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9일 ㅣ 298호 ㅣ 처치독
<뉴스앤조이> 영상 담당 경소영 PD입니다. 독자님은 살면서 '일상'을 얼마나 영위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저는 요즘 안온한 일상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일상이 망가졌을 때 인간이 어디까지 피폐해질 수 있는지도요. 오늘은 그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요즘 제가 '삼재'라는 말을 종종 쓰게 됩니다. 크리스천이 쓰면 안 될 말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보다 더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올해 상반기에 크고 작은 사고로 병원에 자주 가게 되었거든요. 몸을 다치면 마음도 따라서 아프고, 마음에 상처가 나면 몸도 쉽게 지치게 된다는 당연한 이치를 체감한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하루라도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날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매사에 예민하고 날카로워지니 가까운 사람들과의 갈등도 잦아졌죠.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격언은 적확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상은 쉽게 무너졌습니다. 글자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 책 한 장 읽기 어려워졌고, 걱정과 염려로 점철된 시간을 보내게 됐습니다. '또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지?', '상처는 대체 언제 아물게 될까?' 등의 생각들은 저를 현재가 아닌 불확실한 미래에 데려다 놓았습니다. '이만하길 다행이지' 하며 감사해야 할 텐데 그러질 못했죠.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특효약이 하나 있긴 합니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죽고 싶은 마음을 붙들고 죽음에 관한 영화를 하나 틀었습니다. '룸 넥스트 도어'를 보고 저는 오랜만에 차분해졌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말기 암 환자 마사(틸다 스윈튼 분)는 스스로 죽음을 실행하는 동안 친구 잉그리드(줄리앤 무어 분)에게 옆방에 있어 달라고 부탁합니다. 둘은 한 달 정도의 시간을 함께 보내며 일상을 공유했고, 깊은 대화를 나누었죠. 그러던 어느 날, 마사는 친구에게 편지를 남기고 죽었습니다. 잉그리드는 친구의 선택을 담담히 받아들였죠. 소설가인 잉그리드는 아마 마사의 최후를 같이 맞이한 경험을 책으로 썼을 것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니 그제야 제목의 의미를 알게 됐습니다. 불안과 두려운 상황에서 내 옆에 일상을 나눌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감각은 중요하구나. 구덩이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손잡아 주고 묵묵히 지켜봐 주는 사람이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죠. 이 영화의 원작은 시그리드 누네즈의 <어떻게 지내요>라는 책입니다. 이 책의 첫 장에는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이웃을 오롯이 사랑한다는 것은 그저 '어떻게 지내요?' 하고 물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시몬 베유)
결국 제 삼재는 이렇게 끝났습니다. 제게 닥친 고통스러운 일들을 재난으로 정의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했거든요. 삶에서 앞으로 어떤 일들이 또 벌어질지 모르지만, 적어도 '삼재인가' 하면서 혼자 끙끙 앓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상의 회복은 함께일 때 가능한 것 같아요. 내 이웃,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지내는지 물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도, 독자님도 꼭 그럴 수 있기를.
M스토리랩 소영
가향공동체 떠난 창립 부부 "신앙 넘어 사생활까지 통제"
가향공동체 창립 초기부터 16년을 함께한 명영일·황귀현 부부가 2023년 11월 공동체를 떠났습니다. 두 사람은 6월 8일 <뉴스앤조이>와 인터뷰했습니다. 2007년, 양진일 목사가 출애굽·하나님나라 비전을 내건 공동체에 매료돼 합류했다고 합니다.
초기 공동체 생활은 평온했습니다. 번영신학에 지친 청년들이 모여 서로를 가족처럼 여겼고, 아이들은 구성원들을 이모·삼촌이라 불렀습니다. 부부가 처음 이상함을 느낀 장면은 한 구성원을 두고 새벽 6시까지 이어진 회의였습니다.
부부는 공동체가 내세운 '숙의 민주주의'의 실상을 설명했습니다. 한 명씩 돌아가며 발언해 '모두 한 번씩 말했다'는 형식을 갖추지만 결과는 만장일치였고, 공개 투표라 반대가 어려웠다고 합니다. 당사자가 승복할 때까지 밤샘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통제는 사생활에도 미쳤습니다. 공동체가 결혼 날짜를 미루게 한 사례가 세 차례 있었고, 신혼집을 아파트로 얻은 것이 '공동체적이지 않다'며 문제가 된 가정도 있었습니다. 황귀현 씨는 최봉실 대표 의견에 따르지 않자 '목회자 권위에 도전한다'는 이유로 예배 출석·구성원 만남 금지 징계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부부가 가장 힘들어한 대목은 자녀들이 다닌 공동체 대안 학교 문제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인터뷰에 담겨 있습니다.
관련 기사
가향공동체에서 보낸 '16년'이라는 시간
예장통합 재판국의 교인 20명 출교, 서울고법 "무효"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정훈 총회장) 총회 재판국이 서울 동작구 D교회 교인 20명에게 내린 면직·출교 판결을, 서울고등법원이 6월 11일 무효라고 선고했습니다. '사법 심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각하한 1심을 뒤집은 판단입니다.
사건은 담임목사가 예배당 건축비 대출금을 횡령해 개인 아파트를 사면서 시작됐습니다. 재정 문제를 제기한 교인들은 도리어 출교당했고, 교인 자격을 잃은 뒤에는 '예배당을 불법 점유한다'는 이유로 민형사 소송에 휘말렸습니다. 재산을 가압류당한 교인도 있었습니다.
