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을 맞아 단지 내 어르신과 아이들이 함께 연을 만들고 있다. | 도로확장 공사 중인 차도를 지나 아파트 입구로 들어서면 깔끔하게 정리된 화단과 회향목이 반겨준다. 그리 크지 않은 단지지만 구석구석 꽃과 나무들, 주민편의 시설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아파트 분위기가 마치 시골의 한 마을을 옮겨놓은 듯, 풋풋한 정이 느껴진다. 수원시 오목천동에 자리한 청구1차아파트(관리사무소장 장영진)는 자치관리로 운영되고 있다. 5개동 총 317가구가 모여 사는 이 아파트는 관리사무소, 입주자대표회의, 부녀회 등이 서로 협동하며 아파트 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일을 함께 한다. 시골 마을을 연상시키는 이 아파트는 모든 입주민이 한가족 같은 공동체를 이뤄 생활한다. 조경시설부터 시설관리까지 용역에 의하지 않고 주민자치로 진행하며 이로 인해 절약되는 관리비는 연 500여 만원에 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경비절감을 위해 방범카메라 48개를 설치해 경비인원을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초기비용은 크지만 장기적으로 많은 비용이 절약되는 것. 또 자체관리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입찰공고 후, 용역을 맡긴다. 가장 적은 입찰을 한 업체보다는 효율적인 시공을 할 수 있는 업체를 선정하며 합리적인 선정과정을 거친다. 이를 입대의 회의록에 기록, 공지 및 홈페이지, 관리비 내역서를 통해 전 입주민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997년 IMF 이후 건설사의 부도로 인해 건축이 지연되면서 분양은 됐으나 입주를 할 수 없었던 시기, 입주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힘을 모아 이자를 부담했다. 또 화단에 심는 꽃과 나무는 물론 주변 경계석 등 입주민들의 손이 안 닿은 곳이 없다.
공동체 활동으로 주변의 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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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단지는 내 손으로… 아이들도 두팔 걷고 화단 가꾸기에 열심!
| 매년 봄·가을 아이들을 위해 모래뒤집기라는 행사를 진행하며 어린이놀이터의 모래밭을 소독하고 있다. 또 겨울철 단지 내 눈이 쌓이면 포크레인, 경운기 등을 이용해 제설작업을 하고 있다. 장영진 관리사무소장은 “겨울에 눈이 많이 왔을 때 입주민 모두 나와서 함께 제설작업을 한다”며 “다른 곳은 눈으로 덮여 있어도 청구1차아파트는 깨끗하게 제설작업이 돼 있다”고 말했다. 또 매년 척사대회를 진행하며 연날리기, 쥐불놀이, 노래자랑 등의 행사를 갖고 있다. 어르신들과 아이들이 함께 연을 만들어 날리는 등 지금은 보기 힘든 놀이로 서로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줘 주변 아파트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주최하는 가을운동회에는 오목천동 일대에 있는 아파트 주민들과 함께 한다. 농구, 배구, 축구, 줄넘기 등의 대항전을 준비하고 모두가 조금씩 모아 상품들을 준비한다. 또 행사 후 식사까지 준비해 마을잔치와 같은 풍족함을 보여 준다.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르는 요즘 보기 드문 일이다. 이웃 사랑 실천하는 ‘부녀회’
사진정보 보기- 카메라 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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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 건강을 위해 매년 어린이 놀이터의 흙을 소독하는 입주민들 | 큰 규모는 아니지만 결식아동을 위한 도시락 전달 및 장학금 지급으로 주변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고 있다. 입대의, 관리사무소로부터 칭찬이 자자한 부녀회는 단지 각 경비실마다 동전 수집함을 설치하고 매년 사랑의 일일찻집을 운영해 모아지는 기금으로 불우한 이웃들을 돕는다. 나금숙 부녀회장은 다른 아파트에서 다 하는 일이라며 특별할 것이 없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각 절기마다 어르신들께 송편이나 팥죽 등을 대접하고 어버이날 행사와 어르신들 식사대접, 경로관광 등을 진행한다. 나 부녀회장은 “지난 여름 강원도 수해 때 부녀회원들이 모여 봉사활동을 가고 헌옷을 모아 캄보디아에 전달하기도 했다”며 아파트 입주민들이 협조적이고 긍정적이라고 말을 이었다. 그 외에 화단 관리, 우유팩 수집, 주민이용 헬스장관리 등 많은 일에 솔선수범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현재 입대의를 통해 의결이 이뤄지고 있다. 입대의 김태환 회장은 “부녀회, 관리사무실과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또 입대의를 통해 사안이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것은 항상 공청회를 진행한다”며 입주민의견을 수렴해 반영하는 것이 목적이고 한사람의 생각보다 다수의 의견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 아파트에서는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시설이 눈에 띈다. 정자에 의자가 있는 것이 보통이지만 여기선 널찍한 대청마루가 깔려있다. 또 어린이놀이터 주변으로 ‘어린이보호구역’이라는 표시가 돼 있는 것. 김 회장은 “아파트 입주자들이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결정하고 자발적으로 참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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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내 화단에 꽃을 가꾸는 입주민과 관리 직원들 ⓒ | 이 아파트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관리사무소장 및 직원들의 임기가 없다는 것, 대부분 기간을 정해 계약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청구1차아파트에서는 노동부에 신고 후에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장 관리사무소장은 “이곳에서 은퇴할 때까지 근무하고 싶고 직원들 모두 가족같이 지내고 있다. 또 곳곳에 입주민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어 더욱 애착을 갖고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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