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2일, 천하장군이 제 209회 정기답사로 회원들과 다녀온 곳은 충북 옥천지역으로, 정지용 시인의 시세계를 형상화한 <향수30리-멋진신세계> 문화탐방, 천태산 영국사 그리고 매화가 아름답게 핀 옥매원이다.
원래 계획은 오전에 공주에 들러 벚꽃 고목이 아름다운 충남역사박물관과 비단결 금강이 감싸고 흐르는 백제의 왕성, 공산성을 답사할 예정이었으나, 답사 전날 공주지역에 벚꽃개화가 늦어진다는 현지 소식을 접하고는 일정을 급히 변경해 옥매원과 천태산 영국사로 발길을 돌렸다. 원래 공지한 곳을 변경하였기에 회원들이 실망하지 않을까 살짝 마음 졸이기도 했으나 다행히 기우로 끝났다. 영국사도 매화정원도 회원들이 너무 좋아해서 어찌나 고맙고 마음 뿌듯하던지.
날씨는 쾌청하기만 한데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하늘까지 파랗게 빛난다. 제일 먼저 도착한 천태산 영국사는 천년도 넘은 은행나무로 유명한 천년고찰이다. 주차장부터 사찰까지 20여 분을 오르는 산길은 맑은 계곡물이 졸졸 흐르고, 연두빛 새순이 올라오기 시작한 나무들이 어우러져 봄이 왔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내달에 있을 석가탄신일을 맞아 산길을 따라 걸려있는 색색의 오색등도 산에 걸린 목걸이처럼 귀엽고 정겨워 보인다. 과연 천태산이 영동의 설악이라 불린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수려한 산길을 올라 깔딱고개를 넘으니 널찍한 공간이 펼쳐지면서 은행나무도 사찰도 한눈에 들어온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는 영국사 은행나무는 며칠 전 당산제도 지냈다. 이 곳에서 꼼짝하지 않고 천년이 넘는 시간을 지켜온 은행나무를 보며 그 긴 세월에 대한 생명과 인내의 경외감이 느껴진다. 산속에 자리 잡고 있어서일까 사찰은 고요하고 고즈넉하다. 보물로 지정된 삼층석탑과 원각국사비와 부도 등을 둘러보면서 우리 마음까지 고요해진다.
옥매원은 곽종옥 씨와 그의 아내 천영숙 씨가 가꾼 매화정원이자 밭이다. 곽종옥 사장은 아버지의 대를 이어 평생토록 매화농사를 지은 분이다. 집과 붙어있는 밭에 매화나무 5천주 정도를 키우고 있다. 옥매원 매화밭은 다른 매화농장과는 다르다. 관광을 위해서 조성한 밭도 아니며, 매실수확에 초점을 맞춘 농장이 아니다. 토종매화의 씨를 받아 매화를 가꾸며 매화나무를 보존하고자 애쓴다. 즉 매화나무를 귀하게 여기고 가꾸는 농장인 것이다. 탐방로도 없는 매화밭은 불편하고 무질서해 보이지만 정감있고 따뜻한 분위기다. 어떤 매화나무에는 한 나무에서 흰색꽃과 분홍꽃이 함께 피기도 하고, 흔치 않은 겹꽃의 매화를 만날 수도 있다. 모두 곽종옥 씨의 실험과 정성으로 탄생된 매화들이다. 그래서 더욱 귀하고 소중해 보이는 매화밭이다.
옥매원과 조금 떨어진 곳에 곽종옥 씨 내외가 운영하는 식당이 있다. 우리 일행들도 거기서 점심식사를 했는데 맛깔스런 식사도 식사지만, 너무도 아름답게 꾸며진 정원에 모두들 감탄한다. 산수유분재, 홍매, 백매가 멋진 수석들과 어우러져 있는 정갈한 매화정원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매화가 활짝 핀 시기에 딱 맞춰가서 모두의 감동은 더 컸다. 매화는 아름답고, 정원은 찬란한데 이를 가꾼 주인 내외는 더 없이 소박한 모습이라 그들의 매화 사랑이 더 빛나 보인다.
