사랑의 물결 늘 일렁이어
미움이며, 원망이며, 교만의 뾰족한 돌 던져져도
사랑의 호수 속에 빠져들어 흔적도 없게 하시고
우리 눈에 고이는 눈물 조차에도
아침 햇살 이슬에 어리듯 하늘 사랑 빛 어리게 해주십시오.
새해에는 향기로운 세마포로 입혀주십시오.
더러운 우리의 의로 스러진 낡은 옷 벗겨주시고
올마다 당신의 의의 향기 풍기는 흰 세마포 입혀 주시어
옷자락 날릴 때마다 흩날리는 생명의 향기
사망의 냄새로 죽어가는 영혼들 살리게 하소서.
새해에는 이렇게 하게 하소서.
갈래길에 설 때마다 당신의 자취따라 바른길 택하게 하시고
고달프나 당신과 함께라서 가뿟한 천성길
소망의 노래 터져 나와 기쁘게 부르며 가게 하소서.
새해에는 이렇게 되게 하소서.
당신처럼 주기만 하고 받을 것은 잊게 하시고
더 주지 못한 안타까움에 눈물 짖게 하소서.
소유하기보다 버리며 움켜쥐기보다 놓으며
마음의 욕심 털고 빈 마음 가난한 마음으로 가게 하소서.
그리고
당신의 사랑 하나만 가지고 행복하게 가게 하소서.
당신의 사랑 하나만 남아 행복하게 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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