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현악곡 위한 교향적 모음곡(Symphonic Suite for Orchestra)
“나의 기억 속에서...”(In my memory...)
작곡 정덕기 (CHUNG, Duk-Kee)
‘전주곡’ (Prelude)
제1곡 ‘봄비 내리던 날’ (No.1 A raing day in spring)
‘간주곡’ (Intermezzo)
제2곡 ‘시골 학교’ (No.2 A rural school)
제3곡 ‘살구나무’ (No.3 A apricot tree)
제4곡 ‘한라산’ (No.4 Mount Halla)
(해설)
국적이 분명한 곡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곡들을 한국적인 느낌과 색채로 작곡하려 하였다. 그러면서도 한국적이라면 비슷비슷한 곡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한데 다양한 곡으로 써 보려 노력하였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란 말을 굳게 믿고 있다. 우리의 색깔이 분명해야 세계에서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그 수준이 민요에 머물러 있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그래서 보다 다양하게 어법에 맞게, 그러면서도 쉽고 흐트러짐 없는 곡으로 완성해 보고 싶었다.
‘전주곡’ (Prelude)
전주곡, 간주곡들은 중후한 짧은 곡으로 전체를 연결시켜주고 하나로 통합시켜주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배치하였다.
제1곡 ‘봄비 내리던 날’ (No.1 A raing day in spring)
1963년, 나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신작로에 아스팔트 포장도 되어있지 않은, 경북 영천의 어느 시골에 살고 있었다. 그 해 봄, 초등학교에 입학하였다. 입학식이 있던 그 날, 아침 내내 봄비가 내렸다. 며칠 동안 밤을 설치는 설레는 마음으로 아침에 일어났을 때부터, 고모들의 손을 잡고 학교로 걸어가는 내내 비는 내렸다. 아직 우리 집 사과나무는 잎이나 꽃을 피우지는 않았지만 도톰하게 움돋는 꽃눈 잎눈에도, 고모들과 같이 건너던 시내(川)의 돌다리에도 봄비는 나를 축복하기라도 하듯 하염없이 내렸다. 그 기억이 아직도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가 않는다.
제2곡 ‘시골학교’ (No.2 A rural school)
청경초등학교, 1993년에 학생 수가 줄어들어 폐교가 된 학교지만 잊을 수가 없다. 그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종소리를 들으며 공부하고, 코흘리개 친구들과 딱지치기, 술래잡기, 구슬치기, 병정놀이, 때로는 싸우기도 하고, 신나게 뛰어 놀았다. 그리고 커다란 느티나무에 기대어 꿈도 꾸고, 잔디밭에 누워 하늘에 떠있는 구름을 바라보며 그 시절을 보냈다.
제3곡 ‘살구나무’ (No.3 A apricot tree)
학교 울타리 근처에는 학교 안으로 통째로 가지를 뻗은 살구나무가 한 그루가 있었다. 원래 그 나무는 뿌리를 학교울타리 옆, 초가집에 두고 있어 학교 것이 아니고 그 집 것이었다. 봄마다 그 살구나무는 서러울 정도로 화사한 분홍 꽃을 피웠다가는 이내 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오뉴월이면 달짝지근한 노란 살구를 달았다. 울타리옆집 할아버지는 매일같이 낡고 초라한 흰 한복을 입고 그 살구나무를 지켰다. 행여 아이들이 살구를 따먹을까, 혹은 바람 불어 살구가 떨어지면 남들이 주워 먹을까, 지키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런 할아버지를 “바람아 바람아 불어라. 살구야 살구야 널쩌라” 하며 놀렸다.
한 몇 해 전 여름, 그 지역에 갈 일이 있어, 간 김에 학교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있어야할 그 할아버지도 없고 아이들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늙은 살구나무와 주인 없이 땅바닥에 지천으로 떨어져 썩어가는 살구들만이 할아버지와 아이들을 대신할 뿐이었다.
제4곡 ‘한라산’ (No.4 Mount halla)
초등학교 6학년 때 수학여행으로 생전처음 제주도엘 갔다. 학교에서 영천까지는 버스로, 거기서부터 부산까지는 기차로, 그리고 부산부터 제주도까지는 배를 타고 갔던 것으로 기억된다. 물론 기차를 탄 것도, 바다를 구경한 것도, 배를 타본 것도, 처음이었다. 내가 본 제주도는 꿈같은 것이었다. 더구나 한라산은 산이 저렇게도 웅장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시간이 주어지면 ‘사과’(An apple), ‘오일장’(A country market), ‘구루마’(An oxcart), ‘시내’(A brook), ‘태풍’(Typhoon), ‘할아버지의 죽음’(The death of grandfather) 등 6곡을 더 보태어 한 10곡 정도의 모음곡으로 발전시키고 싶다.
관현악곡 위한 교향적 모음곡(Symphonic Suite for Orchestra)
“나의 기억 속에서...”(In my memory...)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BUSAN SYMPHONY ORCHESTRA) 지휘: 오충근 2013. 4. 15.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지휘자 오충근