충북 옥천군이 조성한 ‘향수 30리-멋진 신세계’는 시인 정지용의 시상을 공간에 적용한 공공예술 프로젝트로 옥천 구읍에서 장계관광지를 잇는 12㎞의 산책로다. 정지용 시인의 생가인 구읍을 시인의 생태 중심지로, 종착지인 장계유원지를 문화 중심지로 가꿔 시를 주제로 한 아트벨트를 구축했다. 옥천군이 2007년부터 건축가, 디자이너, 문학인 등 100여명을 투입해 완성한 이 프로젝트는 2009년 대한민국 국토도시 디자인대전에서 공공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정지용 생가 앞으로는 개천이 흐르고 있다. 지금은 복원공사를 한다고 개천바닥을 파헤쳐 어수선한 모습이 못내 아쉽지만 그래도 정지용의 시, ‘향수’의 싯귀가 떠오른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고...’ 1902년 옥천에서 태어난 정지용은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근대시의 아버지라고 할법한 분이다. 그럼에도 그는 납북시인으로 금기시되어오다 1988년 비로소 해금되고 재조명되기 시작한다. 지금은 그의 시가 국어교과서에도 실려 있다.
정지용 생가와 문학관 주변 마을 가게는 모두 정지용 시세계를 형상화하는 간판으로 꾸며져 있다. 얼룩백이 황소가 있는 명광정육점, 구읍 우편 취급소, 갈릴래아 미용실, 바다 이용원, 정지뜰 식당 등 정지용의 시와 조화를 이룬 소박한 가게들이 정감있다. 시문학간판거리를 둘러보고 멋진신세계로 조성한 장계유원지로 이동하는 길에 멀리 대청호가 내려다보이는 강마을 소정면에서 정지용의 책상 모습으로 꾸민 버스정류소도 들린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기존의 기기를 활용해 시세계를 표현한 재치가 돋보인다.
멋진신세계 모단광장에서는 옥천군 문화해설사의 해설로 모단가게와 일곱걸음산책로를 둘러보았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만들어진 모단가게 옥상은 정지용의 원고지를 형상화한 것이다. 부드러운 곡선은 멀리 내려다보이는 대청호의 산세를 닮았고, 바닥 곳곳에는 정지용의 시가 새겨진 청동장식이 내려다보는 사람들의 얼굴을 비춰줘 재미가 있다.
대청호 옆으로 난 산책로로 내려가면 아름다운 호숫가 길에 아이디어 넘치는 정지용 시비와 정지용 문학상 수상작품들의 시비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너무 튀지 않을 정도로 적당하면서 조형미 넘치게 구성한 작품 하나하나가 보기 좋고 편안하다. 옥천 향토전시관을 마지막으로 끝낸 ‘향수30리 멋진신세계’ 는 옥천의 특성을 잘 살려 재치있으면서도 조화롭게 구성돼 있어 모두가 흡족해 했다.
지자체마다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는 요즘에 옥천군의 향수30리 멋진신세계 아트벨트는 모범적인 사례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최근 장계유원지의 놀이시설이 철거되면서 카페프란스 등 아트벨트에 타격이 있는 점은 아쉽다. 부디 좋은 문화 프로그램들이 다른 개발논리 등에 휘둘려 유야무야되지 않고 잘 유지 관리되어 찾는 이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첫댓글 즐거운 여행이었지만 부지런히 걸으시느라 많이들 피곤하셨을 거예요.
여행의 피로가 남지않도록 푹 쉬시고 다음 답사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천하장군문화유적답사회 정지인
급히 변경한 옥매원과 영국사도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매화가 너무 활짝피어서 흠이였지만
그래도 많은 매화속에서 시간을 보낼 수있어서 좋았습니다.
멋진 신세계에서의 산책은 오랫만에
생각의 시간을 갖을 수 있는 멋진 산책이였습니다.
다음 답사가 지금부터 기다려 지네요.
봄을 만끽하고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감사합니다
회원들에게 한 곳이라도 더 들러 더 많은 것을 느끼게 하고픈 마음이
전달되어 더욱 감사합니다.
옥매원과 영국사
그리고 정지용 생가, 멋진 신세계 너무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두들 옥천답사를 즐겨주셔서 저도 기분좋았습니다.
신봉공주님, 배꽃공주님, 동행지기님 격려에 힘을 얻으며 다음주 청산도 답사도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