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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오전 11시 밀양 주민들이 밀양 송전탑 건설 현장 농성장에서 벌어진 경찰의 강제 철거에 항의하기 위해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밀양 주민 80여 명과 천주교 수도자, 사제, 시민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정현진 기자 |
수도자도 입장 발표, “농성장 철거 과정의 폭력은 묵과할 수 없는 종교 탄압”
“밀양 어르신들과 끝까지 함께 연대할 것”
이날 기자회견장에서는 한국 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와 한국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가 공동으로 ‘밀양 송전탑 주민 농성장 폭력적인 행정대집행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수도자들은 밀양 주민과 수도자, 사제들에게 경찰이 자행한 만행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뜻을 밝히며, 폭력 진압의 최고 책임자인 경찰청장과 현장 책임자인 밀양경찰서장의 즉각적인 파면을 촉구했다.
“경찰은 기본적인 상식과 법, 예의를 지키기는커녕 전쟁을 방불케 하는 잔악무도한 물리적인 폭력 행사로 팔 골절 부상뿐만 아니라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폭거를 수녀들에게 자행하였습니다. 이는 명백한 종교 탄압이며 결코 묵과할 수 없습니다.”
수도자들은 철거 과정에서 벌어진 수도자들에 대한 폭력에 대해서도 항의했다. 이들은 독재정권 시절에도 없었던 수도자들에 대한 폭력과 모멸감을 안겨준 경찰의 행태에 분노하면서, “전쟁을 방불케 하는 잔악무도한 폭력행사로 신체적 폭력뿐 아니라 성적 수치심까지 느끼게 한 폭거를 결코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수도자들은 성명에서 끝까지 정부는 눈물로 대화를 호소했던 주민들의 절규를 외면하고 조롱과 멸시 가득한 폭력으로 행정대집행을 강행했다고 비판하면서, 이날 경찰이 보여준 행태 또한 “한갓 한전의 경비용역을 자처하며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밀양의 주민들과 끝까지 연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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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 이름으로 밀양 주민들은 경찰에 대한 강제철거를 대집행하고자 합니다.” 밀양765㎸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와 밀양송전탑 전국대책회의는 이성한 경찰청장 수신으로 ‘국민 대집행 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한 싸움을 이어갈 것이며, 오늘은 대집행 1차 경고의 자리라고 선언했다. ⓒ정현진 기자 |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밀양 주민들은 이성한 경찰청장과 김수환 밀양경찰서장 등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한편, 퍼포먼스를 통해 이성한 경찰청장 앞으로 ‘국민대집행 영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밀양 주민들은 ‘국민대집행 영장’을 통해 “공권력이 사회적 약자에게 저지른 상상을 초월하는 폭력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국민의 이름으로 밀양 주민들은 경찰에 대한 강제 철거를 대집행하겠다”고 밝히고, 싸움을 끝내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전했다.
밀양 송전탑 129번 현장 농성장에서 옷을 벗어가며 저항했던 한옥순 씨는 움막 안에 사람들이 몰려있는 상황에서 경찰은 주저 없이 칼을 들이대고 움막을 철거했다면서, “칼에 맞아 죽더라도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밀양 주민 구미현 씨는 “목에 쇠사슬을 감고 있어 숨이 막힌다고 호소했지만 경찰은 끝까지 손을 놓지 않았다. 머리가 땅에 닿은 채로 거꾸로 끌려나오기까지 했다”고 상황을 설명하며 “우리는 사람이 아니라 물건이었다. 저 송전탑은 한전이 아닌 경찰이 짓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찰은 한전의 용역인가”…인권활동가, 법률지원단도 경찰 규탄
이어진 발언에서 철거 당시 인권침해감시단으로 현장에 있었던 인권활동가 안병주 씨는 현장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무력감을 호소하면서, 국가인권위원회의 무능함을 질타했다. 안 씨는 “밀양에서 보여준 경찰의 모습은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한전 헬멧을 쓰고 행정대집행을 대행한 용역,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밀양 주민들의 법률지원단 자격으로 철거 현장에 있었던 배영근 변호사는 경찰이 변호사들의 변론권과 접견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침해했으며, 대집행 과정에서 명백한 직권남용을 저질렀다고 지적하면서 “법률지원단은 경찰의 직권남용, 업무방해, 폭행, 강제 추행 등에 대해 형사 고발하고, 국가와 현장에 있었던 경찰 공무원을 대상으로 국가배상청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밀양 주민들을 비롯한 참가자들은 경찰청 앞 기자회견을 마친 후, 오후 2시부터는 서울 삼성동 한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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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리의 V. 강제 철거 후에 여경들이 손으로 V자를 그리며 기념사진을 찍은 것을 풍자한 퍼포먼스 ⓒ정현진 기자 |
천주교 수도회 ‘밀양 송전탑 주민 농성장 폭력적인 행정대집행 규탄 성명’ |
“세상은 폭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창세 6,11) 고향을 사랑하는 자, 정의를 사랑하는 자, 평화를 사랑하는 자가 폭력으로 짓밟히는 세상입니다. 한평생 성실하게 밭을 일궈온 밀양 어르신들의 삶을 이 불의한 정부는 너무나 참혹하게 만들었습니다. 지난 10년간 정부는 밀양 765KV 초고압 송전탑 공사와 관련하여 주민들과의 진실한 대화보다는 거짓 변명으로 일관하며 온갖 폭력을 일삼고 평화로운 공동체를 분열시키며 파괴하는데 만 골몰하였습니다. 마지막까지 눈물로 호소하며 대화를 요청했던 주민들의 피맺힌 절규를 외면한 채 오히려 정부는 지난 6월11일 조롱과 멸시 가득 찬 폭력으로 행정대집행을 강행하였습니다. 특히 경찰은 밀양의 어르신들 역시 재산과 건강을 보호받아야 하는 국민임에도 단 한 사람도 보호하지 않았습니다. 이날 경찰이 보여준 행태는 다시 한 번 경찰의 직무를 포기하고 한갓 한전의 경비용역을 자처하며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습니다. 또한 무엇보다도 경악스러운 것은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도 없었던 수녀들에게 무차별적인 폭력과 정결을 상징하는 베일을 벗기는 등 참으로 견디기 힘든 모멸감을 안겨주었습니다. 베일은 거룩함과 정결을 지키고자 하는 수도자의 삶 그 자체입니다. 이렇듯 베일의 의미는 굳이 가톨릭 신앙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잘 아는 상식입니다. 하지만 경찰은 기본적인 상식과 법, 예의를 지키기는커녕 전쟁을 방불케 하는 잔악무도한 물리적인 폭력 행사로 팔 골절 부상뿐만 아니라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폭거를 수녀들에게 자행하였습니다. 이는 명백한 종교탄압이며 결코 묵과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번 행정대집행에 불법 관여하고 밀양의 어르신들과 수도자들, 사제들에게 폭력을 자행한 경찰의 만행을 강력히 규탄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폭력진압의 최고 책임자인 경찰청장과 현장에서 진두지휘한 밀양경찰서장의 즉각적인 파면을 촉구합니다. 아울러 우리 수도자들은 밀양의 어르신들과 함께 끝까지 연대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땅에 부당한 국책사업과 야만적인 국가폭력이 더 이상 용인되지 않도록 정의와 평화의 삶을 실천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이는 수도자들에게 부여된 선교이며 복음적인 삶이기 때문입니다. 2014년 6월 16일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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