법원이 인정한 절차 하자는 적지 않았습니다. 노회 재판국이 '견책'을 선고한 사건을 총회 재판국이 2주도 안 돼 직접 가져가 면직·출교했고, 교인 20명 중 1명에게만 공문을 보냈으나 그마저 반송됐습니다. 재판은 단 한 차례 열렸고 변호인 조력권도 보장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현저히 정의 관념에 반할 정도의 중대한 절차상 하자"라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당사자들은 버티고 있습니다. 횡령으로 유죄를 받은 전 담임 김 아무개 목사가 후임으로 지명한 박 아무개 목사는 여전히 건물을 점거한 채 주일을 지키고 있습니다. 교인들은 승소의 기쁨보다 앞날 걱정이 더 크다는 상황인데, 우선 당장 서울노회유지재단에 건물 인도 소송 취하와 대출 연장 서류 발급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유지재단이 교인들의 요청을 외면할 경우, 예배당 건물은 대출금 연체로 경매에 넘어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관련 기사
소송 통지도 안 하고 출교…막 나가는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 제동 건 법원
"미국 기독교민족주의 100년, 한국이 수입·학습 중"
6월 16일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기사연)에서 열린 제8차 에큐메니컬 공동 신학 세미나에서 정경일 박사가 '기독교민족주의'의 한국화를 우려했습니다. 국가의 정체성·법률이 기독교 가치와 결합해야 한다는 이 종교·정치 이념은 미국에서 낙태 반대·반동성애·반이민 의제와 결합해 나타납니다.
정 박사는 21세기 극우의 특징으로 정상화·주류화·기술화·국제화 네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한때 배제됐던 주장이 상식처럼 통용되고, 극우 의제가 정당·언론·종교로 진입하며, 플랫폼을 통해 선동·조직화하고, 민족주의가 국경을 넘는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를 "썰물이 아니라 밀물"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는 미국 신사도운동의 '7대 산' 정복 논리가 한국 개신교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고 봤습니다. "미국 기독교민족주의는 최소 100년간 축적됐는데, 그걸 지금 한국 극우 개신교가 수입·학습하고 있다"며 MAGA·CPAC이 K-CPAC으로, 터닝포인트USA가 빌드업코리아로 이식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예수회인권연대연구센터 김민 신부는 가톨릭의 '통합주의'를 "시대적 대상포진"에 비유했습니다. 사회가 불안해지면 잠복해 있던 보수적 욕구가 도진다는 설명입니다.
진보적 신학을 연구해 온 정경일 박사의 지적이 눈에 띕니다. 정 박사는 이 현상을 진보 신학이 제시하는 비전과 대안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한국교회 지형의 다수는 보수적 복음주의 교회이고 진보 진영은 소수인 데다, 극우·근본주의 그룹과는 애초에 대화가 어렵다." 결국 중간지대에 속한 중형 교회들이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입니다.
관련 기사
미국서 100년 축적된 '기독교민족주의', 한국 극우 개신교가 수입한다
[주일엔 쉽니다] 퀴어 크리스천 곁의 상담사들
'주일엔 쉽니다'가 이번에 만난 이들은 퀴어 크리스천 상담 프로그램 '같이 걸을까'의 상담사들입니다. 퀴어 크리스천 지원 단체 큐앤에이가 2022년 문을 연 곳으로, 신앙의 언어를 이해하는 상담사를 만나기 어려운 이들이 찾습니다.
4년째 이어진 프로그램에는 전문 상담사 15명이 함께합니다. 보수적인 교회에서 사역하거나 목사 안수를 앞둔 이들도 있어 홈페이지에 신상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뉴스앤조이>가 만난 윤지은·박서진 상담사의 이름도 가명입니다.
보수 장로교회에서 자란 윤지은 상담사와, 신앙과 성적 지향 사이에서 오래 자신을 부정해 온 당사자 박서진 상담사. 두 사람이 이 자리에 오기까지의 과정과, "동성애는 죄인가요?"라는 질문 앞에서 무엇을 더 중요하게 살피는지를 담았습니다.
관련 기사
퀴어 크리스천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사람들
이번 주 칼럼
[박제민의 경계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납작해지지 않으려면
녹색정치연구소 박제민 공동대표의 칼럼입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두고, 그는 '정치적 평등'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 준 사건이라고 봤습니다. 부정선거 음모론과는 선을 그으면서도, 단 한 명의 참정권이라도 박탈됐다면 민주주의는 멈춘다고 짚습니다.
박 대표는 이 분노를 '나의 권리' 침해로만 읽으면 위기를 납작하게 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비장애인이 이번에 겪은 고통을 장애인 유권자가 선거마다 마주해 온 구조적 배제와 연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휠체어가 진입할 수 없는 투표소, 부족한 점자 공보물 같은 장벽을 함께 지적합니다.
나아가 소선거구·단순 다수대표제가 양산하는 사표와 거대 양당의 의석 독점까지, 선거제도 개혁으로 논의를 확장하자고 제안합니다. '박제민의 경계에서'는 이번 회차로 연재를 마칩니다.
관련 기사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불러온 시위, 납작해지지 않으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